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엔진인 중국 경제가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림픽 개최 이후 증시가 급락하는가 하면, 이미 물가는 불안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으며 소비와 수출은 둔화 조짐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중국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가 식으면 한국은 수출에서 타격을 받는다.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경제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불안조짐 중국 경제
이미 중국 경제는 곳곳에서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증시에서 상하이종합지수는 올림픽이 개막된 지난 8일 4.47% 급락했고 다음 거래일인 11일에는 5.2%, 12일에는 0.52% 각각 하락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7월에 6.3% 올랐다. 지난 5월의 7.7%, 6월의 7.1%보다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다. 중국의 7월 생산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10.0% 상승해 관련통계 작성이래 가장 높았다.
부동산버블 붕괴도 심각하다. 선전(深천 < 土+川 > )의 6월말 신규주택 평균가격은 ㎡당 1만1천위안으로 고점이었던 작년 10월보다 36%나 폭락했다. 부동산개발업체들의 부채비율은 평균 400% 이상이어서 부동산버블 붕괴는 곧바로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같은 기간에 10.4% 성장하는데 머물렀다. 이는 작년 상반기의 12.2%에 비해 1.8%포인트 낮다.
상반기 중국의 무역흑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8% 줄었고 6월 무역흑자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1.7% 감소했다. 이는 위안화 절상과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결과다.
소비도 이전 만큼 탄탄하지 못하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비지출의 비중은 작년에 33.2%로 전년의 33.5%에 비해 떨어졌다.
고용수 한국은행 아주경제팀장은 "중국 경제는 이 나라 지도부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하강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그 동안의 긴축정책과 세계경제의 둔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향후 중국경제 비관적 전망 우세
올림픽 뒤의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중국의 올림픽 투자액이 역대 올림픽에 비해 최대 규모였는데, 이런 투자가 사라지면 성장세가 둔화된다는 분석이다. 자산시장의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질 경우 중국은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2001년 이후로 베이징 중심으로 투자 붐이 일면서 GDP 대비 고정자산 투자비율이 2001년 30%대 초반에서 지난해 55%로 급증했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최근 6년간 잠재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뛰어넘는 고도성장을 지속했고 소비자물가의 상승 압력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림픽 이후 중국이 급격한 경기 하강을 방지하기 위해 성장기조를 유지하되 인플레이션 억제에 주력했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올해 9.8%에서 내년 8.1%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이 고도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올림픽을 앞두고 이뤄진 대규모 인프라 투자, 중국경제의 글로벌화, 산업의 질적 고도화 등이 새로운 성장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국가브랜드 및 기업이미지 제고와 같은 올림픽 후광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림픽 때문에 중국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올림픽 투자가 많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 중국경제 하강시 한국 직접 타격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 대(對) 중국 수출이 감소하면서 한국의 경제 성장세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수출에만 의존해 성장하고 있는 경제 구조여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침체는 곧바로 우리 경제에 불안을 가중하게 된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전체 우리나라 수출액의 22.1%를 차지해 미국 수출액(11.7%)의 2배에 이르렀다. 대중국 수출의 감소는 국내 기업의 투자 및 고용 위축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성장세를 약화시킨다.
게다가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중국을 수출 기지 또는 해외 생산기지로 적극 활용했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 대중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과잉투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덤핑 전략을 구사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한국의 100대 수출품목 중 중국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품목은 1995년 20개에서 2005년 29개로 증가했다.
과도한 올림픽 투자 등에 따른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의 수입물가를 높여 물가 관리에 어려움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베이징올림픽의 효과는 긍정과 부정적인 양면을 함께 봐야 한다"며 "단기적인 침체가 대중국 수출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이 올림픽을 계기로 거품을 빼고 경제 선진화를 이룬다면 우리나라도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결국 이 같은 부정적 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당장 대 중국 수출 둔화가 우려되는 만큼 수출선을 다변화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내수 확대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소비재와 원자재의 대체 수입원 확보도 필요하다. 중국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거나 조정하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림픽 이후 중국 내수 시장이 침체되면 중국 기업들이 수출로 돌파구를 찾으면서 해외 수출 시장에서 한국 기업과의 경쟁이 격화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 기업들은 해외 영업력 강화로 이미 선점한 시장을 지켜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당장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이 타격을 받겠지만 그렇다고 수출을 촉진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소비와 투자 활성화를 통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불황으로 주춤하는 상황은 한국 기업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불황기는 후발 주자를 따돌릴 수 있는 호기이므로 기업은 충분한 역량을 확보해 공격 경영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 본부장은 "중국이 올림픽으로 중장기적인 성장 효과를 누리게 되면 우리나라로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세계 경제에서 중국에 밀리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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