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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스크랩] 사랑합니다.

여행가/허기성 2008. 3. 18. 11:56

 

여보!

당신 생일이에요!

말로는 차마 하지 못하고 글로 대신 써 봅니다.

사극에서처럼 가로로 된 두루마리 편지지에

세로로 멋진 사연을 적어서 돌돌 말아 전하고 싶었습니다.

몇 십년 만에 붓을 잡고 연습하다 말고

제대로 될 턱이 없는  그 짓도 그만 두었습니다.

무슨 사연이 그다지 구구절절 필요하다고...

단 한마디면 족할 것을,

  

 

부부는

애초에 한 몸이었습니다.

둘로 잠시 갈라졌다가 다시 만났습니다.

 

 

두 몸을 한 몸으로 붙여 줄

아주 맛있고 달콤한

쨈같은 사랑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사랑의 케이크를

하나 완성하기까지

크림을 휘핑하는 과정도 필요했습니다.

 

 

줄줄 흐르는

생크림을 휘핑 하듯

사랑을 일구고 가정을 일구고

절대로 흘러내지지 않을 만큼 단단히 일구어

곱게 발라가는 것입니다. 

 

 

촛불 하나 밝힙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삐뚤빼뚤한 글씨처럼 케이크도 못났지만

정성과 사랑을 가득 담아 봅니다.

 

 

딸기 두 개를 꼭지도 떼지 않고  깊은 크림 속에 부러  묻어버렸습니다.

교만함에 들떠 너무 태양 가까이 날아가다

바다에 거꾸로 빠진  '이카루스'의 두 다리 같기도 또는 망또 같기도 합니다.

부부란 모름지기 자신을 죽여야만 온전한 가정을 꾸릴 수가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겠지요.

당신도 역시 힘들게 그랬겠지요.

나란히 자신를 죽이므로 우리는 

비로소 하나로

탄생된 것입니다.

 

 

우리 부부가 항상 건강하고

큰 바다로 나아간 사랑하는 아이들이

영육으로 단단한 물고기가 되어  너른 바다를 힘차게 유영할 수 있도록 

등잔불을 밝히는 깨어있는 어머니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글:사진/이요조

 
양희은
  


 

 
출처 :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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