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 원산을 다녀왔다. 먼저 주 인천발 중국 심양행 비행기에 오른 나는 소풍을 가는 어린아이마냥 그저 들뜬 기분만은 아니였다. 전후세대로 학교에서 반공을 국시로 알고 배운 것이 몇해 인가? 비행기는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중국 심양에 내렸다.북측으로부터 발급된 비자를 찾고 평양행 비행기표를 받았다. JS156 고려항공 심양발 평양행. 드디어 평양을 가는구나 하는 것이 실감이 났다.
심양에서 1시간여 휴식을 취하고 계류장 끝에 있는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반갑게 반겨 주는 여승무원의 미소가 긴장을 풀게 하였다. 기내에는 북측의 가요가 계속 흘러나온다. 제목도 내용도 모르지만 찬양의 노래임엔 틀림 없었다. 이어서 "사이답니다"하고 프라스틱 컵에 배로 만든 사이다를 받았다. 조금은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시원했다. 비행기는 출발을 하려고 엔진을 한껏 높이면서 "로동신문"을 나누어준다. 그리고 이륙을 한다. 6면 짜리 신문이였다. 이리저리 읽다 보니 방송이 나온다. "지금 여기가 조중[朝中]경계인 두만강을 지나갑니다. 승객 여러분은 이제부터 조선인민공화국에 들어 오셨습니다....." 40여분 비행을 하니 비행기는 미끄러지듯 평양공항[예전에는 순안공항이라 불리었었다]에 내렸다. 옷가방과 서류가방을 가지고 트랩을 내리니 의전관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별도의 VIP룸을 통하여 북측에 입국을 하였다.
사진출처 : 민주평통 홈페이지
만수대, 누구도 예외일수 없이 참배를 하여야하는 김일성주석의 동상이다. 그간 티브이나 신문으로만 보아왔던 황금색 거대한 동상. 일단은 크기에 그리고 주변의 경건함에 주눅이 든다. 북측 의전관들은 90도 이상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춘다. 허공만 쳐다 보기가 그네들에게 조금은 미안했지만... 김일성광장을 지나 숙소인 양각도[羊角島]호텔에 도착하였다. 대동강안의 섬 모양이 양의 뿔 모양이라 양각도라 하고 섬 위에 48층 짜리 국제호텔을 세웠다. 서울의 신라호텔급정도의 특1급 호텔이였다. 시설은 무척이나 현대식으로 지어졌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도 상당 수 있고 불편함은 없었다. 지하에는 빠징꼬, 룸살롱, 헬스장, 볼링장, 가라오케, 사우나, 맛사지 등등 편의 시설들이 타국의 호텔에 비하여 뒤지지 않았다. 북측에서 꽤나 높은 분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여 평양요리의 진수를 맛보았다.
둘째 날, 이른 아침 다녀올 곳이 있다 하여 황급히 차를 탔다. 김일성주석의 생가인 만경대 방문이였다. 가끔 티브이에서 나오는 만경대 고향집이였다. 방문을 마치고 언덕 위 만경대에 오르니 평양 시내가 한눈에 들어 온다. 앞에는 대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남이나 북이나 같은 태양이 떠 오르고 있었다. 하루종일 실무협의를 하느라 호텔에서만 있었다. 잠시 짬을 내어 호텔 내 양복점에서 양복을 한벌 맞추었다. 1박 2일이면 충분히 만든다 하여 80유로를 지불하였다. 저녁에는 평양식 식사와 가라오케에서 남북 노래도 불렀다. 남측 가요도 예상외로 많이 있었다.
글쓴이가 직접 찍은 만경대 사진
셋째 날, 아침 일찍 어제 재단한 양복의 가봉을 마치고 원산으로 떠난다. 70년대에 완공한 평양-원산간 고속도로이다. 고속도로 나가는 길에 평양의 강남엔 고층아파트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나의 상상을 완전히 뒤집은 충격적 모습이였다. 평수는 모르지만 대단지의 고층아파트가 너무나 많이 있었다. 원산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시멘트 포장 이였으나 30년 전 건설한 도로치고는 상당히 편안했다. 다만 오가는 이 별로 없어 휴게실도 없다 보니 생리적 문제는 노상에서 처리 하였다. 북측에서 보면 원산은 최전방이라 남측 사람의 출입을 철저히 금지시켰다. 전후 최초로 방문한 사람이라고 그들이 말하여 주었다. 해발 1200미터의 솔재령고개는 태백준령으로, 눈과 함께 놓여진 풍광은 무어라 형언하기 어렵다.
목적지인 원산에서 50여리 떨어진 공장에서 하루의 일을 보았다. 원래는 남포에 있던 공장인데 원산 쪽으로 이설했다 한다. 한반도가 거의 서풍과 북풍이므로 남포에 있으면 공해가 평양으로 온다 하여 공장은 동쪽끝으로 이설했다고 한다. 남측에서도 배워야 할 환경문제였다. 인천 및 시화나 안산, 반월의 공단에 나오는 온갓 오염물질이 서풍을 타고 가장 인구가 많은 서울을 지나 동쪽으로 가지 않는가? 만약 강원도에 중화학 공장이 많다면 오염은 다 태평양이나 일본으로 날아 갈터인데..... 북측의 공장 운영을 파악하고 투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평양으로 귀환하였다. 하루종일 장거리 여행에 피곤하였으나 환송연에 들쭉술과 진미의 음식 그리고 맛사지를 받으면서 마지막 밤이 그리 지나갔다.
마지막 날, 이른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은둥 만둥 공항으로 나갔다. 8시발 북경행 비행기를 타기 위함이다. JS151 고려항공은 이내 평양을 뒤로 하고 조중국경을 넘어 중국땅으로 들어왔다. 1시간 반 비행 끝에 북경. 그리고 오후에 인천에 도착 하였다.
남들이 가기 힘든 평양을 다녀왔다. 방문 목적의 공장이 원산위에 있었기에 그곳까지 방문을 하였다. 그간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는 다름이 많았었다. 그리고 그들도 우리의 동포이다. 나 역시 IMF때 넘어져 가는 수 많은 공장들을 동남아나 중국으로 이설을 하였었다. 그 공장들을 북측으로 이설 했다면...하는 마음이 가슴속에 남았다. 거리엔 즐비하던 핵강국의 구호는 단 한 마디로 없다. 다만 강성부국의 경제 살리자는 구호만 즐비하다. 이제는 그들도 시장을 개방하고 경제발전이 나라 발전임을 알고 시장의 문을 열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왔다.
편집자 : 글쓴이는 1월 24일부터 27일까지 사업차 북한에 다녀왔습니다
소백산 |
남.북이 하나되어 간도를 찾자 이것만이 민족의 번영의 기틀이 된다 누구나 잠시 머물다 가는 생이지 만 대대후손 들이 살아가야 할 이땅 선조들에 피와 땀에 보답함이다. 진정 훗날 부끄러운 조상으로 남지말자 지구도 세상도 늘 변하는것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 | 02-03 |
sws |
김씨왕조가 빨리 막을 내리고, 근대화해야할텐데 ㅋㅋㅋ 아직도 저기는 중세사회라니깐 ~~ | 02-03 |
crasher |
하하 다들 그렇게 이야기 하는 모양인데요. 전후 최초 방문이라고... 암튼 원산은 평양과는 비교 도 안될만큼 낙후되어 있고 (청소년 야영장만큼은 정말 현대식이고 최신식이지만) 원산 가는 길에 있는 농촌풍경은 참 삭막하고 배고파 보였습니다. (저는 2004년에 다녀왔? | 02-03 |
godqhrgo |
참 어이없다 | 02-03 |
블루 |
양각도 호텔 지하에 당구대와 바텐이 있는 공간을 룸살롱이라고 잘못 이야기 하셨네요. 지하에 볼링장, 가라오케, 사우나 등이 있지요....원산 갔다온 사람들 많은데...평양 참 깨끗하지요. 대 동강과 보통강변의 버들가지들도 인상적이고...우연히 맞닥뜨리는 평양사람들 | 02-03 |
블루 |
우연히 맞닥뜨린 평양사람들 참 친절하고 너무 반가워하고 남쪽사람들 보게 되어서 놀라워하 는 모습들..여자들은 참 예의 바르고 조용히 자기 의사를 밝히는 이쁜 모습들..보통 사람들은 남 쪽사람들에게 아주 호의적이고 반가워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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