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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파트 값 1등 57억원 꼴등 800만원

여행가/허기성 2008. 9. 8. 15:02

 

시사IN > 은 지난해 9월 창간 이래 각종 부동산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실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우리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다듬는 데 긴요하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 시사IN > 제16호(2008년 1월8일자)에서 부동산 공시가격을 전수 조사해 상위 리스트를 공개했고, < 시사IN > 제21·22호(2008년 2월 12·19일자)에서는 2006~2007년 2년간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모아 분석했다. 이번 호에서는 올해 상반기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했다. 국토해양부가 공개한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 중 2008년 1월1일부터 2008년 6월30일까지 매매된 아파트 거래 자료 24만2734건을 모두 수집해 컴퓨터 분석기법(CAR)을 거쳐 가공했다. 국토해양부는 매달 17일께, 그 전달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공개하며, 2008년 6월 실거래가 자료는 7월17일 공개했다.





































올해 상반기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는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다. 이곳 33층 집 한 채가 4월 중순 57억원에 거래됐다. 아파트 경기가 침체라는데 오히려 최고가 아파트는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과거 아파트 랭킹 1위는 2006년 12월 53억6000만원에 거래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였다. 챔피언 자리를 내준 타워팰리스 1차는 올해 랭킹에서는 19위로 내려앉았다. 타워팰리스 2차(지난 조사 6위)와 더미켈란(지난 조사 42위)이 올해 상반기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100위권 안에 서울이 아닌 지역 아파트는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분당파크뷰(20위, 지난 조사 14위)와 성남시 서현동의 시범현대(68위, 신규 진입)가 포함됐다.

한편 대한민국에서 가장 값싼 아파트는 부산 영도구 봉래동 2가의 동진아파트였다. 올해 2월 초 이곳 4층 집 한 채가 8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전라북도 익산의 용기아파트가 500만원에 팔린 것에 비하면 최저가 아파트 값이 오른 셈이다. 물론 가장 값싼 아파트가 가장 값싼 집이라는 뜻은 아니다. 시설이 좋더라도 집 크기에 따라 가격은 달라지는데 이 '전국 최저가 아파트'는 전용면적이 10㎡였다. 겨우 3평 남짓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최고가 아파트 가격과 최저가 아파트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상반기 평균가격도 1억8300만원으로 2007년 같은 기준 평균 1억5000만원보다 높아졌다. 물론 2006년 평균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아파트 값 분포
요즘 한나라당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 6억원, 양도세는 실거래가 6억원이 납부 기준점이다. 도대체 이 가격은 대한민국 전체 아파트 사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일까. 전국 아파트 값을 기초로 낮은 가격부터 높은 가격 순으로 분포 곡선을 그려보았다(44~45쪽 그림 참조).

곡선을 보면 양도세 기준점 6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아파트는 조사 대상 아파트 중 상위 2.1%에 불과했다. 상반기만 놓고 보면 양도세는 국민 100명 가운데 2명만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된다.

종부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에 비해 낮게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비싼 아파트일수록 그렇다. 만약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70%를 반영한다고 했을 때, 실거래가 8억5000만원이 된다. 예를 들어 경기도 분당 샛별마을 아파트 17층 집에 여기에 해당되는데 실제 이곳 공시가격은 6억~7억원이다. 이 지점에 드는 아파트는 상위 0.7%이다. 100채 가운데 한 채도 안 되는 비율이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대로 종부세 기준이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 어떻게 될까. 실거래가의 70%로 보면 실거래가 12억8000만원이 기준점이 된다. 예를 들어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13층(올해 2월 매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곳 공시가격은 실제 9억~10억원이다. 이 기준점보다 비싼 아파트는 겨우 0.2%이다. 대한민국 아파트 500채 가운데 한 채꼴이다.

서울시 최저가 아파트
"서울에는 5000만원짜리 아파트도 없다"라는 말이 정설이지만, 이번 조사에서 가장 싼 서울 소재 아파트는 3000만원이었다. 구로구 구로동 남구로역 인근에 있는 조성빌라 4××호가 이 가격에 팔렸다.

엄밀히 말해 이 집은 아파트라기보다는 다세대주택에 가깝지만 법으로 5층 이상 연립주택은 아파트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 포함됐다. 이런 '무늬만 아파트'는 서울 시내 곳곳에 있는데 왜 이 조성빌라가 최저가 아파트로 꼽힌 것일까. 인근 ㅁ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이복순씨는 "원래 이 동네가 판자촌이었다. 골목마다 공동화장실이 있고 비만 오면 강물이 범람했다. 그러다 청계천 개발 때 집이 철거된 주민들이 이 마을로 강제 이주하면서 당국이 건축 허가를 막 내줬다. 그래서 방이 작은 다세대주택이 많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동네에 주차장이 없어서 차를 둘 곳이 없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서울 최저가'로 지목된 그 집은 전용면적이 22㎡였다.

지역별 최고·최저가 아파트
지난 2월과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시 구별 최고가·최저가 아파트를 뽑아봤다. 용산구의 LG한강 자이, 광진구의 워커힐 등이 '우리 동네 랭킹 1위' 아파트로 눈에 띄었다. 강남권에서 최저가 아파트는 9000만~1억원대였다.

지난해까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하고 가장 비싼 아파트는 부산해운대구 현대베네시티(15억원)였다. 올해 상반기 최고가 비수도권 아파트는 대구 수성구의 태왕아너스(13억원)였다. 부산 지역 최고가 아파트는 거품이 빠지면서 외려 10억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무려 30% 이상 폭락한 것이다. 한 때 해운대에는 분양가가 56억원에 달하는 슈퍼펜트하우스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했다. 해운대 아이파크는 올해 2월까지 계약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초고가 아파트의 거품 붕괴에도 불구하고 부산 전체 아파트 평균값은 1억33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300만원가량 올랐다.

불평등 지수
가계소득 불평등도를 측정할 때 사용되는 '10분위 분배율'을 이번 아파트 가격 분포에 적용시켜봤다. 10분위 분배율은 최상위 소득 10% 계층의 소득 합계를 최하위 소득 10% 계층의 소득 합계로 나눈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파트 값 최상위 10%의 가격 합계를 최하위 10%의 가격 합계로 나누면 아파트 10분위 분배율이 산출된다.

계산 결과 아파트 분배는 2006년 이래 꾸준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15.8이었던 10분위 분배율은 2007년 12.5에서 2008년 상반기는 11.7로 낮아졌다. 이는 상위 10%의 평균 아파트 값이 하위 10%의 평균 아파트 값보다 11.7배 더 비싸다는 말과 같다.

10분위 분배율이 낮아지는 것은 조세정책 등으로 10억원대 이상 아파트의 거품이 빠지는 반면, 전체 아파트 가격은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올해 종부세나 양도세 기준점이 바뀐다면 2006년 이래 집행해온 정책 기조가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파트 시장구조에도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