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부부… 이 세상의 험한 다리를 건너는 동안 부부는 그 어떤 동행보다 가까워야 하지 않을까.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대적하고 나를 멀리하고 외면해도 언제나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내 편이어야 한다. 내 편이라고,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던 남편이, 아내가 내 편이 아닌 자리에 서 있을 때, 부부는 가장 가까운 벗이요 동행이 아니라 원수 중의 원수가 되고 만다.
한 집에서 함께 살되 한 상에서 밥을 먹고 한 이부자리에서 누워 자면서도 그것은 적과의 동침이 되고 만다. 한 번 틈이 벌어진 관계는 그 틈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오래된 틈일수록, 깊이 배이고 아파서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깨어지기 전에, 잃어버린 뒤에 후회하기 전에… 한 발짝씩 양보하면서 낮아지면서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결혼 초기에 우리 부부는 참 많이 싸웠다.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고 파악을 하지 못한 까닭에 오해하고 곡해하고 실망하고 분노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알게 모르게 건드렸고 그 상처는 조금만 건드려도 크게 아파했다. 서로 미워하고 아파하면서 후회하고 싸우는 것도 지쳐갔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 상대방을 알아가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다 보니 언제부턴가 이 사람이 나랑 가장 잘 맞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랑 안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나와 가장 잘 맞는 상대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서로에게 맞춰가면서, 이해하고 내려놓으면서 발견한 것이었다. 언젠가 남편이 그랬다. "여보, 내가 십자가 밑에 더 내려갈게요!" 그 말은 나를 감동시켰다. 남편은 요즘 나를 '국보 제1호'라고 부른다.
인생이라는 등산길, 동행있어 좋지 아니한가
언젠가 재부가 "처형의 삶이 엑티브해 진 것 같아 보기가 좋아요'하고 말했었다. 그랬다. 내 생활은 새로운 활기와 모험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활기차고 역동적인 생활을 만들어주었다. 대부분 세월이 많이 지날수록 부부는 같은 취미가 없으면 서로 데면데면하고 겉돌기 마련이다. 따로 따로 놀기 마련이다.
공동취미가 없으니 대화가 별로 없고 함께 뭔가를 한다는 즐거움과 그 일을 하기 위해 대화하고 팀워크를 이루어 몰입하는 것이 없게 된다. 하지만 공동취미가 있으면 보다 생활에 활기가 있다. 등산은 부부가 함께 하는 취미로 최고인 것 같다. 역동적이고 활기찬 생활을 만들어 줄 뿐 아니라 부부가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다음 산행은 어디로 갈까 계획을 함께 짜고 산행준비를 하면서 대화가 많아진다. 또한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워서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취미를 개발하기도 한다. 산행을 하다보면 땀 흘리면서 한 발 한 발 산으로 오르다보면 미끄러운 곳, 험한 바위 같은 곳에서 남편이 손을 잡아 이끌어주고 또 힘들지만 함께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리고 그 모든 것을 함께 나누다보면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고 소중해진다.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멋진 일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삶도 단순해지는 것 같다. 단순함 속에 풍요로움이 있다. 산행을 하려면 꼭 필요한 물건만 배낭 안에 챙겨야 하고 옷도 편하고 기능적인 것에 신경을 쓴다. 이런 것을 반복하다보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물건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 단순하게 편하게 입는 것이 좋아지게 되고 생활패턴도 단순화 된다.
생활도 옷차림도 단순 소박해지고 복잡한 것이 싫어진다. 산에 가면 심신이 건강하고 건전해지고 맑아진다. 자연을 누군가는 의사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자연은 사람의 마음과 몸을 치유한다. 부부간의 사소한 다툼이나 갈등이 있다 해도 함께 등산하다보면 그 마음의 응어리는 흙과 바람과 햇볕과 나무… 그 대자연 앞에서 스르르 풀어지고 만다.
함께 걸으면서 대화하면서 화해되고 서로 손을 맞잡고 걷다보면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쉬는 날이면 함께 등산하는 것이 기다려지고 기대가 되고 또 이번엔 어떤 산으로 갈까 둘이 함께 의논하면서 머리 맞대고 의논하면서 대화의 창을 열고 목적지로 오가는 그 모든 것들이 함께 함으로써 애정은 더 굳건해진다. 대화의 창이 항상 열려있고 함께 하는 것이 소중하고 즐겁다.
가끔 남편과 함께 등산을 하다보면 부부가 나란히 등산하는 것을 종종 볼 때가 있다. 가다 지치면 함께 쉬고, 또 앞서가던 남편이 뒤처지는 아내를 기다려주고, 바윗길에서 손잡아 끌어주는 모습을 볼 때 참으로 아름답다. 가슴 뭉클한 감동이 이다. 나는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고 또 보면서 내 마음도 절로 흐뭇해지곤 한다.
우리 부부의 모습도 내가 저들을 바라보듯이 남들이 보기에도 행복하고 아름답게 보일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언젠가 지리산에 등반했을 때도 우리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참 보기 좋다며 부러워했다. 요즘은 부쩍 부부가 함께 등산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다. 부부가 함께 자연 속을 걷다보면, 새록새록 애정이 솟고 소중한 추억을 함께 만들어가면서 부부간의 정도 깊어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다른 표정으로 우리를 반기는 산을 만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계절마다 변해가는 자연의 변화 속에서 우리네 삶의 계절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봄을 지나 여름을 통과하고 가을도 깊어 만추, 그리고 겨울로 접어드는 인생의 계절을 내다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하게 된다.
지울 수 없는 후회와 회한으로 가득 찬 지난 삶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이 사랑해야 할 것이다. 지나온 삶을 지우개로 지울 수 없다 해도 여생을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감사함으로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더 사랑하며 살 일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남편과 아내를 금보다 귀하게 여기며 사랑하며 살 일이다.
함께 엮어온 동행 길에서 먼 후일, 돌아보면 우리의 추억의 보물창고에 가득채운 함께 해 온 추억을 하나씩 꺼내보며 인생의 만추를 풍요롭게 해야 할 것이다. 노을 지는 인생의 오후에 우리의 본향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먼 하늘 바라보며 서 있을 때, 함께 해 온 세월들 속에 채운 그 사랑의 추억들은 회한이 아니라 기쁨과 감사로 충만으로 돌아본다면 좋을 것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한 사람,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인생의 날들이 광야 같고 사막 같다 할지라도 그 광야에 꽃이 피고 새들이 지저귀고 물 댄 동산처럼 느껴지고 인생을 힘차게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는다면 그곳이 바로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작은 가정 천국이리라. 인생길 걸어갈 때, 혼자가 아니라 동행이 있어 좋지 아니한가.
동행으로 인해 험한 인생길에 서로가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기쁨이 된다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지금 그대의 아내와, 그대의 남편과 동행하는 인생길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함께 하는 취미가 있다면 더 좋지 아니한가. 인디언 속담에 이런 글이 있다. 함께 가는 길에 좋은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소개한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라.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빨리 가려거든 직선으로 가라.
멀리 가려거든 곡선으로 가라.
외나무가 되려거든 혼자 서라.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
'경제의 "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경 ‘보따리장수’서 조선족 제1의 거부로 (0) | 2009.11.24 |
---|---|
땅박사 투자크럽 (0) | 2009.11.21 |
80대 벌치기 아저씨 "이래 봬도 연봉 4천은 거뜬" (0) | 2009.10.29 |
아름다운 이는 군것질 하는법도 다르드라 (0) | 2009.10.24 |
쌍용차 인수 나선 박윤배는 누구? (0) | 2009.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