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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마다 전해오는 "캠퍼스전설"

여행가/허기성 2006. 1. 4. 20:21
대학마다 전해오는 ‘캠퍼스 전설’
 


엉덩이가 맞으면 궁합이 좋고, 기차꼬리를 밟으면 애인이랑 잘 되고, 혼자 걸어가는 여학생을 보면 깨진다? 대학마다 전해져오는 전설이다.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대학생이라면 꼭 알아둬야 하는 전설. 대학교 전설 속으로 들어가보자.

 

◇사랑에 관한 전설=경희대 ‘선동호’는 사랑을 결정지어주는 호수로 통한다. 짝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이 호수를 거닐면 반드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반대로 사귀고 있는 연인들이 이 호수를 거닐면 헤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이러한 소문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높다. ‘선동호’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남녀에게 애틋한 감정이 피어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한 것은 아닐지.

인하대 본관 앞 잔디밭에는 사시사철 궁합을 봐주는 신통한 나무가 한 그루 있다. ‘궁합나무’라고 불리는 이 나무는 가운데가 푹 파인 U자 형상을 하고 있는 20년 된 향나무. 커플이 앉아서 폭 55㎝의 이 나무에 엉덩이가 딱 들어맞으면 궁합이 맞는다는 전설이 있다. 이 때문에 날씨가 좋으면 나무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커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수많은 커플이 앉아본 나무라 마치 니스를 칠한 것처럼 반들반들하다. 그러나 학생들의 평균 신체사이즈가 점점 커짐에 따라 이 ‘궁합나무’에 꼭 들어맞는 학생은 그리 흔치 않은 것이 단점이다.

 

고려대에는 ‘다람쥐길’이 있다. 서관에서 법관으로 가는 경로에 있는 이 길은 종종 다람쥐가 눈에 띈다하여 다람쥐길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커플이 길을 지나가다가 다람쥐를 보면 평생간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아무사이도 아닌 남녀가 지나가다 다람쥐를 봤을 겨우 사귀게 된다는 전설도 얽혀있다.

◇커플들이 꺼리는 곳=캠퍼스에는 커플을 위한 명당만 있는 게 아니다. 커플들이 꺼리는 곳도 있다. 한동대 캠퍼스 커플들은 언덕에 있는 바위에 앉으면 사랑이 깨진다는 풍문이 있는 효암관 옆 ‘폭풍의 언덕’엔 가지 않는다.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내 ‘망각의 숲’도 기피하는 장소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모두 잊을 수 있다’는 이 숲길을 함께 걷는 연인들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대학교 정문과 법대·공대 10호관을 잇는 길은 공중에서 보면 하트모양이라 ‘러브로드’라고 불린다. 특히 수풀이 우거진 호젓한 법대 앞길은 연인들이 자주 찾는 길 중 하나인데 ‘연인이 이 길을 걷다가 혼자 걸어오는 여자를 만나면 깨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 때문에 커플들은 이 길을 걸을 때 특히 조심한다. 그러나 법대 여대생들은 샛길을 두고 꼭 이 길을 혼자 걸어 다녀 눈총을 받기도 한다.

◇전설속의 로맨스=서울여대 ‘삼각숲’은 로맨틱한 전설이 전해진다. 서울산업대 자리에 서울대 공대가 있었을 당시, 서울여대 재학중이던 학생이 육사 생도와 서울대 학생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학교 축제 날, 서울여대 학생은 서울대생을 초대했는데 마침 외출 허가를 받은 육사 생도가 학교를 방문하였다. 얄궂은 운명의 장난으로 세 사람은 ‘삼각숲’ 입구에서 마주치게 되었고, 이런 사건을 계기로 이 곳은 ‘삼각숲’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기차꼬리를 밟아라=추억 속에 묻힌 전설도 있다. 이화여대 이화교 전설이 대표적인데 지금은 이화교가 사라져 그야말로 전설이 되었다. 이화교가 있을 당시에는 기차가 관통하는 이화여대 정문의 이화교 위에서 기차꼬리를 밟기 위해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여대생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마지막 열차칸이 지나갈 때 그 꼬리를 밟으면 ‘수험생은 시험에 붙고, 커플은 잘 된다’는 전설이 내려왔기 때문. 이 전설은 워낙 오래 전부터 내려온 터라 해마다 이화여대 시험을 치고자 하는 수험생들은 꼭 한번 들러보는 곳이기도 했다.

◇사람에 얽힌 전설=사물이나 장소가 아닌 사람에 얽힌 전설도 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3층 통로에는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매일같이 신문을 읽고 그에 대한 견해를 설파한다. 이른바 ‘시국청년’이라 불리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아무도 제지를 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시국청년에 대한 갖가지 소문이 나돌 정도다. 허름한 옷차림이지만 원래는 부자여서 저녁이 되면 운전기사가 데리러 온다는 소문에서부터 죽은 자녀가 서울대 학생이었다는 소문까지 그 범위는 다양하다.

한편 이화여대 앞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베토벤 아저씨’가 있다. 이대역 3번 출구 계단에 서서 긴 시간 동안 오고가는 학생들만 쳐다볼 뿐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

머리모양이 베토벤과 흡사하기 때문에 베토벤이라 불리는 그 또한 갖가지 소문이 무성하다. 죽은 첫사랑이 이대생이었다는 소문에서부터 미모의 여대생을 스카웃해 간다는 소문, 모차르트 청년(이대 앞에서 노래부르는 남자)의 아버지라는 농담 섞인 말까지 다양하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경희대에는 항상 손에 가위를 들고 다니며 신분도 거주지도 확실치 않은 여인이 학교를 돌아다녔다. 그녀는 예쁜 여자만 보면 가위로 머리를 잘라버려서 학생들은 그녀를 ‘가위손’이라 불렀다. 간호사였던 그 여인은 자신의 월급의 대부분을 가난한 남자친구의 뒷바라지에 썼다.

그 후 남자친구는 경희대에 입학했지만 대학생이 된 후 그녀를 버리고 캠퍼스커플이 되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변심에 그녀는 정신이 이상해져 버렸고, 그 후 경희대에 나타나 이러한 행동을 해왔다. 사랑의 배신이 남긴 이 이야기는 학생들의 마음에 슬픔을 남긴 채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