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40㎡짜리 집 설계하며 큰 집이 정말 필요한가 생각했어요
건축가 부부인 임형남(오른쪽)과 노은주씨는 "집을 크고 비싸게 지으면 집이 사람의 주인이 된다. 이른바 주객전도(主客顚倒)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설 연휴가 끝났다. 고향집에 다녀오면 집을 더 생각하게 된다. 춥고 불편한 시골집보다 아파트가 낫다고 여기는가 하면, 귀경길 전원주택을 보며 '언제 그림 같은 집에 살아볼까' 공상도 해본다. 사실 한국인에게 집은 '과시적 소비'의 대명사다. 아파트 평수로 사람이 재단되곤 한다.
부부건축가 임형남·노은주씨(가온건축 공동대표)는 이런 세태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편하면서도 비싸지 않은 집을 주장해왔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집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권한다. 1999년부터 함께 일해온 두 사람은 집 설계를 꾸준히 해 온 건축가로 꼽힌다. 함께 지은 집만 30여 채다. 집을 지을수록 집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도 늘었다. 지난해 펴낸 『이야기로 집을 짓다』 등 집과 건축에 대한 책이 네 권에 이른다.
요즘 두 사람의 화두는 '작은 집'이다. 최근 충남 금산에 40 < e6b3 > (12평)짜리 집을 설계하며 '우리에게 그렇게 큰 집이 정말 필요한 걸까'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됐다. 교직자인 건축주로부터 "군더더기는 다 빼고 반듯하게 지어달라"는 당부를 받고, 그들은 아담한 세 칸으로 구성된 '도산서원'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해서 집을 사고, 또 집을 넓히는 게 많은 사람들의 꿈이죠. 그런데 집을 넓히는 사이에 자녀들은 분가하고 큰 집에 부부만 남 게 되죠.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집이 아니라 내가 편안하게 살 집임을 생각하면 집은 더 작아도 될 것 같아요." 지난달 31일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그들을 만났다.
-집 설계의 매력은.
"집은 사람들의 꿈과 연결된 공간이다. 매번 새 프로젝트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집을 잘 지으려면 땅과 집, 그곳에서 살 사람들, 건축가가 서로 의사소통을 잘해야 한다. 건축가인 우리는 땅과 사람 사이의 중재자며 통역사다. 건축가는 우선 땅을 잘 읽어야 하고 건축주의 꿈, 그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삶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땅을 잘 읽어야 한다? 풍수지리를 말하나.
"아니다. 나 잘 살자고 땅을 평가하고 타박하는 명당타령은 좀 경박한 것 같다. (웃음) 그보다 땅에 대한 애정과 경외심을 갖자는 얘기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기보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환경적 요소까지 헤아리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가서 편안하고, 아이가 잘 웃으면 그 자리가 명당이지 않을까."
-'작은 집'을 짓자고 했는데.
"물리적으로 작은 집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거품을 뺀 집을 말한다. 집의 크기에 집착할수록 삶을 위한 집이 아니라 집을 위한 삶이 된다. 거실을 불필요하게 크게 만들고, 다음엔 그곳을 채우기 위한 가구를 놓고, 비싼 마루를 깔고 마루가 패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공간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다. 예산이 많다면 최고급도 좋겠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고 편안한 재료를 쓰는 게 더 중요하다. 내 몸에 맞는 규모를 고민해봐야 한다."
-조망도 돈이 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풍경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망(view)'에 과도하게 매달린다. 실제로 아무리 좋은 풍경도 두 달 정도 살아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웃음) 전망에만 초점을 맞추면 불합리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자기 손으로 짓자'고 했다. 어려운 문제다.
"그렇지 않다. 설계도 건축주가 직접 해보는 것도 좋다. 남에게 모두 맡기기보다 건축을 직접 경험해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일생에 해보기 쉽지 않은 경험이다. 이때 건축가란 문제를 푸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사람이다."
-집을 잘 짓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을 자기에게 두는 것이다. 자신의 취향과 안목 없이 남의 시선이나 체면 등에 휘둘릴수록 거품이 들어가는 법이다. 미술이나 음악만 문화가 아니다. 내가 사는 공간을 가꾸는 것도 문화다.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말자. 건축을 문화로 이해하고 독서와 답사 등으로 안목을 키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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