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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27억 .. 부유층도 집 안 산다

여행가/허기성 2013. 9. 25. 08:16

전셋값 27억 .. 부유층도 집 안 산다

강남권 8월 전세 거래 12.6% 급증
서울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많아
"집값 회복 기대 작아 전세만 찾아"
세금 부담 없고 일부선 탈세에 악용
월세 비중도 33% 넘어 사상최고

주택 시장의 전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전셋값 27억원짜리 아파트가 등장했다. 27억원은 시중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월 600만원(금리 2.7% 기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전용면적 245㎡)에서는 7월에 27억원짜리 전세 계약이 맺어졌다. 이 아파트 매매시세(42억5000만원)의 63.5% 가격이다. 이 밖에 서울에서는 대치동 동부센트레빌(161㎡·15억5000만원), 도곡동 도곡렉슬(135㎡·11억5000만원),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169㎡·15억원), 이촌동 LG한강자이(170㎡·10억5000만원) 등 아파트 11곳에서 10억원 넘는 가격으로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11곳 중 9곳이 강남권이다.

웬만한 집값의 두세 배를 넘는 전셋값을 내고 이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김세기 한국감정원 부동산분석부장은 "주로 연예인이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고가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기 연예인은 자신이 소유주가 되면 본인 주소지가 등기로 노출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고급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며 "또 금융권 고액 연봉자는 주택 시장에 대한 흐름을 수시로 접하기 때문에 요즘같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낮은 때는 고가 전세 아파트가 더 생겨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0억원이 넘는 전세 아파트는 이달 초 국세청이 이곳 세입자에 대해 "탈세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세는 재산세 부담이 없고 세입자가 자금 출처 조사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악용, 전세를 일종의 탈세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 고가 전세 세입자 가운데 신고 소득이 상식적으로 낮은 사람이나 미성년자에 대해 자금 출처를 조사해 탈세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토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달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10만655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10만5111건)에 비해 1.4% 증가한 것이다.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의 지난달 전세 거래 증가폭(12.6%)은 서울 평균(6.2%)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과 특히 강남 지역에 대한 거주 선호 현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주택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는 뚜렷한 지표가 없어 전세를 찾는 사람이 줄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세 아파트의 비중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8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33.8%로 2011년 정부가 전·월세 월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7월에 집계된 월세 비중은 33.3%였다. 정부는 각 지역 주민센터 등을 통해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월세 계약까지 포함하면 월세 비중이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부가 일부 공개한 8월 전세 실거래가에서는 강남권이 강세를 보였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76.8㎡) 전셋값은 3억3167만원으로 7월(3억1767만원)에 비해 4.2% 올랐고, 잠실동 리센츠(85㎡)도 5억8200만원으로 전달보다 4.3% 상승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성남(분당 이지더원(84.3㎡) 3억3750만→3억5500만원)과 수원(영통 황공마을(60.0㎡) 1억4750만→1억7000만원)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방에서는 세종시 한솔동 푸르지오(114.2㎡)의 전셋값이 7월보다 1000만원 오른 2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