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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풀린 군사보호구역 투자하기엔 아직…

여행가/허기성 2008. 10. 1. 05:29

9.19 부동산 대책
- 향후 10년간 150만가구 공급..지분형임대,영구임대 등 구성
- 국민임대단지 보금자리주택단지 전환..분양가 15% 낮춰 공급
- 그린벨트 해제 및 시가화예정지 총 40만가구 공급
- 영구임대재원마련, 그린벨트 땅값폭등, 전세위주 전환 논란 예고


농지규제등 다른 제약 많아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국방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조치를 단행했지만 토지시장은 현재로선 잠잠하다. 토지이용 규제는 풀렸지만 이 지역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개발되기 위한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토지 전문가들은 "이 지역 토지 투자로 당장 시세차익을 거두기는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김포 "농지 규제 등으로 묶여 거래는 어려워"

= 한강신도시 개발, 양곡택지지구 개발 등으로 인해 수도권 서부 핵심 주거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경기 김포 일대에 또 하나 호재가 떠올랐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인 김포 지역 2억268만㎡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656만6000㎡가 규제에서 풀린 것이다.

김포 군사보호구역 해제 지역은 한강신도시 일원, 양곡택지지구, 고촌신곡리 545 일원, 감정동 515-1 일원 등 4곳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은 기존 개발 계획과 맞물려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땅 자체 가치 상승과는 관계없이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여파가 당장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규제 해제에도 불구하고 농지 등에 얽힌 거래 규제들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김포시 사우동 연세부동산 조원기 대표는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땅 자체에 대한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외지인들이 땅을 못 사게 농지법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실제로 땅에 투자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외지인이 땅을 사면 나중에 팔 때 시세차익 60%를 양도세로 내야 하고 부가세 6%까지 합치면 66%를 뱉어내야 하는데 누가 땅을 사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한강신도시와 양곡택지지구 등은 이미 군부대와 협의가 이뤄져 개발 계획이 수립된 이후이기 때문에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되더라도 새로운 개발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것이 주변 반응이다.

다만 그 인근 지역을 음식점 등 다른 시설로 개발할 수 있는 여력 등이 생겼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포에서는 군사보호구역 해제 외에도 122만7000㎡가 통제보호구역에서 제한보호구역으로 조정되거나 제한보호구역에서 위탁지역으로 확대 조정됐다. 이들 군사보호구역 완화 지역은 김포 월곶면 보구곶리, 성동리, 용강리, 조강리, 하성면 마근포리, 마조리, 시암리, 후평리 일원 등이다.

이들 완화 지역 중 위탁 지역은 건물 높이 15m 내지 45m까지 군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건물 신ㆍ증축 등이 가능해졌으며 제한보호구역은 군과 협의를 거쳐 건물 신축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 경기 북부 "해제 미흡해 개발 수요 있을지 의문"

= 국방부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 또는 완화하면서 특히 경기도 등 각종 개발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작전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거나 산업단지 또는 도시계획 지정 등 현지 사정을 고려해 대규모로 풀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 개발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포천 연천 의정부 등 경기 북부권 주민 재산권 행사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개발연구원은 군사시설보호법 시행 후 34년 동안 경기도가 1178조원 규모 소득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경기도 행정구역 가운데 21.7%를 차지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 2213㎢로 인해 지난해 연간 소득 손실만 46조3663억원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 반응은 차가웠다.

경기 포천 D부동산중개소 대표는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됐더라도 그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대형 관광개발 사업이나 산업 등을 유치하기에는 미흡한 정도"라며 "그런 시설 등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택지 등으로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해서 개발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가평군 펜션전문 G건설 관계자는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가 좋은 뉴스인 것은 맞지만 경기도에는 이 규제가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그린벨트나 상수원보호구역 등 중복 규제로 묶인 땅이 많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 생활은 이번 조치로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파주에서 농사를 짓는 정 모씨(59)는 "군부대 인근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수십 년 동안 집도 새로 짓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을 겪었다"며 "이번 조치로 이런 불편은 그나마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투자 생각한다면 장기적 관점으로

= 전문가들과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무분별한 투자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신중한 투자를 조언했다. 대부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고 다른 규제들로 묶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은 토지거래허가제와 외지인이 토지를 소유할 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중과 등에 따라 투자 수익률을 거의 낼 수 없는 상황이고 기업들은 건설경기 악화로 개발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전원주택 전문업체인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개발 가능한 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외지인이 접근하기 어렵고 환금성도 떨어진다"며 "설령 투자하더라도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세율이 60%까지 중과되는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주나 펜션주택 목적으로 소액 투자를 생각한다면 고려해볼 만한 상황이다.

■ 그린벨트까지 풀리면 더블호재…서울 우면동ㆍ개포동 주목

이번에 규제가 풀린 군사시설보호구역 중에는 그린벨트 해제 예상 지역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에 이어 그린벨트 규제까지 풀리면 땅값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더블 호재' 지역이다.

서울 강남권에도 더블 호재가 예상되는 지역이 있다. 유력한 그린벨트 해제 예상지역으로 거론되는 동시에 이번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된 서초구 우면동 일대, 강남구 개포동 일원동 일대, 서초구 염곡동, 내곡동 일대다.

이들 지역은 일단 규제만 완화되면 최고 주거지역으로 떠오를 수 있다.

특히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일원동 일대 지역은 최근 건설 중인 신분당선 등이 지나가는 역세권 지역이기 때문에 개발 가능성이 어느 곳보다 높다. 정부는 역세권 지역을 고밀복합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내 주거지역이면서도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포함돼 그동안 증ㆍ개축 등에 제한을 받아온 지역들도 각광받고 있다. 종로구 평창ㆍ부암ㆍ사직동과 서대문구 홍제동, 성북구 성북ㆍ정릉동 일대로 114만㎡에 이른다. 이들 지역은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건축행위에 제한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지상 3층까지 건축행위가 자유로워지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띨 여건을 갖추게 됐다.

수도권 서북부 일대에서는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되는 택지지구 주변도 눈여겨볼 만하다. 파주ㆍ문산 등 상당수의 택지지구가 이미 군부대와 협의를 마치고 아파트 건설이 진행 중이다.

김포시 양촌면 고촌면과 파주 교하ㆍ운정ㆍ금촌 택지지구, 고양시 덕이ㆍ식사ㆍ풍동 지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린벨트 해제 예상지 가보니

이따금 문의는 있지만 거래보다는 탐문 수준

서울 양재IC에서 과천 방면으로 넘어가면 넓은 들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도로를 따라 화훼용 비닐하우스촌이 펼쳐져 있고 그 중간에는 드문드문 식당들이 있다. 이곳이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예상 지역 1순위로 꼽히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일대다.

정부가 지난 19일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밝힌 후 이 지역 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변의 관심과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역 분위기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지난 24일 이곳 도로변의 H농원을 찾았다. 분재에 물을 주고 있던 50대 남성에게 "땅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만 가로저었다.

"앞으로 땅값이 오를 것 같은데 좋으시겠다"고 말을 건네자 분무기를 내려놓더니 "비닐하우스 하는 사람 중에 땅 주인이 있겠느냐? 우리 같은 사람에게 좋을 거 하나도 없다"고 쏘아붙였다.

과천동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인근의 15가구 남짓한 마을에는 중개업소가 5곳이나 있었다.

이 지역 부동산시장은 그린벨트 해제 예상 지역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분위기였다.

A부동산중개사무소에 들어가 시장 상황을 물으니 "문의 전화는 있는데 방문하는 사람도 없고 땅 거래도 없다"고 말했다.

이 업소 관계자는 "땅 주인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곳이 해제될 것 같으냐고 묻기도 하고 은근히 기대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매매가 이루어질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현재 과천시는 33㎢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으며, 과천동은 거의 모든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과천동 그린벨트 지역 땅값은 3.3㎡당 평균 250만~300만원 선이다.

서울 동부지역 중 해제 후보지로 꼽히는 경기 하남시 풍산동 일대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당장 거래가 이뤄지기는 힘들겠지만 점차 외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술렁거림은 감지됐다.

하남 애플공인중개 관계자는 "향후 보상평가액 산정에 유리한 대로변에 위치한 농지의 경우 3.3㎡당 500만~600만원은 잡아야 한다"며 "매물로 나오는 땅의 덩치도 커 최소 10억원 이상은 확보해야 유망지역 투자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현지에서도 늘어난 투자 문의가 곧바로 거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 서북권 지역 중에서 해제 유력지역으로 꼽히는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서도 매물을 찾는 문의전화가 늘고 있지만 땅 주인들이 매물을 거의 회수해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은 전체 면적 중 50%인 134㎢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예전에도 이곳의 해제 소문이 나돌아 기대감만 커졌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발표가 나와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