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17일 세운상가·성북 장위지구·영등포 신길지구 등 시범지구 3곳을 포함해 서울 시내 17곳(512만여 평)을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확정했다.
이들 지역에선 빠르면 2008년 말부터 분당(10만 가구)의 2배 규모인 20만 가구의 아파트가 순차적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촉진지구에선 층수 제한이 사실상 없어 타워팰리스 같은 40~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다. 전체 가구 수의 20%로 제한됐던 30평대 이상 중대형도 40%까지 늘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는 강북 개발 가속화와 주택 공급 확대에서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주도에 따른 사업 장기화 가능성이 있고, 사업 성공에 필수적인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재원 대책이 불확실하다. 자칫 부동산 값만 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운상가 등 3곳 시범지구 지정=건교부는 서울시가 지난달 신청한 13개 뉴타운과 3개 균형발전촉진지구, 세운상가 등 17곳을 모두 촉진지구로 지정했다.
당초 건교부는 시범지구만 3곳쯤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주택 공급 확대의 시급성 등을 감안해 일괄 지정했다. 건교부는 사업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3차 뉴타운 10곳은 모두 촉진지구로 지정한 반면, 이미 사업이 진척된 2차 뉴타운은 한남지구만 포함시켰다. 13개 뉴타운은 아파트 등 주택 개발 중심인 주거지형으로, 세운상가와 균형발전촉진지구 3곳은 주거와 업무·상업시설이 복합된 중심지형으로 각각 개발된다.
관심을 모았던 시범 지구로는 세운상가, 성북 장위지구, 영등포 신길지구 등 3곳이 선정됐다. 장위지구와 신길지구에는 각각 3만2000가구, 1만7000가구의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건교부 서명교 주거환경팀장은 “시범지구는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국민주택기금 저리 융자와 사업 추진에 필요한 일부 비용의 국고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와 지방의 경우, 내년 초쯤 1~2곳씩 시범지구가 지정될 예정이다.
◆강북에도 타워팰리스 들어서나=촉진지구 지정으로 강북 뉴타운 개발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건물 신축 때 각종 인센티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우선 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인 용적률 한도가 종전보다 50%씩 높아져 아파트를 더 많이 지을 수 있다. 층수 제한도 폐지된다. 15층으로 제한된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도 40층이나 50층 이상이 가능해졌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강북지역은 통상 아파트 대지가 작아 높게 지어야 지상 공간을 공원 등으로 활용해 단지 쾌적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아파트 가구 수의 80% 이상이던 중소형(전용면적 25.7평 이하) 비율은 60%로 낮아지고, 중대형은 20%에서 40%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강북에도 강남처럼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크게 늘어난다.
다만, 건교부는 투기를 막기 위해 촉진지구 안에서는 20㎡(6.05평) 이상 토지에 대해 허가를 받도록 하고, 지구 지정일 이후 땅이나 주택을 사도 원칙적으로 분양권을 주지 않을 계획이다. 늘어나는 용적률 중 일부는 임대주택을 짓도록 해 개발이익도 환수할 계획이다.
◆공급 확대효과 있지만 부작용 우려도=정부는 17개 촉진지구에서만 향후 20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추산한다. 단순 물량으론 분당(10만 가구)의 2배가 넘는다. 또, 현재 서울에서 연간 분양되는 주택이 2만~3만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7~8년치 물량에 해당한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중대형 확대와 특목고 유치로 주거 환경이 좋아지면 강남 수요도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 자체가 민간 주도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기존 재개발에서 나타났던 조합원 간 갈등에 따른 사업 장기화가 우려된다. 동시다발적인 사업으로 전세난이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강남 수요를 끌어들이려면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한 데, 재원 마련 로드맵이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택임대사업자는 제외, 임대도 가능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한 유주택자들은 재정비 촉진지구내 주택을 구입하려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또 상가는 일부라도 본인이 직접 영업을 해야 거래허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정식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촉진지구내 주택을 임대용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19일 건설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 고시된 서울 뉴타운 지구 등 16개 지역의 6평(20㎡) 이상 토지는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의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돼 실수요자만 취득할 수 있다.
이 경우 주택은 이용계획이 '거주용'이어야 하며 다른 집을 소유한 사람은 그 집을 팔겠다는 처분계획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기본적으로 '투기목적'으로 간주돼 촉진지구내 주택을 살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2주택 이상 보유자는 개발이 예정돼 있는 낡은 연립.단독주택 등의 매수를 실거주로 보기 어렵다"며 "이 경우 투자목적으로 간주돼 거래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모두 팔겠다는 처분계획서를 제출하고, 촉진지구내 주택을 거주용으로 할 때는 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법상 주택임대사업자로 정식 등록을 한 사람은 직접 살지 않고 임대를 놓더라도 촉진지구내 주택 구입이 허용된다.
토지거래허가 대상은 건물 평수가 아니라 바닥에 깔고 있는 땅 면적(대지지분)이 기준이다. 따라서 실평수가 10평인 다세대주택 이라도 대지지분이 5.5평이라면 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가와 건물은 원칙적으로 본인이 직접 영업을 하는 등 이용목적에 부합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 때 '지배인' 등 별도 전문 관리인을 선임해 운영하는 것은 허용된다.
규모가 큰 상가나 건물의 경우 본인이 직접 사용하면서 일부 임대를 줘도 실수요로 인정해준다.
한편 모든 토지거래 허가신청서에는 계약내용과 함께 그 토지(주택 등)의 이용계획, 취득자금 조달계획 등을 기재해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의 취지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 목적의 거래만 허용하는 것"이라며 "거래 허가를 받아 당초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직접 이용치 않고 임대를 준 경우에는 토지 취득가액의 각각 10%와 7%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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