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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야소 시대 … 주택시장 어디로

여행가/허기성 2008. 4. 24. 07:29
올 봄 이후 주택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4.9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여대야소의 구도 속에서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를 위한 법 개정의 물꼬가 터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부동산시장에서도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를 곧바로 주택시장 활성화로 연결 짓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 역시 총선 이후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여대야소 정권이 탄생한 만큼 취득·등록세와 양도소득세 인하 등의 정책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 완화 시기는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서울 강북지역과 수도권 외곽지역 집값이 불안하기 때문에 주택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거래 물꼬 터질까=올 들어 강북권 집값 폭등이라는 복병 탓에 규제 완화 명분이 다소 약해졌지만 주택 정책의 부분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 같다. 우선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거나, 여야가 완화하기로 이미 합의한 규제부터 풀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거래 활성화 방안으로 세제 관련 규제에 손질이 가할 가능성이 크다.

취득·등록세율을 현행 2%에서 1%로 내리는 방안이 우선 추진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도 거래세 인하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부 의도와 달리 거래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나은행 김창수 재테크팀장은 "거래세가 내리면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가 늘 것으로 보고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여 거래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하와 과세 대상 하향 조정도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6억원 초과에서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경기 과천시, 분당·일산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의 양도세 면제 기준을 현행 '3년 보유, 2년 거주'에서 다른 지역처럼 '3년 보유'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섣부른 기대감은 금물=규제가 풀리더라도 집값에 영향을 덜 미치게 최소한에 그칠 전망이다. 자칫 규제 완화가 강북집값 급등으로 불안 조짐이 있는 전체 주택시장에 불을 댕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정부의 주택정책 궤도 수정은 '집값 안정'의 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며 "무턱대고 규제를 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북 등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과 전세난 문제가 더욱 확산될 경우 규제 완화 시기를 대폭 늦추거나 오히려 시장안정 쪽에 더 무게를 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 완급 조절에 따라 과거와 같은 집값 급등세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강북권 집값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뉴타운 등 개발 재료가 많은 데다 6억원 이하 주택이 많아 대출 규제 영향도 덜 받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여부도 관심사다. 정부와 국회는 중소형주택 및 임대주택의무비율, 재건축부담금, 조합원지위양도금지 등 재건축 규제를 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가뜩이나 불안한 서울·수도권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상 건축연면적 비율)이나 층수 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풀더라도 개발이익 환수 장치를 마련한 뒤 완화 범위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 시장 안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영디엔씨 조우형 대표는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어서 규제가 일부 완화되더라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등세로 반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선 집값 안정, 후 규제 완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도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반면 미분양과 거래 침체에 허덕이는 지방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은 상반기에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방 민간 택지의 주택 분양권 전매제한은 오는 6월부터 폐지된다. 지방 공공택지 내 주택 전매제한도 완화될 예정이다. 지방 공공택지 내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한(전용면적 85㎡ 이하 5년, 85㎡ 초과 3년)도 최대 2년 정도 단축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공급 과잉에다 수요 위축 등으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당분간 주택시장이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