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마련하려고 열심히 살아온 소시민에 불과합니다."
하남 풍산지구 삼부 르네상스 입주예정자 협의회 부회장 이석우씨(36)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 3월 하남시 풍산지구 아파트를 분양 받은 기쁨도 잠시, 그는 '투사'가 됐다. 아파트의 거품 문제, 시공사의 허위 과장 광고 등을 밝혀내고자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씨는 지난 여섯 달 동안 아파트 입주예정자들과 무려 13차례의 공식 모임을 가졌다. 비공식 모임과 하남시청 등 공공기관 방문 횟수도 수십 차례였다. 그는 건설사와 싸움을 시작하면서 생업마저 포기하다시피했다. 무엇이 평범한 소시민을 투사로 만들었을까.
결혼 후 하남시에서 줄곧 전세살이를 해온 이씨는 10년만에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아내와 본인 명의의 청약 통장 2개로 끈질기게 도전한 결과였다. 하남 풍산지구를 선택한 것도 장기간의 면밀한 계획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거품 분양가의 실체를 조금씩 벗겨가면서, 시행사의 분양 당시 약속이 공수표가 되면서 이씨는 허탈감과 분노만 쌓여간다고 말했다.
시공사, 발코니 확장 공사 약속 뒤집어
이씨, 도급계약서 입수.. 폭리 구조 밝혀
"10년만에 산 아파트가 거품과 비리 의혹으로 얼룩졌으니 잠도 안 옵니다." [사진 = 미디어다음] |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은 최근 하남 풍산지구 분양가 거품 실태를 폭로했다. 이를 제보한 주인공은 바로 이씨였다. 이씨가 건설사의 폭리 구조를 밝히게 된 계기는 발코니 공사를 둘러싼 시공사와 입주자간의 갈등이었다.
"분양할 때 시공사는 주민들에게 아파트 베란다 확장 공사를 서비스 차원에서 염가로 해주겠다고 했어요. 설계 변경을 하려면 아파트 주민 80%의 동의가 필요하니 도장을 가져오라고 하더군요."
건설사의 요구대로, 80%가 넘는 입주자들이 동의서를 써 주었다. 그러나 건설사측은 뒤늦게서야 오리발을 쓱 내밀었다. 베란다 시공비가 많이 드니, 개별적으로 돈을 내고 신청한 세대에만 공사를 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공사비도 일반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배나 비싼 1800만원대였습니다. 베란다 문제로 입주자들이 뭉치기 시작했죠."
입주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하남시가 중재에 나섰다. 이때부터 이씨는 시공사가 하남시에 제출한 분양승인 관련 서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와 시행사의 이면계약이 담긴 도급계약서를 찾아냈다.
감리자 모집공고를 위해 시행사가 하남시청에 제출한 서류에는 시행사와 시공사의 이윤을 250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시행사 우리종합건설과 시공사 삼부토건이 작성한 도급계약서에는 '평당 분양가를 1150만원으로 했을 때 시공사가 시행사에 315억원의 이윤을 보장해야 한다'는 특약조건이 명시돼 있다.
실제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1150만원보다 높은 1278만원. 건설사의 이윤도 함께 늘어난 셈이다.
이씨는 아파트 분양으로 시공사와 시행사가 남긴 이윤이 75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추산했다.
"감리자 모집공고 시 250억의 이윤을 남겼다고 했거든요. 그렇다면 이 이윤은 부당이득 아니냐는 것이죠. 이런 건설사들은 철저하게 세무조사를 해야 합니다."
6층부터 한강이 조망된다는 분양소장의 말은 공수표가 되버렸다. 조감도와 달리, 아파트 앞에는 넓은 솔밭이 있어 한강이 보일 수 없는 구조다.[사진 = 미디어다음] |
시행사와 시공사의 폭리 구조는 단번에 드러났다.
시행사는 토지공사에 땅을 입찰받는 순간 가만히 앉아서 501억원의 이득을 봤다. 땅 구입 대금도 PF(땅을 담보로한 대출) 방식으로 은행에서 조달했다. PF 대출이자는 분양가에 얹어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전기, 소방 설비 업체인 우리종합건설은 어떻게 토공으로부터 1만 2백여평의 땅을 입찰받을 수 있었을까. 시공사 삼부토건은 아파트 사업 경험이 있긴 하지만, 주로 토목건설을 하는 업체인데, 어떻게 아파트 시공을 맡게 된 것일까. 당시에는 법조브로커 윤상림씨가 우리종합건설과 삼부토건의 로비스트였다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씨의 궁금증은 갈수록 커졌다. 최근에야 법조브로커 윤상림씨의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윤씨가 삼부토건 측의 브로커였다는 혐의가 포착된 것.
이씨는 "분양가가 높은 것도 화가 나지만, 분양가 5억원 중 2억원이 고스란히 시공사와 시행사, 토공의 몫이 된다는데 더 화가 났다"고 했다. 개발 이익을 공공부문이 환수해 임대 아파트 건설 등에 써도 모자랄 마당에 건설사의 주머니나 불려주는 꼴이라는 생각에서다.
"한강조망권 등 분양 당시 감언이설 모두 공수표"
"후분양제 했다면 없었을 피해"
우리종합건설과 삼부토건의 아파트 시공은 하나부터 열까지 허점투성이었다는 게 입주자들의 주장이다.
분양 당시 "6층 이상 아파트에서는 한강이 보인다"는 분양소장의 말은 "보일 수도 있다고 했지 언제 확실히 보인다고 했느냐"로 바뀌었다. 입주자 모집공고 광고지의 한강변 아파트 조감도도 과장이 많다고 이씨는 지적했다.
"조감도와 달리, 아파트와 강 사이에는 솔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요. 한강 조망이 여간해선 어렵습니다. 이미지와 실제가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과장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어요."
이씨는 따지고 들수록 속았다는 기분만 커진다고 했다. 입주자들은 경로당 지하 건설에 반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필로티 설계, 4-bay 설계 등 분양 당시 광고했던 내용들도 실제 시공에는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설계 승인 때 받은 도면과 분양당시 도면 달라
붙박이장 등 인테리어 포함된 도면 지자체에 제출, 분양 때는 옵션으로 변경
하남 풍산지구에서 건설사는 7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남겼다. 아파트 가격 5억 중 2억이 건설사 이윤인 셈이다. [사진 = 미디어다음] |
시행사와 시공사의 얄미운 행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이씨는 하남시청에 제출된 분양승인서류를 뒤지다가 건설사가 설계승인 요청 때 제출한 설계 도면과 실제 분양시 설계도면이 다르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또 붙박이가구, 식기세척기, 아이랜드 키친 등을 포함한 설계로 승인을 받았다가 정작 분양 시에는 이 같은 항목들을 옵션 항목으로 변경했다.
이씨는 하남시청에 설계 도면 변경을 묵인한 이유를 따져물었다. 그러나 묵묵부답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하남시청은 중재 역할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씨는 "발코니 공사, 경로당 지하 건축 문제, 한강조망권 문제 등은 후분양제가 됐다면 겪지 않았을 일이었다"며 "후분양제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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