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휴 |
송영예 |
송은숙 |
황지경 |
성영숙 |
희망찬 정해년(丁亥年) 새해가 밝아오지만 주부들의 고민은 더 크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교육비, 끝없이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 2007년 주부의 주름살을 더 깊게 하는 이유들이다. 그렇다고 산업전선에 뛰어들
처지도 못된다. 육아문제와 사회적 편견 등 제약 때문이다. 상당수 주부가 성공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냉담하다. 이런 악조건에서 성공한 5인의 주부 CEO의 인생 스토리는 그래서 더 빛을 발한다. 핀처럼 꽂는 가발을 히트시킨 씨크릿우먼의 김영휴 대표, 취미로 시작한 뜨개질로 90개 매장을 거느린 ‘바늘이야기’의 송영예 대표, 인맥관리의 핵심인 명함을 자동으로 인식, 저장해 주는 명함자동정리기를 개발한 한국인식기술의 송은숙 대표, 쓰기만 하면 트리트먼트 효과를 볼 수 있는 찜질방 전용모자를 개발한 (주)S&D TREACAP(트리캡)의 황지경 대표, 쉽고 편한 게임을 개발해 30~40대 여성까지 공략하는 이쓰리넷의 성영숙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5인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씨크릿우먼 김영휴 대표
“재미 삼아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최근 ‘헤어보톡스’라는 브랜드로 국내 뷰티업계뿐만 아니라 머리숱이 적은 사람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씨크릿우먼 김영휴 대표(43)의 첫마디이다.
“성공제품은 필요에 의해 개발되고, 반드시 히트(성공)한다는 사실을 사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제 자신의 적은 머리숱을 보강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 썼는데 그 모습을 보고 지인들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해 오잖아요. 한 번 두 번은 장난 삼아 만들어 줬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그때 결심했지요.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사업을 하자고….”
전업주부이던 김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계기다. 처음에는 자신을 위해 만들었던 제품이 지금은 국내 대표적인 뷰티업체로 성장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제품을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지론을 외국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여성 대부분은 많게는 10여 개 이상의 가발을 갖고 있습니다. 헤어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가까워지면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부분 가발 시장은 블루오션 시장입니다.”
특히 김 대표는 중년 여성에게 헤어스타일은 매우 중요하며 그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김 대표가 개발한 발명품 중 걸작으로 꼽히는 ‘헤어보톡스’도 이런 지론에서 출발했다.
“젊고 건강한 여성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중년 이후의 여성 중에는 부분 탈모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부분 가발이 필요합니다. 헤어보톡스도 피부에 보톡스를 맞은 것처럼 헤어스타일을 풍성하게 해준다는 의미로 만들었습니다.”
머리숱이 적은 여성의 결점을 감쪽같이 보완해주고 거기에 아름다움과 젊어지는 효과를 경험한 고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충성도 높은 단골고객도 확보하고 있다.
성장 뒤에는 말 못할 고민도 적지 않았다. 대형 백화점의 높은 문턱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김 대표는 “여성의 ‘헤어 액세서리’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중 백화점에 입점해야 하는데 바이어가 대부분 남성이어서 설득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이런 관문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주부’라는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독특한 마케팅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바이어에게 치렁치렁한 머리카락 가발을 펼쳐놓는 대신 아름다운 모델의 머리에서 가발을 하나씩 떼어내 직접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김 대표는 “남자 바이어들도 처음에는 가발인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가 머리에서 떼어내 보여주자 신기해하고 놀라워했다”며 “제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착용해봐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씨크릿우먼은 이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업계 최초로 2004년 롯데백화점 인천점 입점을 시작으로 올해 22개 롯데백화점 전 입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세계, 현대백화점에도 입점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일본, 중국 등지로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김 대표는 “70년대 수출효자 종목이던 가발이 현재는 사양산업으로 인식되지만 곧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할 것”이라면서 “헤어보톡스를 샤넬, 구찌 등의 명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들어 세계 유명 백화점에 선보이는 날이 꼭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늘이야기 송영예 대표
‘바늘과 실 그리고 단추’.
‘바늘이야기’ 송영예 대표(39)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이다. 또 이 3가지만 있으면 웬만한 물건을 모두 만들어낸다. 실제로 그녀는 설거지용 수세미뿐만 아니라 고가의 최고급 의류까지 직접 손뜨개질로 만든다. 주변에서는 그녀의 이런 솜씨에 감탄을 자아낸다.
송 대표는 “손뜨개질은 오래 전부터 우리의 어머니들이 해온 전통문화”라면서 “우리나라가 손뜨개질의 종주국은 아니지만 지금은 세계인에게 우리의 손재주를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산업화로 대부분의 의류가 대량생산되고 있어 인간의 따뜻한 감정이 묻어나지 않지만 손뜨개질은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최근에는 손뜨개질 제품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1996년까지만 해도 손뜨개질이 취미생활로 여겼던 평범한 주부였다. 타고난 손재주 덕분에 당시 한창 뜨고 있던 PC통신에 뜨개질동호회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손뜨개를 가르치고 정보도 교류를 했다.
당시 송 대표가 운영하던 홈페이지는 네티즌의 입소문을 타고 나날이 인기를 더해갔고 한 월간잡지 기자의 권유로 손뜨개 코너를 연재하기도 했다. 또 1999년에는 ‘송영예의 너무 쉽고 예쁜 손뜨개’를 시작으로 손뜨개 관련 서적을 다수 출간해 베스트셀러로 선정되는 영광을 맛보기도 했다.
업계에서 이미 유명인사로 알려진 그녀에게 뜨개질이 더 이상 취미일 수만은 없었다. 송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결심했고, 2001년 3월 ‘송영예의 바늘이야기’라는 브랜드로 가맹점 모집을 시작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송영예의 바늘이야기’는 전국 90여 개의 가맹점과 연 매출 20억 원이 넘는 손뜨개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송 대표는 “사업을 확장해 얼마 전부터는 완제품을 대기업 의류브랜드에 OEM으로 납품하기 시작했다”면서 “‘제나이때’라는 자체 브랜드도 선보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단추를 판매하는 쇼핑몰 ‘단추이야기’를 새로 열었다. 송 대표의 손뜨개질에 대한 관심은 최근 절정에 달했다. 최근 그녀는 사단법인 손뜨개협회를 직접 만들어 손뜨개문화 정착에도 적지 않은 힘을 쏟고 있다. 손뜨개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보다 대중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송 대표는 “손뜨개질로 완성된 의복은 만든 사람의 ‘정성’ 그 자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국인식기술 송은숙 대표
(주)한국인식기술 송은숙 대표(43)는 요즘 가장 바쁜 주부 CEO 중 한 명이다. 성공스토리를 듣기 위한 대중매체의 인터뷰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송 대표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CEO가 된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마음고생을 겪은 후에 비로소 지금에 이르렀다.
송 대표는 “여성 오너가 사업을 하는 데 대해 우리 사회에 편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주부의 강점을 살리면 오히려 더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부의 강점인 ‘배려하는 마음’과 ‘섬세함’ 등을 극대화하면 오히려 사업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대표가 구상하는 사업비전은 인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세계적인 기업을 만드는 일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하루에도 많게는 수십 장의 명함을 받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인은 인맥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아요. 명함 등을 정리해야 하는데 쉽지않기 때문지요. 대부분 사람이 ‘하루 날 잡아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선 서랍에 쌓아놓기 시작하면, 명함정리는 금세 만만치 않은 ‘일거리’가 되기 십상입니다.”
송 대표는 이러한 직장인의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명함자동정리기’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겨 1년 6개월 정도 연구한 끝에 시제품을 만들었다.
송 대표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조금만 생각하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며 “한국이 인맥사회라는 점, 명함정리는 인맥을 관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라는 점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식기술’이 개발한 ‘명함자동정리기’(제품명 하이네임)는 명함을 복사하듯 스캔이미지로 저장했다가 파일로 변환해 개인정보를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보통 명함 한 장을 이름과 직장, 전화번호, 이메일 등으로 분류해 엑셀파일에 저장하려면 최소 3분 정도 걸리지만, 하이네임을 이용하면 10초도 안돼 명함정리가 끝난다는 것. 이렇게 입력된 명함정보는 엑셀파일로 변환하거나 검색, 지도검색, SMS 발송, 휴대전화 싱크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인맥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송 대표는 그동안 문자인식 기술 연구개발(R&D)을 통해 제품을 꾸준히 개선시켜온 업적을 높이 평가받아 2006년 8월 ‘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자인식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명함 한 장에는 다양한 디자인과 언어, 로고, 숫자, 이메일 등 수십 가지 이상의 문자가 혼재되어 있어 명함만 완벽히 인식할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문자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배려의 힘이 사업 성공의 길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주)S&D TREACAP 황지경 대표
찜질방용 헤어캡으로 유명한 트리캡 생산업체 (주)S&D TREACAP 황지경 대표(39)는 평소 눈여겨 보아왔던 생활의 지혜를 사업으로 연결시켰다. 결혼 14년차 주부이기도 한 황 대표는 4년 전만 해도 지극히 평범한 주부였다. 가끔 각 기업 제품 모니터를 통해 가계에 보탬을 주는 정도였지 사업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 그녀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 때문이다.
“하루는 찜질방에서 지인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주변에 있던 한 그룹의 중년 주부들이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아주 고통스러워하고 있더라고요. 물론 우리도 비슷한 모습이었겠죠. 지금도 그렇지만 대부분 여성은 한증막이나 불가마에 들어갈 때 머리카락 손상을 우려해 하얀 수건에 샤워 캡까지 쓰고 들어갑니다. 곰곰이 생각했죠 ‘왜 찜질방 전용 패션 헤어캡은 없을까’.”
그녀의 이런 궁금증은 다양한 방법을 이끌어냈다. 그녀가 내린 결론은 헤어 트리트먼트를 함유한 찜질방용 전용 헤어캡을 만들면 모든 사람이 행복할 것이란 생각이었다. 땀에 젖어 무겁고 불편한 흰 수건 대신 가볍고 편리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구체화 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을 현실화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허를 내기 위해 특허청을 찾아가 절차를 밟았는데 서류미비 등으로 특허출원이 반려됐습니다. 결국 한 여성 변리사를 찾아가 도움을 받을 후에야 특허를 내고 상품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때 도움을 준 변리사가 찜질방 마니아였습니다.”
특허를 내고 제품생산에 나선 그녀는 본격적으로 사업구상에 나섰다. 2003년 시작한 사업은 시행착오 등을 겪은 후 2006년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트리트먼트가 포함된 전용 헤어캡을 쓰고)찜질방이나 한증막, 온천에서 충분히 즐긴 다음 머리를 헹구면 된다”면서 “세탁 후에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따로 머리 관리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전용캡은 소재가 가벼운 데다 캡 안에 있는 트리트먼트 크림이 고온에 녹으면서 자연스럽게 모발에 흡수돼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황 대표는 이같은 여세를 몰아 최근 약쑥 패드를 탈부착해 좌욕효과를 내는 찜질방용 팬티도 개발, 전용캡과 함께 세트화했다. 황 대표는 현재 일본과 중국에서도 주문계약을 체결했고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황 대표는 제12회 여성발명우수사례발표회 한국여성발명협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쓰리넷(주) 성영숙 대표
모바일 게임업체 (주)이쓰리넷 성영숙 대표(43)의 경력은 화려하다. 2남 1녀를 둔 주부이면서 학원사업과 제약업 등에서 성공한 후 지금은 국내 대표적 모바일 게임업체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동전쌓기’ 게임으로 유명한 이쓰리넷을 이끌고 있는 성 대표는 원래 대학시절부터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도 그의 수완이 발휘된 경우다.
“대학 1학년 때 주산학원을 시작으로 피아노 등 다양한 형태의 학원사업을 했습니다. 물론 고단했지만 성취욕이 컸기에 최선을 다했죠. 어느 정도 사업에서 성공한 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해 잇따라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최근 성 대표가 구상하는 일은 30대 이상의 고객이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 사업에도 배어 있다.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30대 이상 소비자도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음악장르인 트로트 같은 편안한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요즘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남성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모바일게임이 대부분입니다. 앞으로 시장이 얼마나 무궁무진하겠어요.”
여성과 20~30대, 나아가 40대도 즐길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성 대표의 생각이다. 한 달에 6, 7개씩 게임을 다운로드해 즐기는 열혈 마니아뿐만 아니라 소프트 유저층까지 고객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대표의 이같은 논리가 반영된 ‘동전쌓기’ 게임은 이쓰리넷이 업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게 한 일등공신이다. ‘동전쌓기’ 게임은 중년층이 어렸을 때 하던 동전쌓기 놀이를 모바일에 구현한 것으로 기계조작에 서툰 사람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원버튼 방식의 아케이드 게임이다.
2003년 출시된 ‘동전쌓기’에 이어 ‘동전쌓기2’, ‘동전판치기’ 등 동전연작은 10대는 물론 20대 중반 이상 유저와 여성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성 대표는 “젊은 개발 실무자들과의 세대차이로 종종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끝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세대차이’와 ‘인식의 틀’을 좁히고 있다”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게임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해엔 보다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 힘겹게 살고 있는 주부들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1인 3역을 해내는 대한민국 주부는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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