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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안내려 위장이혼까지

여행가/허기성 2007. 3. 11. 13:07

 부동산 세금이 강화되면서 위장 이혼이 절세의 편법 수단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세무사 등 전문가들이 세금에 밝지 않은 일반 국민에게 위장 이혼을 탈세 방법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위장 이혼 편법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세무당국은 이혼한 뒤 결혼을 통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사례를 별도로 분석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마땅한 방안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 경남지역 위장이혼 발생..확산 가능성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위장 이혼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경남의 창원, 마산 등에서는 이미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무당국 관계자도 "이혼하고 원래 배우자와 다시 결혼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 물어보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고 경남에서 이혼을 이용한 편법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 창원에 살고 있는 A씨도 양도세 부담을 덜기 위해 위장 이혼을 시도했다.

A씨는 투자 목적으로 부인 명의로 구입한 B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갔지만 사정이 생겨 B아파트를 팔 수 밖에 없게 됐고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 부담을 덜기 위해 주변 사람들이 얘기하는 위장 이혼 편법을 이용하려고 지난해 말 법원에서 합의 이혼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B아파트의 보유기간이 3년이 되지 않은 A씨는 부인과 재혼 한뒤 팔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동사무소에 이혼 사실 신고를 하지 않아 이혼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도세 비과세 대상 1가구 1주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서울과 과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6개 신도시에서는 3년 보유에 2년 이상을 거주해야 하고 다른 지방은 3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A씨는 "세금은 무조건 내야 하는 줄 알았지만 주변에서 면세 받을 수 있는데 왜 바보처럼 수천만원의 세금을 내느냐는 말을 듣고 용기가 생겨 이혼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B아파트 소유자들 중 재건축 기간에 살기 위해 다른 아파트를 구입했거나 A씨처럼 투자 목적으로 B아파트를 구입해 1가구 2주택이 된 사람들 중에서 양도세 회피를 목적으로 합의 이혼한 후 다시 혼인신고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A씨는 "이혼을 위해 법원에 갔다가 약 15쌍의 이혼 신청 부부를 대기실에서 만났다"면서 "그러나 일부 부부는 쇼핑을 하러 온 사람들처럼 너무 다정해 위장 이혼 커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A씨는 "재건축단지 주변의 부동산 중개업소와 세무사, 법무사 등 전문가들은 재건축조합 등을 찾아다니며 이런 편법을 알려주는 '탈세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B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9, 10월을 전후해 세무사, 공인중개사와의 상담을 통해 이러한 양도세 회피 방안이 대부분 조합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법 시행령 155조 악용

위장 이혼과 재혼을 통한 양도세 탈세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115조 5항을 악용한 것이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55조 제5항은 주택을 보유하는 자가 1주택을 보유하는 자와 혼인함으로써 1세대가 2주택을 보유하게 되는 경우 그 혼인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먼저 양도하는 주택은 이를 1세대 1주택으로 보아 제154조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돼 있다.

제154조 제1항은 양도세가 비과세되는 1가구 1주택의 범위에 대한 규정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김모씨가 2003년 1억원에 지방의 아파트 한 채를 부인 박모씨 명의로 샀고 현재 부인 명의의 아파트 가격이 2억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강남의 아파트 만으로도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되는 김모씨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방의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지만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때문에 처분할 때에도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런 경우 김씨가 부인과 위장 이혼한 뒤 다시 재혼하고 부인이 김씨와 재혼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자신 명의의 아파트를 처분하면 소득세법 시행령 155조 제1항의 적용을 받게 돼 1억원 상당의 양도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제대로 하면 양도 차익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하지만 위장이혼한 뒤 재결합하면 부부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금을 안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혼인 등 불가피한 사유로 1가구 2주택이 된 국민을 배려해 만들어 놓은 시행령이 합법적인 탈세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 셈이다.

◇ 당국 결혼 비과세 별도 분석..마땅한 제도적 장치 없어

세무당국은 올해부터 양도세 중과가 시행됐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 후 다시 결혼한 사례가 아직 일선 세무서에서 적발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무당국은 위장 이혼 여부를 입증하기 쉽지 않고 편법 차단을 위해 법을 동원할 경우 차별 논란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제도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며 일선 세무서의 집행 과정을 통해 위장이혼을 적발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부동산을 매각할 경우 양도 2개월 이내에 양도세 예정 신고를, 다음해 5월까지 확정 신고를 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아직 신고를 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서까지 조사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대신 국세청은 신고 기한이 지난 뒤 무신고자에 대한 사례 분석을 강화하고, 특히 이혼 후 다시 결혼을 통해 양도세를 면제받은 이들의 사례는 별도로 분리해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고의로 세금을 회피한 이들에 대해서는 원래 내야할 양도세에 최대 40%의 가산세를 부과하고 불복할 때는 법적 소송 등을 제기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공인중개사, 세무사 등이 일선 재건축조합 총회 등에서 '탈세 컨설팅'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재건축조합 등에 대한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공인중개사회와 세무사회 등에도 지도 감독을 요청할 계획이다. 공인중개사나 세무사, 법무사 등이 탈세를 조언하면 징역 또는 벌금 등의 벌을 받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부동산 세제 강화로 세금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 위장 이혼 뿐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묘한 절세 방법이 등장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사회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며 "편법 탈세도 나쁘지만 편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금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