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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냐,생시냐 한국인이 된다니~

여행가/허기성 2006. 3. 9. 22:42
“꿈이냐, 생시냐 한국인이 된다니…”

   
 
시사저널 안희태
필기 시험을 통과한 것이 확인되자 귀화 희망자들이 손뼉을 치며 기뻐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 싶다!
우리 나라에 귀화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3월1일 현재 귀화 신청자만 2만6천명을 넘어서 마치 봇물이 터진 형국이다.이미 행정적으로 올해 처리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법무부 관계자들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은 지난 2월28일 귀화 신청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필기 시험과 면접 시험을 실시했다.그 현장을 가보았다.귀화 시험 현장이 언론에 완전히 공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시사저널 안희태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미국·푸에르토리코·스페인에서 생활하다 1993년 한국에 온 안나 크리스티나 아랑고씨가 문제를 풀고 있다.
 
2월28일 오전 10시50분, 정부 과천청사 민원동 지하에 있는 1·2교육장. “주관식은 한 글자라도 잘못 쓰면 틀린 것으로 처리하겠으니 유의해주십시오.”
필기 시험 감독을 책임진 국적난민과 박재완 사무관이 귀화 희망자들에게 이같은 주의 사항을 반복해 전달했다.박사무관은 “귀화 신청자 98명에게 시험을 보라고 통보했는데 67명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대부분이 중국 교포들이었고 순수 외국인은 가물에 콩 나듯 했다.

필기 시험은 감독관이 주의 사항을 전달하고 일일이 신분을 확인한 뒤 시험을 보는 순서로 진행되었다.한 교육장을 법무부 직원 두 명과 공익근무요원 두 명, 모두 네 명이 감독했다. 분위기가 초등학교 시험장 같았다.훔쳐볼 수 없도록 옆 사람과 적당하게 간격을 벌려놓았다.감독관은 “시험 칠 때 다른 사람의 답안을 보지 않는 것은
   
 
ⓒ시사저널 안희태
필기 시험 채점은 공익요원들 몫이다.6명이 담당하는 국적 업무는 공익요원 도움이 필수다.
 
기본이니 준수해 달라” “시험이 끝나면 손을 내리고 작성하는 것을 중단해 달라” “시험지를 들지 말라”라며 시험을 치르기 전과 사이사이에 주의 사항을 계속 강조했다.중국 상하이에서 살다가 귀화 신청을 했다는 박 아무개씨는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필기시험은 오전 11시부터 15분간 열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아홉 문제는 네 개 보기 중 하나를 고르는 객관식이었다.국적난민과 반재열 계장은 “올해 처음 치르는 시험이어서 제일 쉬운 문제를 출제했다.보통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이면 풀 수 있는 문제를 낸다”라고 말했다.하지만 그래도 어려웠던 것일까? 시험 치는 사이사이에 의문 사항을 묻는 손이 여기저기서 올라왔다.

귀화 희망자들이 치르는 시험은 열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어 있다.이날 귀화 희망자들은 5형과 10형 시험을 치렀다.매회 시험을 치를 때마다 다른 문제가 나오는데 열 문제 가운데 여섯 문제 이상을 맞추어야 합격한다. 출제된 문제를 훑어보니 이런 식이었다.집현전을 설치하고 한글을 만든 조선시대 왕은 누구인가? 신라시대의 수도로, 불국사와 첨성대가 있는 도시는 어디인가?

   
 
ⓒ시사저널 안희태
면접 시험은 가족들이 함께 본다. 한국인으로서 살아갈 자세가 되어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혼인 귀화자의 경우 ‘첫날밤은 어디서 보냈나’ 등을 물어 위장 결혼 여부를 점검한다.
 
시험이 끝난 뒤 만난 콜롬비아 사람인 안나 크리스티나 아랑고 씨(46)는 “공과금을 은행에 내는 것을 뭐라고 하는지를 묻는 문제가 특히 어려웠다”라고 말했다.그녀는 ‘대출’이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옆에 있던 박사무관이 ‘국고수납’이라고 말해주니 “아! 그래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시험이 끝나고 각자 점심을 해결한 뒤 이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다시 시험장에 모인 오후 1시20분 전까지 공익근무요원들은 바빴다.채점을 도맡았기 때문이다.이날 필기 시험을 치른 67명 가운데 낙방자는 12명이었다.박사무관이 낙방자의 이름을 부르자 나머지 합격자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사무관 두 명이 각각 진행한 면접 시험은 귀화 신청을 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했다.시간은 6~7분 정도 걸렸다.‘애국가를 불러봐라’ ‘왜 한국 국적을 얻으려고 하는가’ ‘부모님 성함이 무엇인가’ 등이 단골 질문이었다.시험장 밖에서는 예상 질문지를 가지고 준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사저널 안희태
면접 시험을 기다리는 동안 복도에서는 예상 질문에 대한 공부가 한창이다.어느 정도 한국말에 능한 귀화 희망자들은 필기 시험보다 면접 시험을 더 부담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