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캠핑버스테마여행

패션관련사진

담장 너머 로열 패밀리의 뷰티 문화

여행가/허기성 2008. 9. 25. 19:17

그들만의 스타일, 분명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신분에 따라 외모가 확연히 구분된다고 말하면 설마,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로열 패밀리들을 많이 보아 온 미용실 원장에게, 숍에 들어오는 손님 중 한눈에도 로열 패밀리를 알 수 있느냐고 물으 면 “그렇다”고 말한다. 그들이 너무 화려한 옷을 입고 있어서? 값비싼 명품 백을 들고 있어서? 그건 또 아니란다. ‘로열 패밀리’라 일컬어지는 최상류 사회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가꾸는 데 있어서도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긴 있나보다.
일단,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는 디자이너 코코 샤넬 혹은 일명 ‘아나운서 스타일’을 떠 올리면 될 듯. 특히 50대 이상 어머니 세대들이 이런 스타일을 추구하는데, 헤어스타일은 귀 아래로 살짝 내려오는 굵은 웨이브에, 전체적 으로 볼륨감을 살렸다는 게 포인트다. 조금 젊은, 며느리 세대들의 헤어스타일은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긴 머리에 약간의 웨이브를 넣 는 것.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뱅스타일이나 딱 붙는 생머리, 밝은 컬러의 염색 헤어나 블리치가 유행을 한다고 해도 그런 스타일을 시 도하는 사람은 절대 없다. 그들이 가장 신경 쓰는 건 모발이 두상과 얼굴 라인에 달라붙지 않도록, ‘뿌리’를 살리는 스타일이란다. 어머니 세대들이야 그렇다 쳐도 30대의 젊은 며느리 세대들도 모발의 뿌리를 살리고 볼륨을 넣는 것에 서툴지 않다는 것. 거기에 메이 크업이 진하지 않고 입은 옷이 얌전하다는 것도 외모상의 특징이라면 특징. 해외 명품 옷이라도 한눈에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프린트 강한 옷,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쯤 쳐다볼 만한 눈에 띄는 옷은 로열 패밀리의 스타일이 아니다. 그들은 옷이건 가방이건 ‘ 티 안 나는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데 한 미용실 원장은 이런 패션을 ‘소리 없는 명품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라인이나 실 루엣은 전반적인 트렌드의 흐름에 동참한다고.

아무 것도 안 한 것처럼 보이지만 할 건 다 한다
입은 옷과 가방도, 화장과 헤어스타일도 튀지 않지만, 그들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피부 상태와 머릿결이다. 몇 캐럿의 보석 액세서리를 하고 있더라도 머릿결에 윤기가 없거나 부스스하면 명문가 여성들이 아니 라는 것. 미용실에 가서 커트나 파마를 하는 일은 그들에게 ‘부수적인’ 일. 로열 패밀리는 머리 형태를 만들기 위해 미용실을 찾는 게 아니라 밥 먹듯, 잠자듯 정기적으로 미용실에 들러 머리부터 발끝까지 ‘케어’를 하는 게 생활화돼 있는 것. 운동하는 것과 미용실 가 는 것은 이들 사이에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기 때문에 로열 패밀리가의 여성들에게서 뚱뚱한 사람을 볼 수도 없다고 한다.

이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 와서 모발 관리와 두피 관리를 받고, ‘아주 조금이라 도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엔 일찌감치 와서 세팅을 말거나 드라이를 한다. 대신 행사가 있는 중요한 날도 절대 짙은 메이크업은 하지 않는다. 건강미 있는 검은 피부? 명문가에선 볼 수 없다. 이들은 ‘하얗게, 투명하게, 화사하게’를 고집하는 것. 손톱이나 발톱, 손과 발의 상태가 지저분하거나 거칠 일이 없이 늘 중요한 자리에 가는 ‘준비된’ 여성들인 양 케어를 마친 후의 상태 그대로다. 오히려 일반 여성들이 신경을 쓰는 파마는 두 달에 한 번 정도만 한다. 머릿결을 언제나 인식하고 있어서다. 염색도 마찬가지. 언뜻 안 한 것 처럼 보이지만 다들 한다는데 자신의 머리색에 최대한 가까운 컬러를 선택, 건강해 보이도록 코팅이나 컬러링을 넣는다.

시집오기 전 연예인이었거나 같은 명문가 출신이 아닌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아주 트렌디 한 스타일을 고집하던 여성들도 명문가 사람이 되고 나면 눈치껏 알아서 단아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건 결혼식 당일의 스타일에서부터 당 락지어진다. 이들은 할아버지부터 갓난아기까지 가족들 모두 같은 미용실에 다니는 ‘패밀리’ 뷰티 문화를 추구하는 게 보통인데, 며느리 를 맞게 될 때면 결혼식 당일의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은 당연히 시댁 어른들이 다니는 미용실에서 하게 된다. 그럴 때면 시어머니들이 와 서 “절대로 속눈썹을 길게 붙이지 말고, 아이라이너 짙게 그리지 마라”고 꼼꼼하게 당부를 한다고. 우리나라의 최고 재벌가에 입성했던 고현 정이나 최근 노현정의 결혼식에서 헤어, 메이크업은 물론 웨딩드레스까지 어딘지 비슷한 느낌이 있는데 이게 바로 로열 패밀리의 ‘어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

특별한 날은 물론 아빠와의 저녁 약속에도 미용실에 들른다
명문가의 결혼식 당일 신랑이나 신부보다 더 외모에 신경 쓰는 건 혼주들. 예전엔 명문가 에서도 양가의 어머니들만 헤어와 메이크업을 했었는데, 요즈음은 아버지들도 헤어스타일은 물론 메이크업까지 완벽하게 받는다고 한다. 여성들은 짧은 머리라도 일부러 피스(부분 머리)를 붙여서 어색한 모습을 만들지 않는다. 어머니들은 과장되지 않은 심플한 ‘업’ 스타일을 만들거나 단발 헤어라고 해도 앞에서 언뜻 봤을 때 올린 머리처럼 보이는 스타일을, 긴 머리의 젊은 혼주들이라면 가르마 없이 심플하게 하나로 묶어 올린 것 같은 단정한 헤어를 고집한다. 메이크업도 거의 투명에 가깝게 하는데 미용실 입장에선 이런 메이크업이 더욱 어렵다는 것.

결혼식 등 큰 행사 말고도 일반 사람들에 비해 특별한 행사가 많은 것도 명문가 라이프스 타일의 특징인데, 집안 어른들 간의 모임이나 부부 동반 비즈니스 모임 등이 유독 많아 그때마다 미용실에 들른다. “명문가의 딸들은 밖에서 아빠와의 저녁 약속에 갈 때도 미용실에 와서 드라이를 하고 나가요. 아빠와 둘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식사 자리엔 다른 중요 한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니 늘 외적인 준비를 갖추는 게 생활화된 거죠.”

스케줄대로만 움직이는 로열 패밀리의 절제된 삶
최상류층 사람들이 드나드는 미용실에선 새로 직원을 뽑았을 때 교육시키는 룰이 있다. ‘ 절대로 묻지 말 것’. “나는 누구네 집 누구요”라고 드러내고 싶어 하는 손님이라면 그저 돈 많은 부자일 뿐 명문가 사람은 아닐 게 분명하다. 톱클래스들은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미용실에 와도 크게 떠드는 법 없이 조용히 앉아서 책만 보다가 간단다.

헤어 디자이너에 대한 독점욕(?)이 강한 것도 그들의 특징. 헤어 디자이너가 자신의 머리 를 만지고 있다가 잠시 옆 손님의 머리를 거들기라도 하면 “내 머리 삐뚤어지겠네”라며 날카롭게 한 마디 쏘아붙이기도 한다. 늦 은 시간에 움직이기보다는 이른 아침부터 미용실에 오는 부지런한 사람들, 절대로 스케줄대로만 움직이며, 미용실에서도 카드보다는 현찰을 주로 쓰지만 허튼 돈은 한 푼도 안 쓰는 절제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 돈이 있어도 “있는 척도 없는 척도” 안 하며 ‘소리 없는 명품’ 을 들고 화려한 행세는 안 하는, 이게 바로 진짜 로열 패밀리들의 뷰티 라이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