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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 풍부한 ‘땅속의 사과’

여행가/허기성 2008. 9. 6. 00:50
우리 농산물의 재발견(18) 감자 대부분 한국 현대소설전집 제1권은 김동인의 '감자'를 싣고 있다. 연대순으로 따져도 그렇고, 가나다순으로 엮어도 마찬가지다. 소설의 배경은 1920년대 평양 칠성문 밖 빈민굴이다. 지금도 북한에선 감자가 주요 식량원의 하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2001년 북한의 감자 재배 면적은 18만8000㏊로 2만5000㏊인 남한의 7배가 넘는다. 반면 생산량은 북한 188만t, 남한 73만t으로 북한의 낙후한 농업기술과 열악한 조건을 짐작케 한다.

↑ 밭에서 감자를 캐는 아낙들의 손길이 바쁘다. <농민신문 제공>

가열해도 전분입자가 비타민C 파괴 막아

소설가 김승옥은 김동인의 '감자'를 1968년 영화화하기도 했다. 주인공 복녀 역을 맡은 윤정희는 현기증날 정도로 예쁘게 나왔고, 허장강·박노식·김순철·주증녀 등이 개성 있는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김승옥의 이 영화감독 데뷔작은 평론가들의 혹평과 함께 흥행에도 참패했고 결국 김승옥의 은퇴작이 됐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영화 포스터를 보면 제목 '감자'의 '감' 자와 '자' 자 사이에 괄호를 하고 조그맣게 '고구마'라고 적어놓은 것이다. 즉 '감(고구마)자'가 영화 제목이다. 또 소설에서도 복례가 왕서방의 채마밭에서 훔치다 들킨 것은 감자가 아니고 고구마다. 왜 고구마를 감자라고 할까. 영조 때 동래부사 강필리가 지은 '감저보'가 고구마의 재배법을 적은 책이라는 것은 익히 아는 일이다. 아직도 제주도 시골에 가면 고구마를 감자(감저), 감자를 지실(地實·지슬)이라고 부르는 어르신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 전해진 감자와 고구마를 혼동해서 벌어진 일 같다. 중국에선 고구마를 감저로, 감자는 땅속에서 들어올리면 죽 딸려 나오는 모습이 마치 말의 목에 다는 방울을 닮았다 하여 마령서(馬鈴薯)라고 부른다.

흔히 감자를 구황작물이라고 하지만 먹을 것이 풍족한 요즘은 찌개·조림·볶음·튀김 등 어떤 음식에도 빠지지 않는 '감초' 식재료다. 특히 쌀밥의 16배나 포함돼 있는 칼륨은 몸 속의 염분(나트륨)을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알게 모르게 가공 식품과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접하는 우리 몸 속에는 나트륨이 과잉 축적되기 쉬운데 이를 몸 밖으로 내보내 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또 철분이 많아 빈혈 환자에게 좋고 마그네슘 같은 무기성분을 고루 함유하고 있다. 특히 감자의 비타민은 다른 채소와 달리 열을 가해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비타민C는 수용성이라 물에 잘 녹고 열에 약하지만, 감자의 경우 전분 입자가 막을 형성해 비타민C의 파괴를 막아준다. 최근에는 항산화물질이 많이 함유돼 있는 기능성 색깔 감자를 비롯해 주스나 샐러드, 구이 등 용도별로도 다양한 감자 품종이 등장하고 있다.

감자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많이 먹으면 살이 찔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감자는 80~85%가 수분이고 15~25%만 전분(탄수화물)이다. 문제는 요리법이다. 찐 감자는 100g당 열량이 66㎉이지만 감자칩은 500㎉가 넘는다. 좋은 감자는 외형이 균일하며 너무 울퉁불퉁하지 않고 둥글둥글해야 한다. 색깔은 감자 특유의 노르스름한 색이 잘 나타나야 한다. 껍질이 일어나는 경우는 너무 일찍 수확한 것이라 상하기 쉽고 맛도 떨어진다. 또 오래된 감자는 수분이 빠져나가 쭈글쭈글한 주름이 생긴다.

해마다 8월이면 강원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감자축제가 열린다. 감자 캐기와 감자 피부미용 체험, 감자 구워 먹기, 감자 삼굿구이, 감자떡 빚기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올해는 유엔이 정한 '국제 감자의 해'다. 개발도상국의 식량 안보를 향상시키고 빈곤을 완화하는 데 감자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