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둘러싼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청와대까지 비판 공세에 가세함으로써 이명박 대 청와대·박근혜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대운하 공약으로 제2의 청계천 효과를 기대하는 이 전 시장측과 효과 반감을 노리는 박 전 대표와 청와대의 공방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전 시장은 4일 서울 대방동 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반도 대운하 설명회에서 "살아오면서 어떤 고비든 정면 대결로 돌파했고,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면 좌절하고 일어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박 전 대표측과 청와대의 공격을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전 시장측 정책자문위원장인 유우익 서울대 교수는 "내륙의 낙후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항구로 연결시키는 것이 유일한 수단이며 한반도 대운하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경부·호남 운하만 해도 최소 70만개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도로의 혼잡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라도 도로 이외의 교통수단인 대운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단장 박승환 의원은 "건설비는 골재 판매대금 8조3000억원을 공제하면 5조8000억원밖에 소요되지 않으며 이것도 세금이 아닌 민자로 유치된다"며 "네덜란드와 두바이에서 적극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경제성을 입증하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강대 경제대학원 초청 조찬특강에서 "정책을 발표할 때는 심사숙고해서 발표하고 이행해야지, 발표해놓고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하면 좋은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목적을 기존의 물류에서 관광용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이 전 시장측을 겨냥한 것이다. 박 전 대표측 내에서는 경제적으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한반도 대운하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고 국토와 국민의 삶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필요할 경우 한반도 대운하 문제를 놓고 토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천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은 마치 나라의 어른이나 된 것처럼 훈계하고 정책토론을 피하려 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방패들고 반격 李 “100원 투자 230원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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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시장은 4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최근 선임된 선거대책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전달한 후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이들을 상대로 한반도 대운하 설명회를 가졌다. 이 전 시장은 설명회 도중 몇차례나 "믿고 따라달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유우익 캠프 정책자문위원장(서울대 교수)과 곽승준 고려대 교수,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등 자문위원들이 나서서 한반도 대운하 반대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승환 캠프 한반도 대운하 추진단장은 "우리가 확신을 가져야만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새로운 쟁점들이 부각되고 있는데 논거를 확실히 담은 대국민 설명자료를 만들 것"이라며 "국회의원과 TV토론에 능하신 분 중심으로 당내 정책검증과 본선 과정을 대비한 팀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선대위원들이 처음으로 모인 자리에서 한반도 대운하 설명회를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캠프 내를 다잡는 동시에 박 전 대표측과 정부의 공격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전 시장이 직접 대국민 설명에 나서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후보간 토론이 박 전 대표측 거부로 무산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이 전 시장 본인이 한반도 대운하의 구체적인 공약내용을 설명,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와 국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등 정부 산하기관 3곳이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벌여 '경제성 부족' 결론을 내린 것과 관련해 정부를 향해서도 포문을 열었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보고서에는 이례적으로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 VIP가 등장했다"면서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대운하에 대해 노골적 비난을 퍼부은 것도 정치공작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공격했다.
박 전 대표측에도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박 전 대표측 유승민 이혜훈 의원이 밝힌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정부의 조사내용과 논리 등에서 일치하기 때문이다. 박 대변인은 "여권의 음해성 공작에 아군이 휘둘리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캠프 일각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당 안팎의 집중 타깃이 되는 것은 마다할 일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방 자체가 대운하 공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데다 특히 이 전 시장을 겨냥해 현 정부의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점은 오히려 반사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곽성문 이명박, 1조 가까운 재산 은닉 박캠프 선공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검증 공방은 5일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선공(先攻)으로 막이 올랐다. 박 전 대표 측이 이날 이명박 전 시장의 X파일설(說), 그 중 핵심인 재산 문제, 그리고 투자회사 BBK와 이 전 시장과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이 전 시장 측은 “흑색선전”이라며 발끈했다. 당 검증위가 본격 활동에 들어가면서 양측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의 곽성문 의원은 5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8~19명의 친인척 명의로 신탁한 재산이 8000억~9000억원이 된다는 소문이 있다. 1조원에 가깝다고 한다”고 했다. 곽 의원은 “물론 재산 많은 것이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재산형성 과정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과정을 거쳤는지, 탈법은 없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은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온 사람인데, 과연 재산 모으는 과정이 정당했는지 알아야 하지 않느냐”라며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부동산 문제를 다 따지지 않느냐. 미국에선 마리화나 피운 경험만 갖고도 후보를 사퇴하기도 한다”고 했다.
곽 의원은 지난 4월 인터넷 언론사 기자들에겐 “사실로 드러나면 후보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는 수준이 아니라, 형사 입건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의 유승민 의원도 “만약 이 전 시장의 차명(借名) 재산이 있다면 심각한 문제이고, 범법인 만큼 당연히 검증위가 이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측의 정두언 의원은 “지난해 6월 말 시장직을 퇴직할 때 공직자로 등록한 재산 규모는 약 180억원이었으며, 이 외엔 더 이상의 재산이 없다”며 “친척 명의로 수천억원대 재산이 있다는 주장은 완벽한 허위사실로, 소문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무책임하게 의혹을 터뜨리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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