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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천국

시사2판4판]개국 일등 공신

여행가/허기성 2008. 1. 9. 20:36

<글·윤무영 | 그림·김용민>

김 대감 어이, 이 대감, 오늘은 일찍 나오셨구려. 만날 늦더니만.

이 대감 어허, 김 대감, 말 조심하시오. 내가 언제 늦었다고. 내가 이래 봬도 캠프에 얼마나 부지런히 들락날락거렸는지 아시오?

김 대감 혹, 화장실을 가느라 그랬던 것이 아니었소?

이 대감 어허, 새로 등극하실 상감에게 눈도장을 찍으러 온 처지는 마찬가지일 텐데… 뭘 그리 남의 아픈 곳을 꼬집습니까?

김 대감 허긴, 그렇소. 집에 그냥 있기도 뭐해서 나오긴 나왔으니 용안이나 한 번 뵙고 가야지요. 그나저나 이쪽으로 지나가실지 모르겠소. 새로 등극하실 상감도 하루에 한 번은 화장실을 가야하지 않겠소. 그래서 여기 화장실 앞이 눈도장을 찍기에는 최고지요.

이 대감 이번 개국공신 서열에 앞자리를 차지해야 할 텐데. 걱정이 태산 같소.

김 대감 나도 그렇소. 일등공신은 못 되더라도, 이등·삼등공신은 되어야 4월에 백수가 될 위험에서 벗어나지 않겠소.

이 대감 그런데 저기 서 있는 두 사람은 어디에서 많이 본 사람들 같은데….

김 대감 이 대감. 이렇게 정보력이 약해서야. 요즘은 정보의 시대입니다. 인터넷을 하고 오셨으면 저 분들이 바로 그 유명한 개국 일등공신이라는 걸 아실 텐데.

이 대감 에험. 나보다 일찍 출근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머리가 좋아 보이지도 않는데, 그리고 상감 옆에 있던 사람들도 아닌데,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와 일등공신 자리를 차지한다 말이오?

김 대감 이 대감! 정말 무식하오. 저분들이 바로 그 유명한 개국 일등공신인 노 대감과 정 대감이오. 저분들이 없었다면 우리 상감이 용상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오.

이 대감 그래요! 그런데 일등공신을 받으면 됐지, 저기에서 왜 저리 얼쩡거리오?

김 대감 아, 저분들은 개국 일등공신으로 만족할 분들이 아니죠. 4월에도 또 한 번 활약하면 아마 부원군에 오를 것이오. 우리 같은 이등·삼등공신들보다 정말 고수요.

대선에서 대패한 대통합민주신당이 패인을 놓고 한창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더 잘못했냐, 정동영 후보가 더 잘못했냐는 식인데, 4월 총선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역사상 최대 참패를 당하며 야당으로 전락한 마당에, 책임져야 할 두 정치인이 자신의 측근을 통해 임기 후 자신의 위상을 생각하거나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려 하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대통합민주신당은 국민들의 심판을 또 한 번 받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