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기금은 정부 쌈짓돈…정권 따라 원칙없는 집행 '혼란'
노무현 정부는 임대주택, 이명박 정부는 분양주택, 박근혜 정부는 ?
지난 30여 년 동안 새로운 주택을 지어 무주택 서민들에게 공급하고, 주택구입자금과 전세자금을 지원해 왔던 국민주택기금.하지만 정권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단기 주택정책과 원칙 없는 기금 집행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마치, 호주머니 속의 쌈짓돈처럼 임시방편 자금으로 활용되면서 주택의 수급 불균형과
이에 따른 전월세 대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국민주택기금이란 무엇인가?
국민주택기금은 주택건설 업체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무주택 서민들에 대해선 전세자금과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81년 도입됐다.기금은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이자수입 등으로 조성돼 지난 2005년 22조7천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45조3천700억 원으로 7년 사이에 규모가 2배로 늘었다.
◈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주택공급 정책
국민주택기금은 그동안 규모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운용 과정에서 정부의 단기 정책에 따라 원칙 없는 집행이 이뤄지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특히, 임대와 분양 등 주택 공급 과정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임대주택건설에 11조672억 원이 투입된 반면, 분양주택건설에는 3조9천367억 원이 지원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임대주택건설에 10조2천89억 원, 분양주택건설에는 10조7천772억 원이 투입돼 우선순위가 역전됐다.노무현 정부가 임대주택건설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명박 정부는 분양주택건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들어선 다시 임대주택건설에 역점을 두면서 올해 임대주택건설에 5조6천억 원을 투입하고, 분양주택건설에는 1조6천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 서민에 지원된 국민주택기금을 보면…정권의 철학이 보인다
국민주택기금의 또 하나 중요한 기능은 저소득, 서민 가구에 전세자금과 주택구입자금을 낮은 금리로 공급하는 ‘수요자 융자지원’ 사업이다.하지만 수요자 융자지원 사업 또한 정권에 따라 수시로 뒤바뀌면서 무주택 서민들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노무현 정부 중반기인 지난 2005년 수요자 융자지원 사업비는 모두 5조2천316억 원이 집행됐지만, 이명박 정부 중반기인 지난 2010년에는 5조759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 주택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민주택기금을 분양주택건설에 몰아줬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근로자. 서민 주택구입 융자금의 경우 지난 2005년 2조6천106억 원에서 지난 2010년은 1천645억 원으로 16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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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분양주택은 많이 공급했지만, 정작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저금리의 국민주택기금 대신 높은 금리의 은행권 자금을 이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이에 반해,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은 지난 2005년 1조1천257억원에서 지난 2010년에는 3조3천463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나, 서민들은 노무현 정부 보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서 전세자금 지원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박근혜 정부…믿는 건 국민주택기금
박근혜 정부 들어 국민주택기금 운용 방식은 또다시 크게 바뀌었다.
올해 수요자 융자지원 사업비는 모두 13조4천700억 원이 편성돼, 지난해 7조3천838억 원 보다 82.4%인 6조862억 원이 증가했다.이것은 이차보전자금인 생애최초주택구입비가 지난해 1조7천520억 원에서 올해는 무려 5조원으로 2.8배나 증가했고, 주택 매매거래 활성화를 위한 근로자 서민 주택구입 지원금도 326억원에서 2조2천억 원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세자금도 지난해 5조5천992억 원에서 올해는 6조3천억원으로 13%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박근혜 정부가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마구 끌어 다 쓰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국민주택기금이 정부의 단기 주택정책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면서 분양주택뿐 아니라 임대주택의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져, 오히려 주택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들어 전월세 대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임대주택 보다는 분양주택 건설을 확대하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주택시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수요자 융자지원 사업비는 지난해 보다 82%나 확대한 반면, 분양과 임대주택 건설 지원금은 14.4% 감축해 앞으로 3-4년 뒤에는 주택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 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더구나 정부가 4.1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8.28 전월세 대책을 발표하면서 생애최초주택구입 자금의 금리를 연 3.3~3.7%에서 2.6~3.4%까지 낮추고 근로자. 서민 주택구입자금의 금리도 연 4%에서 2.8~3.6%로 대폭 인하해 앞으로 국민주택기금의 이자수입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국민주택기금 조성액 45조3천700억 원 중 대출이자수입이 6.5%인 2조9천262억 원에 달할 정도로 이자수입 비중이 컸지만, 정부의 이번 대출금리 인하 조치로 국민주택기금 자체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올해 당초 계획은 국민주택기금이 41조7천억 원 정도 조성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조성 규모는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자 융자지원을 늘리고, 대출금리를 내려도 기금운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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