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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을 울린 ''너는 내 운명'', 그뒤 5개월

여행가/허기성 2006. 10. 19. 20:14




지난 5월 MBC에서 방영된 휴먼 다큐멘터리 ‘너는 내 운명’을 기억하는가. 여대생·노총각으로 처음 만나 간암 말기의 아내와 남편이 되기까지 서영란(28·사망)·정창원(37) 부부가 나눈 감동적인 사랑에 전국이 눈물 바다로 변했다. 남편 정씨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18일 오전 국립암센터에선 정씨와 유근영 원장 등 암센터 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발전기금 전달식이 열렸다. 정씨가 MBC·동양생명이 공동으로 진행한 공익 캠페인 출연료로 받은 돈 등을 모은 3000만원을 아내 이름으로 기부한 것. 국립암센터는 고 서영란씨가 2년에 걸친 투병생활의 시작과 끝을 한 뜻깊은 장소다.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정씨는 “의사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한다”며 “집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말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기증식은 평소 소아암 환자들을 돕고 싶어했던 고 서영란씨의 희망에 따른 것으로, 기부금 전액은 국립암센터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정씨에 따르면 고 서영란씨는 국립암센터에서 투병생활을 하던 어느 날 휠체어에 앉은 소아암 환자와 아버지를 봤다. 아이 손목에 꽂힌 링거 줄과 옆에서 숨죽여 우는 아버지의 모습에 고 서영란씨는 마치 자신의 아픔인 양 슬퍼했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뒤 부부는 “여력이 있으면 우리보다 더 시리고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약속을 주고받았다. 정씨는 국립암센터 내에 신축 중인 연구동 1층의 기증자 명단에 새겨진 ‘서영란’이란 이름을 매만지던 도중 “흔히 가슴으로 느끼는 사랑이 있다고 하지만, 영란씨와 나의 사랑은 굳이 가슴까지 가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랑이었다”며 눈물을 흘려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현재 정씨는 고 서영란씨와 생전에 살았던 지리산 신혼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강아지 두 마리와 소 한 마리, 현금 90만원이 그의 전 재산. 정씨는 “일정한 수입은 없지만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잘 살고 있다”면서 “이번 기금이 고통을 겪는 소아암 환자들, 영란씨처럼 암과 싸우는 젊은 분들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날 행사 이모저모와 정씨의 근황은 19일 오후 5시30분 MBC ‘생방송 화제집중’을 통해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