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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기에 '값 싼 내 집 장만' 하기

여행가/허기성 2008. 9. 11. 15:49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택시장은 꽁꽁 얼어있다. 대한민국은 ‘부동산세일 중’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매물이 늘고 가격이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일부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는 연초 대비 20%까지 하락했다. 매물 홍수 속에서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은 시장상황에 주시하며 내 집 마련의 적정 시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금 살까? 아니면 더 기다릴까? 불확실한 주택시장에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은 늘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필자의 경험 상 부동산 불황기에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은 저가매수의 기회를 잡는 안목을 넓히는 시기로 활용하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침체의 골이 깊을 때에는 다양한 저가매입 수단을 찾아낼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올 연말까지 시장을 관망하면서 값싸게 사들일 수 있는 몇 가지 수단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을 값싸게 사들이는 합법적인 방법은 다양하다. 청약과 미분양, 재개발과 뉴타운, 단독택지 등이 있지만 그중 기본적이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다섯 가지 저가매입 수단에 대해 알아보자. 내 집 마련은 장기플랜에 따라 움직여야 하므로 너무 주류만 쫓기보다 ‘비주류’ 투자처에 대해서도 알아두는 것이 유리하다.


급매물 - 불황기답게 급매물이 넉넉한 상황이다.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더 좋은 조건의 값싼 급매물을 매입하는 것이 돈 버는 지름길이다. 장기간 거주할 실수요자라면 가격이 급락한 지역을 찾아 내 자금에 맞는 초급매물을 찾아보자. 급매물은 관심 지역 내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와 친분을 가지고 최소한 6개월 이상 가격변동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 매입하지 않더라도 꾸준하게 발품을 팔아 매물상황을 눈여겨보자.


특히 호재지역이지만 수개월동안 거래가 없어 가격조차 잘 형성되지 않는 때가 가장 값싸게 매입할 호기다. 대출규제, 전매제한, 각종 세금을 통한 거래와 수요억제 정책 때문에 급하게 팔려고 내놓은 부동산은 사고자 하는 사람이 중심이 돼 거래된다.


급매물을 잡을 때는 파는 이유부터 확인하자. 해외이주나 이민, 직장이동, 융자금연체, 질병, 실업 등 이유라면 더 낮은 값의 가격조정이 가능하다. 특히 부동산대출 연체 때문에 나온 급매물은 매도자가 급한 처지다. 대출금 상환이 늦어져 경매나 공매 직전까지 내몰린 부동산이라면 시세 보다 훨씬 싸서 경매 낙찰금 수준에서 매입이 가능하다. 직접 매수자가 협상하는 것보다 중개업자를 개입시키면 훨씬 싼 값에 매도를 유도한다.


조합아파트 - 조합아파트는 청약통장이 없이도 일반 분양물량에 비해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어 분양가상한제 시대의 틈새상품으로 꼽힌다. 조합원은 입지여건 좋은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고 아파트 평형․타입별, 동․호수 우선 추첨권이 있어 유리하다. 올해만 약 4300여 세대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물량도 풍부한 편이다.


주택조합은 전용면적 60㎡ 이하 및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고 공동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청약저축 가입여부와 관계없이 지역단위로 하여 조합을 설립하는 제도이다. 대개 지역․직장․임대․리모델링조합으로 나뉘는데 지역주택조합이 대부분의 사업장을 차지한다.


미리 조합원 요건(해당 지역 6개월 거주 등)을 확인하고 추가 분담금 발생 여부 및 투자금액을 확인해보고 조합 가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아무리 호조건의 투자처라도 조합원 자격에 결격이라면 가입할 수 없다. 가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지에서 터무니없는 용적률로 사업을 추진하다 사업성이 낮아 아파트 건립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지의 용도지역 확인과 함께 조합의 토지 매입상황을 확인해 보고 불공정한 약관내용이 있는지 계약서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경매․공매 - 한동안 인기를 구가했던 경매와 공매시장은 요즘 인기가 주춤하다. 경기 침체로 경매물량이 쌓이고 있다. 대출 이자를 견디지 못해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거래가 되지 않고, 금융기관과 채권자들이 담보물건에 대한 채권회수를 서두르면서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매건수는 늘고 낙찰가율이 떨어져 실수요자들이 싼 값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회 유찰해 감정가의 80%선에 나온 경매물건이 대부분이고, 2회 이상 유찰돼 30% 값싼 경매물건도 늘었다. 침체기 때 빛을 발하는 떨이시장이 경공매시장이다. 과거에는 대출이자 부담이 있어도 주택 값이 올라가 걱정을 덜했지만 이제 가격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금융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경공매로 넘겨야 하는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공매 물건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 숨은 함정에 주의하면 값싸게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저가매입처이다. 대법원 경매 사이트와 유료 사설사이트에는 경매정보가 잘 정리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권리분석이 쉬운 ‘식은 죽 먹기’ 경매물건을 고를 수 있다. 시세 대비 15~20% 정도 값싸게 살 수 있으므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물건검색을 해보자. 내 집 마련 자금이 부족하면 감정가의 50~60%대에서 경락잔금대출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금융기관 부실자산 - 부실자산이란 금융기관이 개인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서 저당권을 설정했지만 채무자가 돈을 제때 갚지 않아 경매를 부쳐야 할 경우 경매를 부치기  전에 담보물 소유자가 일반 매매로 내놓은 부동산이다. 기존 소유자의 저당권 등 채무를 안고 사거나 매매대금 납부 후 담보를 풀 수도 있는데 이는 ‘금융기관 담보물 매매물건’이라 한다. 또 금융기관이 부실자산 경매를 통해 직접 인수한 부동산을 ‘유입자산’이라 한다.


매물은 금융기관과 부동산소유자가 협약에 가입한 후 금융권 사내외 거래망을 통해 내놓거나 경매 정보업체와 계약을 맺고 홈페이지를 통해 매물을 공개 매각한다. 매물은 지역 공인중개사의 중개로 일반에게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된다. 경매직전 급하게 내놓은 부동산이기 때문에 거래시세보다 5%에서 많게는 20%까지 싸다. 법원경매보다 간편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살 수 있어 내 집 마련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금융기관은 담보물을 팔기 전에 미리 주택 임대차조사를 마친 상태이며 매각담당 공인중개사의 책임중개로 하자 없는 부동산을 중개하므로 일반매매처럼 초보자도 손쉽게 매입할 수 있다. 아파트 ․ 빌라 ․ 단독주택 등 종목에 따라 다양한 매물이 공급되나 아직 물량이 많지 않은 단점이 있다. 매각부동산의 감정서와 시세정보를 비교해보고 각종 공부를 통해 기본적인 하자유무를 파악해 시세보다 얼마나 싼지를 파악한 후 투자를 결정하면 된다.


대물변제 - 건설사나 시행․시공사가 하도급 업체에 공사를 맡겼으나 자금난에 봉착해 공사대금을 주지 못해 공사금 명목으로 주는 부동산을 대물(代物) 부동산이라 한다. 하도급업체가 현금 확보용으로 되팔면서 유동성확보 차원으로 시중에 매물로 나오게 된다. 주로 해약분, 잔여물량, 미분양 물량 중에서 시중에 나오는데 대부분 시중 급매물 수준 이하로 나와 시세보다 20~30% 싼 게 보통이다. 5채에서 10채까지 묶음판매 형태로 매물이 나오며 가격조정도 가능하다.


대물용 매물은 주로 미분양 공사현장 인근 중개업소나 사업지 공사담당 책임자가 급매물 형태로 매물을 알선한다. 가격이 현저하게 낮게 나온 탓에 공개적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따라서 대물변제용 매물을 찾으려면 매물출현 여부를 꾸준하게 파악하고 관심 지역 내 매물은 미리 매수의향을 밝히고 기다려야 값싼 매물을 잡을 수 있다. 

 

대물변제 매물 중에는 딱지형태로 거래되어 권리 상 하자가 발생할 수 있고 이중분양과 같은 사기성 매물도 종종 거래되는 게 사실이다. 분양보증 대상이 아니어서 추후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할 수 있고 매매알선 중개업자의 말만 믿고 일괄위임하면 횡령과 사기사건에 휘말려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가장 확실한 투자방법은 시공사와 투자자 본인이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은밀하고 비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시장인 만큼 시공․시행사의 신뢰도와 함께 공사 진척 상황도 꼼꼼히 체크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