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 |||
“리더는 내색할 수 없다. 속이 타도, 분노가 끓어도, 죽을 만큼 괴로워도 웃어야 한다. 어느 날 어느 순간 마음 편하게 소주 한 잔 기울일 상대를 찾아 수첩을 뒤적거려보지만 전화를 걸 만한 마땅한 사람도 없다. 일은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지만 타는 속을 식혀줄 그 무엇이, 그 누군가가 없다. 업무로 만나는 사람을 붙들고 속마음을 털어놓겠는가 아니면 신임하는 직원을 앞에 두고 횡설수설하겠는가.” 언제나 강인하고 거대해 보이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애환을 구구절절 풀어놓은 서광원씨의 ‘사장으로 산다는 것’(흐름출판)이 요즘 CEO들 사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출간된 이 책은 CEO가 친구들에게 가장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선정되면서 3만권의 판매부수를 올리며 장기 스테디셀러를 예약하고 있다. CEO는 기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를 타고 값비싼 음식을 먹으며 화려한 사무실에 개인 비서까지 둔다. 직원을 머나먼 곳으로 좌천 보내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기도 하는 막강한 권력자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CEO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고달픈 존재라고 말한다. 다국적 기업인 한국EMC에서 오랫동안 CEO를 지냈던 정형문 전 회장은 몇년 전 자신이 주도했던 구조조정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미어진다고 고백한다. “저는 2000년과 2001년 두 번에 걸쳐 정리해고를 단행했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을 겁니다. 해고 대상자의 심정은 어떨 것이며 그들 가족들은 어떻게 합니까. 밤에 잠이 안 왔습니다. 한 명이라도 해고를 안 시키려고 온갖 고민을 다 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아무도 몰라요. 사장 마음은 사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이처럼 CEO가 겪는 갈등을 절절하게 표현한 대목은 독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사업이 번창하면 할 수록 CEO는 더욱 어려운 결단들을 내려야 하고 더욱 외로워지게 마련이다. 대부분 CEO들의 상황은 황무지와 같다. 마음속에 들끓는 크고 작은 고민거리를 상의할 사람이 없다. 배우자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고 친구들과는 서먹서먹해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다. 골판지 상자를 만드는 중소기업의 대표이사 H씨는 이 책을 읽고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최근 몇년간 불경기가 지속되니까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습니다. 기껏 물건을 만들어 넘기면 어음을 받는 경우가 보통이고 거래처가 망해 돈을 떼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금 사정이 어렵다보니 직원들 월급날이 다가오면 두렵습니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리고 싶지만 직원들 앞에서는 항상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제가 흔들리면 조직 전체가 휘청거리니까요. 이런 사정을 직원들이 알리가 없습니다. 속내를 감추는 게 만성이 돼서 일까요. 마음 편히 얘기 나눌 사람들은 하나 둘 줄어들고 외로움은 눈덩이처럼 커져갑니다.” 이토록 외롭고 고달픈 삶에 CEO들은 잠을 설치고 건강을 해치는 일도 다반사다. 게다가 사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직원에 대한 책임감은 CEO의 어깨를 더욱 짓누른다. ㈜엔지에스의 하헌중 대표이사는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한시도 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한다. “5년 전에 직원 한 명과 함께 회사를 세웠습니다. 그 힘겨운 과정은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밤 늦게 들어와서 집사람을 붙잡고 펑펑 울던 날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1년 매출이 40억원에 이를 정도로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섰지만 요즘은 예전보다 더 잠을 설치고 모든 일이 몹시 불안합니다. 그 해답이 이 책에 있더군요.” 또한 이 책은 CEO에게 뿐만 아니라 샐러리맨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영우씨(35)는 CEO의 심정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고 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같이 밥 먹자고 하는 사람이 없어 외롭다는 사장님.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타이틀보다도 직원들과 그들 가족의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사는 분. 저희 사장님이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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