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디어로 부자됐어요” [대전일보 2006-0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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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빠지게 일해봤자 늘어나는 것은 빚더미뿐.”
농민들로부터 너무나 많이 들어온 얘기다. 농민들이‘뿌린 만큼 거둔다’는 땅의 진실을 믿지 않은 지 오래다. 가진 돈도 없고,가진 재주도 없어 농사를 지을 뿐 돈벌이가 돼 농사를 짓는다는 농사꾼은 찾아보기 어렵다.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농민들의 원성과 한탄은 더욱 높아졌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해 예로부터 정책의 근간을 이루었던 농업이 불과 50년도 채 되지 않아 끝없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암울한 농업의 현실속에 작은 불씨가 되고자 하는 농사꾼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농업에 희망을 심는 사람들을 우리는‘벤처농업인’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기존의 농사꾼들처럼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고, 손에 흙을 묻히지만‘농사도 돈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에 안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들은 흙의 진실을 믿는 농사꾼의 성실함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틈새시장을 노리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부농(富農)의 꿈을 이루었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쌀 브랜드는 (주)PNRice(051-973-4000)의‘5℃이온쌀’이다. 쌀 중에서 최고라는 경기도 이천쌀에 비해 시중가격이 20%이상이 비싸지만 대형할인매장이나 백화점에서 날개돋힌 듯 팔려 나간다. 벼를 5℃로 보관했다가 도정한 뒤에는 이온수로 씻어 세균과 벌레로부터 보 호한‘5℃이온쌀’은 시중에 나온 지 불과 6년만에 연매출 25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대히트 상품이다.
쌀 하나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벤처농업인은 평범한 농부인 나준순씨(51)다. 전북 김제가 고향인 나씨는 10년동안 외항선원으로 일한 경험속에서 5℃보관법을 찾아냈다. “어떻게 하면 1년동안 햅쌀같은 쌀을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외항선을 타던 시절이 떠올랐어요. 쌀을 냉장창고에 보관하면 벌레도 생기지 않고 햅쌀처럼 밥맛이 좋았거든요.” 그는 자신의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저온냉각시설을 설치했다. 벼저장고의 내부온도를 5℃로 유지하자 벼가 동면상태에 들어가 언제든지 햅쌀같은 맛이 유지됐다.
나씨는 햅쌀같은 맛에 안주하지 않고 여름철에 생기는 쌀벌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온수 처리공법을 개발했다. 산성이온수로 살균을 시켜 쌀에 벌레가 생기는 것을 막아주고, 알칼리이온수로 쌀의 표면을 코팅해 항상 신선한 쌀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온수 처리를 하자 쌀의 저장성이 평균 15일정도 늘어났다.“외국산 쌀이 수입된다고 마냥 한탄만 할 수 없잖아요. 작은 아이디어가 무한대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바로 농업이죠. 농민들도 이제는 배워야 해요. 그래야만 하나를 갖고 열을 창출할 수 있는 힘이 생기죠”.
나씨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부(富)를 이뤘다면 틈새시장을 노려‘대박’을 터뜨린 벤처농업인도 있다. 일명‘애플마’라는 둥근마로 웰빙식품인 마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자양원 (043-852-9023)의 심광섭사장(41)이다. 전분질과 단백질이 다량 함유된 알칼리성 식품인 마는 자양강장, 소화촉진, 피부미용 등에 효능이 있어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예학원을 하다가 5년전부터 귀농을 준비했던 심씨는 귀농아이템으로 시장지배력이 강한 장마(긴마)를 피해 감자처럼 둥글둥글하게 생긴 둥근마를 선택했다. 장마의 경우 시장지배력이 안정적이지만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해 틈새시장을 노린 둥근마를 선정한 것이다.
장마에 비해 뮤신(끈적거림)이 4배나 높고, 전분질도 3배나 높은 둥근마는 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현재 그가 판매하는 브랜드‘애플마’의 가격은 1kg에 1만 2000원으로 장마에 비해 2배이상 비싼데도 불구하고 연매출이 9000만원에 달한다.
심씨는“마 밭에 비닐피복을 씌우는 방법을 사용해보니 상품성이 뛰어난 마를 생산할 수 있었다”면서“마진이 적은 대형할인매장보다는 터미널, 휴게소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마케팅전략도 순이익 신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농업은‘돈 안되는 산업’이 아니다. 오히려 작은 아이디어 하나 만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산업이라는 사실을 벤처농업인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있기에 우리의 농업은 아직 희망이 있다.
<글ㆍ사진 韓景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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