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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간 도시 아가시의꿈

여행가/허기성 2005. 7. 31. 10:14
시골로 간 도시 아가씨의 꿈

겁도 없이 홀연 단신으로 시골로 내려간 도시 아가씨가 있습니다.
강원도 횡성 신대리의 마을 총무이면서 마을 펜션을 운영하며 소박하지만 대견한 꿈을 키워가고 있는 그녀의 시골살이 이야기 입니다.

횡성에서 441번 지방도를 타고 갑천을 지나 129번 지방도를 따라 계속가다 보면 도로가 끝나는 곳에 이르게 됩니다. 그곳이 신대리입니다. 흔히 신대리 종점이라고 하는 그곳에서 아직 여물지 않은 꿈을 펼치려 작지만 아름다운 나래 짓을 시작하려는 도시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신대리 종점은 버스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지만 도시 아가씨, 이경재씨는 버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그 길을 따라 횡성에서 가장 높은 태기산에서 당찬 큰 꿈을 펼치려 시골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이경재씨의 고향은 그녀가 현재 살고 있는, 횡성이 아닙니다. 그녀는 순수한 서울토박이입니다. 대개의 노후에 시작하는 전원생활자들과는 달리 그녀는 아직 스물일곱의 나이입니다. 무엇보다 도시의 편리함에 너무도 익숙해져 고향이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세대입니다.

그녀는 신대리의 여행객이 아니라 엄연한 마을의 한 일원으로 작년 4월부터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의 현재 주민등록증의 주소는 분명히 그곳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신대리입니다.

고향을 만든 X세대 아가씨

이경재씨가 횡성 신대리에 정착하게 된 계기는 3년 전에 이미 그곳에 터를 마련하고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의 아버지 때문입니다.
횡성에 어떤 연고가 있어서 그녀의 아버지가 그곳에 터를 마련한 것은 아닙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의 아버지는 한 번 그곳에 들렀다 반해 아예 그곳에 눌러 앉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가족 모두가 함께 옮겨 간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아버지만 그곳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서울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아직은 없었기에 여전히 서울에 살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두 집 살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녀는 적적해할 아버지를 위해 신대리를 자주 찾아갔습니다. 무엇보다 그녀 자신도 신대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했습니다.
“저런 산길을 보고 있으면 어릴 적 추억이 마구 샘솟아 가슴이 벅차오른단다.”
딸에게 하는 아버지의 그 한 마디가 그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셨겠지만 누가 듣던 상관없이 내 뱉으시던 그 말씀에 저는 갑자기 가슴이 매어지는 거예요. 아! 나는 시골을, 고향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뼈저리게 느껴지면서 저도 시골을 알고 싶었고, 고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아버지의 그 평범한 말이 너무도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먼 후일 그녀가 지금의 아버지 나이가 될 때 쯤 자신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추억을 가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곤 슬프기 까지 했습니다.

추억이 없는 곳에 고향은 없습니다. 서울이란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요즘의 세대에게 고향이란 의미는 그저 태어난 곳이란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경재씨 역시 X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로 자신이 나고 자란 서울은 말뿐인 고향이지 진정한 의미의 고향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그녀는 고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니지만 그녀에게 있어 신대리는 너무도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들어 주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골의 아름다운 환경 시골풍경들을 담고 담아, 더욱 더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들 것입니다.

시골에 이루려는 도시 아가씨의 꿈

이경재씨는 아버지와 함께 신대리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마을에서 함께 살아갈 뿐 한 집에서 살지는 않습니다. 순전히 스스로가 독립하여 시골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신대리에서 마을 총무를 맡고 있으며 마을에서 지은 펜션, ‘깨끗한 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사일로 바쁜 것도 그렇지만 대부분이 노인인 마을에서 펜션을 짓기는 했지만 운영까지 하기에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펜션은 한참 동안 방치되어 오다 마침 그녀가 적격이다 싶어 마을 어른들은 펜션 운영을 그녀에게 맡기게 되었습니다.

시골로 내려온 젊은 아가씨가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의심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가 마을을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귀엽고 대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마을 펜션 운영을 비롯해서 마을 일에 열심인 것은 마을 어른들에게 잘 보이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입니다.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 그녀는 여느 젊은이들과는 달리 시골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시누대(신대리의 우리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곳을 지키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구요.”
그녀의 꿈은 신대리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발전은 마구잡이로 이루어지는 개발의 의미가 아닙니다.
현재의 너무도 아름다운 신대리의 자연모습 그대로를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저 뜬금없이 생겨난 꿈이 아닙니다.
“도시와 전혀 다른 모습의 시골 자연을 보게 되었고, 그런 곳에 사는 시골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 사람들의 마음이란 거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도시 사람들의 마음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마을 분들을 만나고 있으면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골의 자연을, 그리고 그런 자연 속에 살아가고 있는 순수한 시골사람들의 마음을요.”
감춰둔 속말을 하는 것처럼 부끄러웠는지 그녀는 이내 뜬금없는 말을 합니다.
“4년, 그리고 10년이에요.”

무슨 말인가 싶었더니 그녀가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이루어지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4년 안에 신대리만의 독특한 점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오도록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녀가 환경을 생각하고 그러한 공부를 하는 것은 그때를 위한 것입니다.

변함없을 10년 후의 신대리

10년 후는 그녀의 꿈이 완성되는 시간을 말합니다. 당찬 그녀의 꿈은 이미 그 과정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신대리에서 불과 1년 반을 산 마을 총무 겸 ‘깨끗한 집’ 펜션 대리 사장은 올 4월에 개최된 도농교류페스티발에서 신대리를 널리 알린 일등공신이었습니다.

도농교류페스티벌 참가 주도를 그녀가 했다는 것은 그녀의 시골살이가 어린이 소꿉놀이처럼 장난이 아니라 진실 되고 진지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학교 수업을 위해 그녀는 일주일에 이틀을 서울에서 보냅니다. 함께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나 선배들은 그녀를 ‘횡성댁’이나 ‘미스 강원’으로 부릅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별칭이 좋기만 합니다. 시골에 살면서 가끔씩 서울에 오는 그녀는 마을의 정보통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불과 이틀이지만 신대리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그녀를 가슴 설레게 합니다.

홀로 펜션에서 살아가는 그녀는 처음엔 적막하고 조용한 그곳이 무섭기만 하더니 이젠 너무 조용하다는 이유 때문에 무섭기는 커녕 편안합니다. 시골이란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나이 많은 어른들을 대하는 것이 가장 힘들게 느껴지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을 그녀는 믿고 있기에 시골살이가 즐겁기만 합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신대리의 10년 후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그녀가 그곳에서 살아가는 동안에는 변함없이 지금의 모습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