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이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신뢰의 축'을 무너뜨리고 있다. 주가와 펀드가 반토막나면서 돈을 모아 같이 투자했던 친구·형제는 물론 지인들의 우정에 금이 가는가 하면, 개인이 사회와 조직을 불신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개인이 은행권을 믿지 못해 철제 금고를 사들이는가 하면 적자에 허덕이는 일부 중소기업은 '고의 부도'마저 서슴지 않는다. 쓰레기 비용을 아끼려고 마구 버린 쓰레기가 이웃간 분쟁으로 번져 인심마저 각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간의 신뢰가 붕괴되면서 반목과 질시가 횡행하는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공장 매각에 따른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고의 도산을 택하고 있다. 공업용 비닐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김모(63)씨는 5년간 거래하던 업체의 사장이 지난달 고의 부도를 내고 잠적해 물품대금 등을 받지 못해 7000여만원의 손해를 봤다. 부도업체 사장은 최근까지 어음을 남발했고, 부동산 등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사라졌다. 김씨는 "아무리 불황이지만 20년 넘게 건재했던 회사가 그럴 줄은 몰랐다."면서 "신용을 담보로 납품했던 다른 업체들도 적잖이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경영하던 K(60)씨도 고의 부도를 택했다.15년째 흑자를 기록했지만, 공장을 매각할 경우 손에 남는 돈은 1억원이 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는 "은행대출도 막혔고, 공장도 안 팔리는 상황에서 계속 회사를 운영하다가는 빚더미에 앉을 것 같아 부도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 운영자는 "거래 업체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안타깝지만 내가 망하게 생겼는데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펀드나 부동산에 공동 투자했던 형제나 친구가 앙숙으로 변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모(59·자영업)씨는 지난해 자신의 돈 3억원과 동생 돈 2억원, 그리고 대출 2억원으로 수도권의 7억원짜리 아파트(161.89㎡·49평)를 분양받았다. 역세권이었지만 미분양이 속출해 아파트 가격은 5억원으로 떨어졌다. 결국 형제는 지난달 부모님 앞에서 큰 싸움을 벌였고, 그 후로 전화도 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형제 및 사촌들과 월 5만원씩 내는 '형제계'를 해왔던 김모(30·보험회사 직원)씨는 최근 펀드 급락으로 형들과 소원해졌다.19개월을 납입했지만 300만원의 투자금은 150만원으로 줄었다.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있던 돈을 펀드로 옮기자고 권유했던 큰 형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결국 계와 우애가 모두 깨졌다.
쓰레기 봉투값을 아끼려는 시민들의 무단투기 때문에 이웃간의 정도 금이 갔다. 서울 관악구청은 최근 보라매동 당곡초등학교 주변에 CC(폐쇄회로)TV까지 설치해 무단투기를 단속했지만 투기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에는 주민들이 아예 감시 초소를 세웠다. 인근 지역도 쓰레기 투기에 대한 주민간의 다툼이 많아 이동식 초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불신이 심각해지면서 자산을 현금이나 금괴 형태로 집에 보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철제 금고를 제작하는 B업체는 "최근 강남 부유층을 중심으로 개인금고 판매가 10% 이상 늘고 있다."면서 "특히 부부재산을 따로 관리하기 위해 추가로 금고를 들이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방범용 CCTV나 보안서비스는 호황을 맞고 있다.CCTV를 판매하는 E업체는 주문상담이 월 100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100% 이상 신장됐다.
보안서비스 C업체 관계자는 "2002년부터 매해 10%선이었던 매출 성장률이 올해 20%로 급격히 뛰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교수는 "경제위험에 노출된 시민들이 향후 다가올 불안과 위협에서 자신을 방어하려는 경향이 사회적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구조조정도 우려돼 불신은 더 깊어 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양극화가 심해지고 생존경쟁이 심해져 불신 사회가 된다는 것은 학계에서 일반적인 견해다."면서 "한국은 이렇게 형성된 불안심리가 높아지면서 서로 뿔뿔이 흩어지는 '난민 사회'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공장 매각에 따른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고의 도산을 택하고 있다. 공업용 비닐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김모(63)씨는 5년간 거래하던 업체의 사장이 지난달 고의 부도를 내고 잠적해 물품대금 등을 받지 못해 7000여만원의 손해를 봤다. 부도업체 사장은 최근까지 어음을 남발했고, 부동산 등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사라졌다. 김씨는 "아무리 불황이지만 20년 넘게 건재했던 회사가 그럴 줄은 몰랐다."면서 "신용을 담보로 납품했던 다른 업체들도 적잖이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경영하던 K(60)씨도 고의 부도를 택했다.15년째 흑자를 기록했지만, 공장을 매각할 경우 손에 남는 돈은 1억원이 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는 "은행대출도 막혔고, 공장도 안 팔리는 상황에서 계속 회사를 운영하다가는 빚더미에 앉을 것 같아 부도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 운영자는 "거래 업체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안타깝지만 내가 망하게 생겼는데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펀드나 부동산에 공동 투자했던 형제나 친구가 앙숙으로 변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모(59·자영업)씨는 지난해 자신의 돈 3억원과 동생 돈 2억원, 그리고 대출 2억원으로 수도권의 7억원짜리 아파트(161.89㎡·49평)를 분양받았다. 역세권이었지만 미분양이 속출해 아파트 가격은 5억원으로 떨어졌다. 결국 형제는 지난달 부모님 앞에서 큰 싸움을 벌였고, 그 후로 전화도 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형제 및 사촌들과 월 5만원씩 내는 '형제계'를 해왔던 김모(30·보험회사 직원)씨는 최근 펀드 급락으로 형들과 소원해졌다.19개월을 납입했지만 300만원의 투자금은 150만원으로 줄었다.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있던 돈을 펀드로 옮기자고 권유했던 큰 형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결국 계와 우애가 모두 깨졌다.
쓰레기 봉투값을 아끼려는 시민들의 무단투기 때문에 이웃간의 정도 금이 갔다. 서울 관악구청은 최근 보라매동 당곡초등학교 주변에 CC(폐쇄회로)TV까지 설치해 무단투기를 단속했지만 투기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에는 주민들이 아예 감시 초소를 세웠다. 인근 지역도 쓰레기 투기에 대한 주민간의 다툼이 많아 이동식 초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불신이 심각해지면서 자산을 현금이나 금괴 형태로 집에 보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철제 금고를 제작하는 B업체는 "최근 강남 부유층을 중심으로 개인금고 판매가 10% 이상 늘고 있다."면서 "특히 부부재산을 따로 관리하기 위해 추가로 금고를 들이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방범용 CCTV나 보안서비스는 호황을 맞고 있다.CCTV를 판매하는 E업체는 주문상담이 월 100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100% 이상 신장됐다.
보안서비스 C업체 관계자는 "2002년부터 매해 10%선이었던 매출 성장률이 올해 20%로 급격히 뛰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교수는 "경제위험에 노출된 시민들이 향후 다가올 불안과 위협에서 자신을 방어하려는 경향이 사회적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구조조정도 우려돼 불신은 더 깊어 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양극화가 심해지고 생존경쟁이 심해져 불신 사회가 된다는 것은 학계에서 일반적인 견해다."면서 "한국은 이렇게 형성된 불안심리가 높아지면서 서로 뿔뿔이 흩어지는 '난민 사회'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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