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퇴직…생업전선에 뛰어든 중고령층 여성
50대女 취업자 증가, 女전체의 절반
미혼자녀 미취업 증가도 한몫
대부분 마트·식당서 '저임금 노동'
4대보험 등 근로환경 개선 시급
30년 간 주부로 살아 온 김모(54ㆍ여)씨는 올해 초부터 마트 생선코너에서 일하며 가장(家長)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다니고 있는 남편은 내년 초 정년퇴직이 예정돼 있고 두 아들은 아직 취업준비생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8시간, 주 6일을 꼬박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월 100~110만원. 그 마저 6개월마다 계약서를 새로 작성해야 하는 단기계약직 신분이다. 김 씨는 "남편이 퇴직후에 받게 될 연금소득으로는 한 달 200만원이 넘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며 "공장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그나마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생계를 위해 일자리 시장에 뛰어드는 50대 여성이 늘고 있다. 가구의 주 수입원이었던 남편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자녀들이 취업준비가 길어지면서 이들을 대신해 '엄마'가 일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자. 지난해 50대 여성 취업자수는 215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0만5300명 늘었다. 지난해 여성 취업자수 증가분(20만2500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사실상 여성 고용을 주도했다. 고용률도 2009년 56.2%에서 지난해 58.1%로 꾸준히 늘고 있다. 노동시장의 핵심연령층인 30~40대 여성의 고용률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50대 여성의 취업 흐름은 특히 배우자가 있는 여성에게서 도드라진다. 지난해 1~4월 기준 배우자가 있는 50대 이상 여성의 취업자 수는 전년 보다 19만8000명 증가했다. 2010~2011년 증가폭인 9만5000명의 두 배가 넘는다. 고용률 역시 배우자가 있는 50대 여성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미혼, 사별, 이혼 등의 이유로 배우자가 없는 50대 여성의 경우 답보상태이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성재민 전문위원은 "여성 중·고령층의 취업이 가구 소득을 보충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이 주로 취업하는 일자리 대부분이 임금이 낮고 고용환경이 불안정한 '질 낮은 일자리'라는 점이다. 지난해 일자리 시장에 발을 들인 50대 여성 중 상용직은 53만명인 반면 임시직은 64만명에 달했다. 20대 여성의 상용직, 임시직 수가 각각 115만명, 54만명인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50대 여성은 대부분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하는 생계형 자영업 등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일자리에 집중돼있다.
임금도 낮다. 지난해 3월 기준 기혼 여성의 절반 이상(58%)이 평균임금의 2/3 이하를 받는 '저임금' 노동자에 속했다. 특히 50대 여성의 경우 중간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저임금 노동자로 대부분 유입됐다. 2009년 대비 중간임금계층은 4.1%포인트 줄어든 반면 하위임금으로 분류되는 계층은 4.6%포인트 늘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복순 책임연구원은 "50대 여성의 고용이 많이 늘었지만 그것이 일자리 질의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남편의 퇴직이 다가오고 미혼자녀의 취업이 늦어지면서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당장 취업하려는 50대 여성이 늘고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해결방법은 없을까. 남편의 퇴직을 늦추고 자녀의 취업을 앞당기면서 50대 여성 근로자의 근로환경이 개선된다면 해결될 일이다. 그러나 모든 연령층이 '윈윈'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선 50대 여성이 주로 몸담고 있는 직종의 근로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복순 책임연구원은 "50대 여성이 주로 일하는 식당, 마트 등의 일자리에 4대 보험을 적용하는 등 이같은 일자리를 좀 더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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