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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갑 아파트 시대는 가라!

여행가/허기성 2010. 1. 12. 21:07

 

건설사는 지금 '디자인 전쟁'
건축은 시대를 반영하는 예술이라고들 한다.
땅에 말뚝만 박고 분양해도 사람이 몰린다던 시절이 있었다. 절대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리던 그때는 내몸 하나 맘편하게 뉘일 수 있는 공간이면 그저 족했다.

최근 도시 경관을 해치는 요소로 비난을 받고 있는 성냥갑 아파트는 말하자면 주택난을 해결해야 했던 당시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빨리빨리 집을 짓기 위해선 단조로운 외관과 틀로 찍은 듯한 평면이 필요했다.

지금은 어떤가. 옷 한 벌을 입어도, 음료수 하나를 마셔도 '남과 다르게'를 추구하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의 성향이다. 디자인이 경쟁력인 시대다. 같은 기능, 같은 크기라도 튀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한다.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가 디자인적 요소를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변화 때문이다.
이미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는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이 커진 지 오래다. '나만의 집'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차별화된 새로운 평면을 개발하고 아름다운 입면을 덧입히는 등의 모습을 보자면 디자인 전쟁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밋밋하게 단지를 지으면 아예 소비자가 눈길조차 주지 않는게 현실"이라며 "아파트 외관은 단순히 보기 좋다는 느낌을 넘어 시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내부 공간 '3차원 입체평면' 구축

'디자인만으로 가치가 차별화되는 아파트'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1년 자사 주택브랜드인
아이파크를 론칭하며 디자인이 남다른 아파트 브랜드로 꾸려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 삼성동, 부산 해운대 등에서 한발 앞선 디자인 경영을 선보인 현대산업개발은 인테리어, 건축, 조경, 색채 디자인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아이파크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돼 온 디자인 경영 노하우는 지난 9월부터 분양을 시작한 99만㎡ 규모의 민간도시개발 프로젝트인 '수원 아이파크 시티'에서 빛을 발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벤 판 베르켈 등 스타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긴 디자인은 지금까지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벤 판 베르켈이 고안한 5가지 입면 디자인(파크ㆍ빌리지ㆍ시티ㆍ워터ㆍ필드)은 각각 숲의 모습, 계곡의 물흐름, 대지의 패턴, 물의 파동, 지평선 등 자연을 모티브로 설계돼 각 동간의 차별성을 돋보이게 한다. '아일랜드'라 이름 붙여진 조경 역시 튤립처럼 나뉘어진 45구역에서 꽃, 나무, 물 등 각각의 컨셉을 가진 각각 차별화된 다채로운 공간으로 표현될 예정이다.

수요자들의 생활패턴을 지속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새로운 평면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손쉽게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컨버터블 하우징', 거실을 서재로 꾸미는 '라이브러리 하우스' 등 총 467건의 평면디자인 관련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은 이번에는 모든 층의 가구가
펜트하우스의 기분을 맛볼 수 있도록 거실과 식당공간의 천정고를 높인 3차원 입체평면 '더블하이트 하우스'를 선보였다.

"외국의 경우 남다른 디자인의 주택은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받을 뿐더러 입주민들의 자부심도 높다"며 "우리나라도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개성있는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도 늘어갈 것이다"고 전한 김정중 사장의 말처럼 현대산업개발측은 앞으로도 디자인 경영을 강화해갈 전망이다.

◇ 롯데건설

지역특성 밀착형 '토털 디자인' 추구
롯데건설은 내부 인테리어에서부터 보기 좋게 만들어진 외관, 그리고 외부 조경 및 환경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토털 디자인을 추구한다.
디자인 경영 강화의 일환으로 올해 디자인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어진 주택연구소에는 40여명의 직원들이 설계, 디자인전략, 조경ㆍ환경, 인테리어, 설비ㆍ전기 5개 팀으로 나뉘어 롯데캐슬만의 디자인 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건축분야 교수 3인으로 구성된 디자인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내실을 더했다. 디자인연구소의 임수지 대리는 "사실 자기가 살 집을 고를 때 많이 따져보는 것은 내 동선에서 무엇을 볼 수 있나, 내 집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어떨까, 어떤 시설과 커뮤니티를 누릴 수 있는가라는 개인적 요소가 크다"며 "그런 사소한 부분에서 단지 전체적인 외부 환경까지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롯데건설이 주력하는 것은 바로 단지별 특화다. 아파트가 들어서게 될 지역성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컨셉을 도입함으로써 지역 밀착형 토털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다.
내년 1월 분양할 예정인 용인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는 '에코(echo)'를 컨셉으로 잡아 건축, 환경, 조경, 인테??등 단지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을 디자인해 통일성을 이루는 것과 동시에 롯데캐슬 가운데서도 차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캐슬만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2008년 선보인 롯데캐슬 게이트는 '캐슬다움'을 모든 아파트에 전달하는 핵심 디자인 상품이다. 전쟁터에서 승리한 장군이나 황제를 기리는 유럽
개선문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문주는 단지 입구에서부터 다른 아파트와 차별화되는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 고안됐다.
고대 로마건축에서 주로 사용했던 아치와 열주를 형상화한 만듦새와 돌마감으로 구성된 소재는 롯데캐슬이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중후함과 고풍스러운 느낌을 잘 표현해 준다.

◇포스코건설

건물마다 파도·대나무 가지등 형상화 '눈길'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는 그 세련된 외관과 독특한 구조물의 건축물, 잘 짜여진 도시구조 등으로 보는 이를 감탄케 한다.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업무지구 사업기획에서부터 설계, 시공, 시운전 등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해내고 있다. 또한 송도지구를 메운 각종 건축물은 대부분이 포스코건설의 손을 거치고 있어 이 도시가 아름다운 모습을 갖춰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에는 상품기획팀, 실내건축팀, 설계팀 세 파트로 구성된 상품설계그룹이 있다. 순수 디자인 관련 인원만 약 40여명이 상근하고 있으며 최근 외국 선진 디자인을 배워온 글로벌 인재를 확충하는 등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설계팀의 성낙정 차장은 "여타 회사에 비해 디자인팀의 규모나 투자가 우수하다"며 "앞으로도 외국설계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새로운 구조디자인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포스코의 설계 디자인이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포스코건설의 디자인 및 시공 역량이 총동원 되는 송도프로젝트는 주택에서 상가, 공공건물 가릴 것 없이 독특한 외관과 친환경적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혁신적인 건물 설계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콘 페더슨 폭스(Kone Pederson Fox)가 설계하고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중앙수로변 상업시설 캐널워크, 보트를 뒤집어 놓은 형상의 컨벤시아, 40만㎡의
센트럴파크 등은 모두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수여하는 GD(굿디자인)마크를 획득했다.

주거 시설로는 센트럴파크를 마주한 대지에 미국의 세계적 설계업체 HOK사가 설계를 맡아 지어지는 최고급 주상복합 더샵 센트럴파크I, II , III가 가장 눈에 띈다.
더샵 센트럴파크 Ⅰ은 한국의 전통 '바구니'와 '파도'를 형상화한 물결무늬 외관을 통해 율동적인 느낌의 통일감과 변화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며, 센트럴파크 Ⅱ는 바람에 움직이는 대나무 가지를 형상화한 휘어진 입면 디자인으로 '댄싱타워'라는 별칭을 얻었다. 하반기 분양예정인 더샵 센트럴파크 Ⅲ는 꽃잎 모양의 평면이 각 층마다 2도씩 회전하는 회오리형 주동으로 계획됐고 내부도 부채꼴 모양의 독특한 공간감을 형성하게끔 지어질 계획이다.

◇ SK건설

개인 취향 맞춤형 자유공간 10~17㎡ 제공

SK건설이 최근 선보인 신평면 '셀프디자인 존'에는 각각의 개인에게 꼭 맞는 삶의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디자인 철학이 담겨있다.
셀프디자인 존은 기존 평면에서 불필요하게 소요되는 부분을 조금씩 잘라 활용도가 높은 안방이나 거실 옆으로 가져온 10~17㎡의 자유 공간을 말한다. 이를 테면 기존 외부 발코니 등에서 제공되던 서비스 면적을 평면 가운데에 제공한 셈이다.

주택형 별로 최대 2개까지 제공되는 이 공간은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부방, 놀이방, 서재, 휴게실, 드레스룸, 내부 정원 등 다양한 형태로 꾸밀 수 있다. 같은 평형 같은 동의 아파트라도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모양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건축설계팀 김한수 부장은 "침실에서 잠을 자고 서재에서 책을 읽는 등 이름 붙여진 공간이 오히려 삶의 다양한 패턴을 다 담아내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며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순수한 공간을 제공해줬고 그것을 뭐로 쓸지는 본인이 직접 선택하는 것"이라고 개발 의도를 설명했다.

SK건설만의 세련되고 젊은 이미지를 담아낼 외관 디자인도 7개가 개발됐다. SK건설은 지난 2008년 준공된 오륙도 SK VIEW는 콘크리트 외벽을 수천 개의 타일로 꾸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 GD마크를 획득 하는 등으로 호평받은 바 있다. 이번에 외관디자인은 색깔이나 장식적인 요소를 통한 차별화보다 구조ㆍ조형미를 살리는 방향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6,700여 가구의 아파트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SK건설은 새롭게 개발된 외관 디자인 과 셀프디자인 존 등의 신평면을 수원 정자동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SK건설은 2008년 31건의 신규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한 것에 이어 2009년 12월 신평면 41건과 아파트 외관 디자인 7건을 개발, 총 48건의 등록을 마쳤다. 회사 내에서도 SK건설이 간직하고 있는 젊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견고히 하는데 있어 세련된 디자인은 필수적인 요소로 꼽는 만큼 2010년에는 더 새롭고 독특한 디자인 상품 개발을 위한 노력을 더해 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