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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도시 닮아가는 2기 신도시, 문제는 실수요자가 관건

여행가/허기성 2009. 12. 24. 22:34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로 주택거래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유망단지를 중심으로 일었던 청약열기도 급랭하고 있다. 이처럼 곳곳에 적신호가 켜진 부동산 시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 바로 수도권 일대 신도시들이다. 최근 부족한 기반시설에 미분양까지 속출하고 있는 신도시 상황을 긴급 점검해 본다.]

80년대 말 분당과 일산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 1기 신도시 개발과 2000년대의 2기 신도시 개발은 질적으로 달라야 했다. 80년대 당시 주택보급률이 70%에도 이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시 개발의 초점은 주택을 양적으로 늘리는 데 있었다. 학교와 병원 등 기반시설이 아파트입주 후에 들어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주택보급 자체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2기 신도시는 이 같은 주택난이 상당부분 해소된 가운데 서울에 집적된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건설교통부와 LH 등 관계당국은 자족기능을 강화한 도시를 계획하거나 고급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2기 신도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천 검단처럼 개발단계 초기에 있는 신도시부터 인천 송도처럼 마무리 단계에 있는 신도시까지 2기 신도시들은 모두 잡음을 내고 있다. 시리즈를 통해 보도했듯 원주민에 보상이 지연되면서 첫삽조차 뜨지 못한 경우도 있고 미분양이 속출하는 고층 아파트만 대거 공급되는 경우도 있다. 신도시 개발이 사람은 없고 갈등만 넘치는 유령도시를 만드는 양상이다.

이는 건교부 등 정부당국과 LH와 지자체 등 관련공기업이 수도권의 수요예측과 효율적인 공간구조의 재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짓고보자'식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개발사업이 유치된다며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여기에 주택수요자들이 몰릴 거라며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포시의 경우 인구가 20만명인데 김포한강신도시에 공급되는 아파트에 '채워 넣어야' 할 인구는 16만 명에 이른다. 반면 서울시민을 끌어들일 만한 교통인프라는 물론, 개발계획에서 밝혔던 사업 상당수가 아직 초기단계다. 인천 송도 역시 외국인병원이 2013년 개원예정이라고 선전했지만 알고 보면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처럼 국토부와 LH 등이 민간부문의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인프라를 갖추지 않았는데도 허가를 내주는 동안 2기 신도시들은 이처럼 장밋빛 포장- > 인프라 구축 전 대거 분양- > 대규모 미분양- > 유령도시화 라는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과)는 "신도시는 그 지역 자체 수요만으로는 생존이 어렵고 서울 수요를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 "이라며 "그런데도 무리하게 사업이 확장돼 공급이 과잉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도시개발에 있어 실체 없는 '개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 위주의 사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초 신도시개발이 서울의 집값을 안정시키고 인구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만큼 새로운 도시로 유입될 만한 인구특성을 고려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은 높은 가격 때문에 서울에서 내집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을 타켓으로 개발계획을 짤 것을 주문했다. 선 부소장은 "2기 신도시의 개발목적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입지가 좋은 지역에 임대아파트나 분양가제한을 둔 서민가구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면 지금과 같은 신도시의 유령도시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성남 판교는 좋은 입지와 기반시설 등 신도시로써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을 갖췄지만 민간개발에 의한 고분양가 때문에 투자자들만 몰렸다. 오른 집값 때문에 실수요자를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입주율이 반밖에 안되는 단지도 많다. 선 부소장은 "만약 판교 지역에 임대아파트가 들어섰다면 서울에 기반을 둔 실수요자들이 대거 이동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상업단지를 비롯해 신도시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되려면 실수요자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관계 당국의 역할은 사람이 모이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