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나눔과 소유] 조선시대에는 상속·증여세가 없었다
조선시대까지 우리나라는 농업국가 였어요. 따라서 땅은 국가의 모든 것이기도 했지요. 땅에서 곡물과 과일이 나오고, 거기에 세금을 매겨 걷는 세금으로 국가를 운영했거든요. 특히 조선시대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하여 농업을 우대했어요. 사농공상이라고 하는 서열을 봐도 공업이나 상업보다 농업을 우선시했지요. 그만큼 땅이 지닌 의미는 컸어요.
땅은 워낙 중요했기에 국가는 농사를 짓는 땅의 넓이와 곡식의 수확량을 조사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해서 전세(田稅)를 매겼답니다. 전세는 논과 밭에 매기는 세금 가운데 하나였지요.
땅! 세금을 걷는 기본 이었죠 !‘땅, 나눔과 소유’ 전시관에 들어서면 조선시대의 토지대장인 ‘석천원 전결 원장부’를 살펴볼 수 있어요. ‘석천’ 지역의 논·밭의 위치와 넓이, 소작인의 이름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을 뿐 아니라 세금 장부인 ‘깃기’도 아래에 붙어 있어요.‘화재 후 수정 소야촌 파랑동 전답안’은 큰불이 나서 논과 밭이 모두 타버린 소야촌의 땅을 조사한 문서예요. 불이 나거나 홍수 등으로 피해를 입은 곳에 대해서는 그 지역에서만 토지 조사사업인 양전을 다시 실시해 재해 정도에 맞춰 세금을 걷도록 했어요. 이처럼 조선시대에도 세무조사와 합리적인 세금정책이 존재하고 있었네요.
요즘엔… 세금 종류가 무척 다양해졌어요
조선시대 때는 농업을 주로 했기 때문에 70~80%가 땅과 관련된 세금이었지요. 하지만 요즘엔 달라요. 다양한 산업이 발달하면서 세금의 종류도 무척 다양해졌어요. 아빠 엄마가 회사에서 일을 한 대가로 받는 월급이나 장사를 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내는 ‘소득세’, 회사를 운영하면서 내는 ‘법인세’, 그리고 물건을 살 때 물건 값에 포함되어 내는 ‘부가가치세’ 등이 아주 중요한 세금으로 꼽혀요.
2008년에 걷은 세금은 모두 167조3000억원 정도였어요. 이 가운데 부가가치세가 43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아요. 법인세와 소득세가 30조원대로 그 뒤를 이었고요. 이들 3대 세금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이 무려 71.4%나 됐어요. 하지만 땅과 건물 같은 부동산에 관련한 세금 비중은 상당히 낮아졌대요. 2007년 자료를 보면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의 비중이 18% 정도예요.
판소리 ‘흥부전’은 “놀부는 부모생전 분재전답을 홀로 차지하고 흥부 같은 어진 동생을 구박하여…”로 시작해요. 여기에 나오는 ‘분재’가 바로 재산을 나눈다는 의미랍니다.
‘분재기’에는 재산을 나눠준 내용이 자세히 실려 있어요. 재산을 나눠주는 이유, 자녀마다 상속받을 땅과 노비, 솥 등 가재 도구까지 적혀 있고 마지막에는 부모와 자녀, 증인과 문서기록자의 이름, 서명까지 해두었네요.
‘이씨분재기’는 우리가 잘 아는 이율곡의 외할머니인 용인 이씨가 신사임당을 포함한 5명의 딸에게 골고루 재산을 나눠준 것을 적었어요. 외손자인 이율곡에게까지 재산을 물려주었다고 나오네요. 아들이 없어 외손자가 가문의 조상에게 드릴 제사를 맡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나눔! 딸에게도 똑같이 재산을 분배했어요
예절을 중시했던 조선 시대에는 조상을 모시는 후손을 무척 소중히 여겼어요. 그래서 이 후손에게 땅과 노비를 먼저 물려준 다음 아들·딸 구별없이 나머지 자녀들에게 똑같이 재산을 나눠주었대요. 조선 시대 때 나라를 다스리는 바탕이 된 ‘경국대전’에도 자녀들에게 재산을 공평하게 분배토록 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고 해요. 하지만 조선 후기로 가면서 딸보다 아들, 특히 첫째 아들에게 많은 재산이 돌아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안승준 박사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기보다 제사를 지내는 사람을 우대했기 때문”이라고 들려주네요
그런데요, 축하할 만한 일이 생길 때에도 재산을 나눠주었대요. 자식이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시험에 합격하면 가문의 경사잖아요. 대학 시험에 합격한 여러분의 형이나 누나들이 엄마 아빠가 좋은 선물을 해주거나 용돈을 두둑하게 주는 것과 비슷하네요. 그리고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을 때처럼 경사스러운 일이 생길 때도 재산을 나눠주었고요.
그럼, 세금은 어떡하죠? 조선시대 때는 상속·증여세가 없어 세금을 내지 않았대요.
요즘엔… 아들·딸 구별 없이 똑같이 나눠요
요즘에는 부모님이 물려준 재산을 똑같이 나눠받아요. 옛날처럼 큰아들이 더 많이 받는다든지 하는 것은 없어졌지요.
그렇지만 유언장을 남길 경우에는 재산을 물려받는 게 달라질 수 있어요. 재산을 물려받을 때 내야 하는 상속세·증여세 비율은 최저 10%에서부터 최고 50%까지 5단계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1억원 이하일 때는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로 되어 있어요.
이처럼 물려받는 재산이 많을수록 세금을 내는 비율은 높아져요.
만 19세까지의 자녀에게 1500만원까지 증여를 할 경우 세금을 내지않아도 돼요. 그리고 요즘에는 땅·아파트 같은 부동산
뿐 아니라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도 있어요. 주가가 쌀 때 이런 경우가 많아요. 그래야 증여세가 줄어들거든요.
소유! 양반 땅이라도 매매는 노비가 했대요
조선시대는 원칙적으로 나라 안의 모든 땅이 왕의 것이라는 ‘왕토사상’이 지배하는 왕조시대였어요. 하지만 실제로 모든 땅을 나라가 관리하고 소유하기는 어려웠지요. 나라에 공을 세운 양반에게 토지를 나눠주기도 했고, 농민들 중에서도 자기 땅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조선시대는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사상이 발달해 있을 때여서 양반들은 땅을 사고파는 걸 꺼렸다는 점이에요.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한 거죠. 이 때문에 노비를 시켜 토지를 사고팔았어요. 조선시대 노비들은 중요한 재산이면서 집안일을 맡아서 했기 때문에 이들이 나섰던 거예요.
1847년 3월 15일에 작성된 ‘토지매매명문’을 보면 이생원 댁 노비인 금쇠가 백생원 댁 노비인 휼덕에게 밭을 팔았네요. 실제 거래자는 이생원과 백생원이지만, 매매 문서에는 노비의 이름을 올린 거예요. 거래를 대신해 주는 노비에게는 ‘패지’로 불리는 매매 위임장을 써주었지요. 체면을 중시한 양반들은 나라에 세금을 낼 때도 노비 이름으로 내기도 했어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부모님이 돌아가셔 상을 치르는 동안에 땅을 사고팔 경우에는 매매문서에 수결, 즉 사인이나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 대신 ‘상불착(喪不着)’이라고 해서 “상중이라 서명을 생략한다”고 적어 두기도 했어요.
요즘엔… 토지 거래를 위해 공인중개사 제도가 발달했어요
얼마 전까지는 땅이나 집을 팔려면 복덕방에 들러야 했어요. 하지만 ‘복덕방’이란 단어는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 버렸지요.
이젠 그 일을 나라에서 치르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공인중개사들이 맡아서 하거든요.2009년 6월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을 딴 사람들은 모두 27만618명이나 된대요. 하지만 이 가운데 7만3250명이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려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27%밖에 안 돼요.
자격증 10개 중 7개 이상이 장롱 속에 갇혀 있는 셈이네요. 나중에 회사를 그만둔 다음에 차리겠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지요.
공인중개사 사무실은 대부분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선 곳에 많이 있어요. 그 이유는 대부분의 공인중개사들이 땅보다는 아파트를 사고파는 데 관심이 높다는 뜻이지요.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는 확률도 높고요. 그리고 아주 돈이 많은 부자들은 아예 재산 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어요. 재산이 많으면 관리하는 게 복잡한 데다 혹시 재산 다툼이 벌어지더라도 척척 해결해 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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