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캠핑버스테마여행

³о삶"이야기..

100원

여행가/허기성 2006. 9. 14. 23:14


 

100원에 대한 고찰
제목은 이렇게 고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이야깁니다.
아줌마 동전 한닢에 목숨 걸다....뭐 이래야 맞습니다.
그러나 "백원에 대한 고찰" 이러면
장사꾼 얘기지만 좀 덜 무식해 보일까 해서 타이틀로 뽑았습니다.

피로회복제를 한번 먹게 달라는 50대 아저씨!
약을 챙겨 드리면서 "900원 입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약을 받아든 아저씨
"다른곳에선 800원인데 왜 900원을 받느냐"고 합니다.
이럴때 난 못 들은척 딴청을 핍니다.
잠깐 짬을 두면 말한 사람 스스로 생각해 봐서 잘못 되었으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 돈을 내고 가시거든요.
그러나 이 손님은 내가 못들어서 아무말 안 하는 줄 알고 또 같은 소리를 반복합니다.
"다른곳에선 800원인데 여긴 왜 비싸냐구요?" 목소리 톤이 높아집니다.
진짜 비싸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러시는 것 같아서
"그럼 칠백원짜리로 드릴까요?" 라고 말씀드리고 약을 바꾸어 드릴려고 했더니
"아니 내가 칠백원 짜리 먹을 사람으로 보이냐?"며 화를 냅니다.
이렇게 나오면 시비를 걸려고 작정하고 그러시는 거라
어째볼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항복하는 수 밖에
"알았습니다. 800원만 내고 드세요."
"그럼 첨부터 그래야지 힘들게 말을 많이 하게 만드냐 손님에게 바가지 쒸울려고 작정하고 그러는거 아니냐?'
큰소리를 치기 시작합니다.
나도 이미 신경이 헝클어 지기 시작 했지만
손님 하고 싸워봐야 백발백중 여러가지 손해는 내가 보기 때문에
그냥 넘어 가야 합니다.
애써서 성질을 누르고 "그럼 그냥 드십시요." 완전 백기를 듭니다.
이러면 미안해서라도 돈을 내고 가는데
피로회복제를 시원하게 드시고 나더니 본격적으로 시비를 겁니다.
"아니 그냥 드시라니...내가 팔백원도 못 낼 사람으로 보여요?
이 아줌마가 사람을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야?"

이렇게 나오면 방법이 없습니다.
싸우는 수 밖에....
나도 장사꾼 경력이 수십년인데 이렇게 무례한 아저씨한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극존칭으로 손님을 대했지만
저도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말이 같은 수준으로 무너집니다.
"아저씨! 구백원이 비싸다고 해서 칠백원짜리를 드렸더니 싫다고해서
그럼 내시고 싶은 팔백원만 내고 드시라는데.....그리고 그것도 싫다고 해서
그냥 드시라는데 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멸쩡한 양반이...."
"뭐 멀쩡한 양반?"
"장사가 남자고 하는 장사지 아저씨 시비 받자고 하는 장산줄 알아요? 어디서 하는 습관이예욧?"
내 목소리가 커지자 그 아저씨도 움찔 한 모습이 보입니다.
옳지 이분은 험악하게 나가야 제압이 되겠구나!
"아니 비싼것을 비싸다고 해야지 900원이 뭐가 비싸요?"

그렇다고
시비를 걸자고 시작한 그 아저씨 호락 호락 물러 서겠습니까?
서로 막가는 거지요.(죄송^^)
한참 동안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미주알 고주알 해 봐도
승패가 나지 않습니다.
짜증만 잔뜩 나지요.
그손님도 전의를 불태우는 나에게 더 해 봤자 소용이 없는 것을
깨닭고 슬그머니 천원짜리 한장 내 놓습니다.
제가 얼마를 거슬러 드렸을 것 같습니까?
당연히 처음에 말한대로 구백원을 받고 100원만 거슬러 드렸습니다.
사소한 동전한닢에 목숨거는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 정도로 슬플때도 있지만
어느땐 스스로 대견할 때도 있습니다. ^^
장사꾼은 모름지기 한푼을 보고 십리를 간다고 했거늘
당연히 그래야지...후후

장사꾼이 손님을 잘 요리 해야 하는데 아직도 그게 잘 안됩니다.
어떤 모욕적인 말을 들었을 때, 흥분을 먼저하게 되고 당황하게 되며,
결국엔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나중에 뒤에서
˝아~~~내가 왜 그때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를 합니다.
여유있을 때는 위에 상황 정도는
˝아~ 그런 것도 못 참아? 그냥 웃어 넘기면 되지~˝ 라고 이야기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게 되면
상대방에게 어떤 말로 맞받아 쳐볼까 하는 적대감이 생깁니다.
그래서 후회를 반복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됩니다.

상대방의 날카로운 공격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가,
준비된 상황대로 침착하게 풀어나가리라 맘 먹어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화날 때의 상황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앞 뒤 보이는 것 없이 코를 납작하게 만들만한 어떤 단어나 말을 찾기에 바쁘니까요.
하지만 그래서는 언제나 똑같은 후회만 쌓일 뿐...


상대방의 교묘한 시비에 걸려들지 않아야 하는데
싸우고 난 후에 이럽니다.

동전 한닢에 목숨 거는 무식한 장사꾼 아줌마!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그냥 화이팅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