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저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까
푸르른 강물과 연두빛 갈대를 살며시
흔들며
내게로 오시는 그대의 발걸음
소리는
한 걸음만 내 디디어도 멀리서 느끼는 것은
그대만의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밤은 예감이 빗나가기라도 하듯이
불어오는 엉뚱한 바람의 소리가
마치 그대의 발걸음처럼
느껴져서
창문이 흔들리는 작은 소리에 놀라는
순간에도
혹시 그대가 아닐까 궁금해 합니다
하늘을 날으는
새들도
둥지로 되돌아갈 때는 날개를 단단히 조여
멀리 보이는 둥지의 안부를 더 궁금해 하며
날아가는데
늘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은 날이 하루라도
있겠습니까
작은 바람 소리에도 놀라던 예전의 나의
가슴은
이제는 외로움에 견딜수 있도록 숙달이
되었지만
그대가 그렇게
소리없이 사랑하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영상으로 남는
것은
오늘도 내일도 바람 소리에 덧없이 놀라고
빈 둥지를 바라보는 어미새 처럼
넋을 놓고 살지는 않았을
겁니다
내 삶의
숨결이
그대 목소리로만 젖어 올
때면
계절의 옷깃을
여미고
지나가는 바람의 뒷모습만
바라보고도
매일밤 똑같이 그대의 꿈을 꾸며
꿈에서 깨어나도 그대를
그리워하는
나의 일상의 깊이와
넓이로 나
그대 진실로 바라볼 수
있음이니
정녕 내가 그리워도
행복합니다
처음
그대를 만나
아름답기만 했던 이
세상이
세월이 흐를수록 작아져만 가고
가슴 속에 부는 바람 소리에
멍이든 야무진
상처가 깊게 남겨져서
평생 그리움이 하늘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