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와 친 기업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첫 출항에 나서자 부동산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시중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옥죈 부동산에 이명박 정부가 숨통을 틔워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악재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주식 변동의 폭이 커지면서 펀드런(펀드 대량환매) 현상도 한 몫하고 있다.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다시 부동산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지난해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펀드 수익률 급락과 금리 인하 조짐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다세대나 다가구 등의 구옥(舊屋)이나, 아파트는 매입문의가 늘었고, 상가,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 투자 문의도 늘었다. 토지 쪽은 대운하나 새만금 주변 토지에 관심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숨죽었던 법원경매도 고가아파트 위주로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20% 가량 늘어난 상태다.
전세시장은 이미 분위기를 탄 상태다. 대입자율화나 영어몰입교육, 수능등급제 폐지 등으로 학군이 좋은 지역의 급매물이 사라지며 가격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북의 경우 재개발이주 수요로 봄 이사철 전세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이명박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벌써부터 한껏 부풀어 오른 상태다. 긍정적 전망들이 잇따르고 있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책 등 변수 살펴 전략 새로 짜야
부동산 투자자의 경우 새 정부의 정책 변화나 투자환경에 대한 더듬이를 곧추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어떤 전략을 갖고 신정부의 부동산시장에 진입해야 할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러자면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변화의 시그널을 이해하고 동시에 주택시장의 다양한 변수도 읽어내는 혜안을 갖출 필요가 있다.
수요층이 거의 허물어진 지방 시장은 공급과잉에 따른 수요부재로 침체 심화 정도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방에 비해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은 풍부한 유동(부동)자금과 안전자산 선호도, 소비심리 회복, 부동산 정책변화라는 새 정부 기대감이 한데 섞여 주택구매력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주의할 것은 침체로 귀결된 지난해 주택시장 약세가 올해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 위기에 따른 선진국 주택시장 침체와 12만가구에 이르는 국내 미분양사태로 불거진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화와 가계대출 상환부담 문제 등 우려할 만한 점이 지뢰처럼 깔려 있다는 것.
그럼에도 국내 부동산 시장은 상승 요인이 하락 요인보다 많아 올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위주의 완만한 가격 상승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과 달리 국내는 최근 몇 년간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관련 기준이 강화되어 왔다. 지난해 9월부터 실시된 분양가 상한제, 청약 가점제로 본격적인 청약광풍이 불게 되면, 인근 신규주택수요가 자극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올해 주택시장은 하반기부터 수도권 위주의 완만한 가격상승이 예상된다.
일부 행정도시, 혁신도시 등 지역균형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뿌리 깊은 수도권 지향적 가치관과 2기 신도시(송파‧판교‧광교신도시 등) 개발과 후광효과를 염두에 둘 때, 수도권 인구집중에 따른 가격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수요자들은 새 정부의 정책 변화를 주시하며 중.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단, 이미 집값이 소득에 비해 크게 상승한 상태여서 상승폭은 지난해 하락한 가격을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3~5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하라
함 실장은 이어 “향후 3~5년간 실수요자가 찾는 주택과 새 정부의 대운하 사업 등의 향배를 바라보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격의 완만한 상승이 예고될수록 실수요자들은 재테크에 실패하지 않을 유망지역이나 가격상승여력이 있는 저평가된 지역으로 쏠리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주택의 경우 지역이나 종류별 선택방향에 따른 차별화가 가격변동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주택은 금리보다 2~3배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수요자로부터 외면받는 주택은 투자가치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대형은 전원형 아파트나 브랜드가 있는 도심 초고층 아파트가 투자에 유리하다. 반면, 소형은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점차 완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여 도심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도시재정비촉진지구)을 중심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 효과가 가시화되면 청약광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세차액이 보장되는 2기신도시(판교‧광교 등)나 일부 지역(은평뉴타운, 송도‧청라‧흥덕지구, 왕십리뉴타운, 한남대 부지 등)의 경우 인기지역 청약경쟁률은 수백대일을 보이고 인접지역 아파트들까지 가격 상승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용산 국제업무지구, 4차 뉴타운, 뚝섬개발과 U턴 프로젝트, 등 호재가 깔린 곳이나 지하철‧고속도로 교통여건 개선지역을 중심으로 전‧월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재건축 시장은 당초 용적률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강남 시장 불안 가능성이 높아 시장동향을 감안해 규제완화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가격이 많이 조정된 저밀도 역세권 지분이나 한강조망 지역 위주로 장기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반면, 토지시장은 아직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대운하 등 대규모 사업이 공약으로 발표되면서 해당 지역이 적잖은 기대감이 팽배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부재지주 양도소득세 강화와 실거래가 토지등기부등본 기재, 토지거래허가제 등 관련규제가 상존해 있음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투자범위를 한정해 접근하는 것이 좋다.
올해 하반기에는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이나 지분형 아파트 분양제도가 새로 도입되는 등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윤곽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보유세 개편 등이 결정되는 시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책변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재테크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충동구매보다는 치밀한 설계와 정보수집을 거쳐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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