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레지던스'로 노후준비하려던 72명의 눈물

 

'수익형 레지던스'로 노후준비하려던 72명의 눈물

'7% 수익률 보장한다'던 송파구 방이동 오피스텔 가보니…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벨리시모' 오피스텔 . 최근 분양계약자들이 '사기분양'을 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

　#경남 진주에 살고 있는 이모씨(57)는 지난해 8월 '외국인 대상 임대사업 레지던스형 오피스텔'이란 온라인 인터넷 광고 기사를 보고 서둘러 서울로 올라왔다. 은퇴하며 받은 퇴직금을 활용할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던 차에 그는 '7% 수익 확정보장'이란 문구에 "바로 이거다"라며 쾌재를 불렀다.

　모델하우스에 들어서자 분양 관계자는 현란한 말솜씨로 이씨를 꼬드겼다. 근처에 123층의 최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관광특구로 지정돼 연 320만명의 관광객 유입이 가능해 외국인과 여행객을 상대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운영은 관리업체가 맡아 매달 수익금만 통장에 입금해주니 달리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에 덜컥 계약을 체결했다.

　매달 70만~80만원의 안정된 수익으로 편안한 노후생활을 꿈꿨던 이씨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올 8월 준공허가가 나서 영업을 하려 했지만 해당 구청이 "이 지역은 생활숙박업이 되지 않는 곳으로 '레지던스' 영업을 할 수 없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매달 임대수익은커녕 자칫 원금 회수도 못한 채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벨리시모' 오피스텔 옆 주변 건물들. 관광호텔외 숙박업을 할 수 없다. / 사진=송학주 기자

　 ◇'7% 수익률 보장' 미끼에 덜컥 계약했다가…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벨리시모' 오피스텔. 지하 3층~지상 10층에 전용면적 19~25㎡ 72실 규모다. '한라콘테이너'가 시행을 맡고 레지던스 전문 운영업체인 '한스텔 인터내셔날'이 운영을 맡았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당시 온라인 광고 기사가 수십건씩 올라와 있다.

　이 오피스텔은 최근 각광받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분양계약 직후 2년간 분양가의 연 7%로 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공급업체는 레지던스 오피스텔로 건축물 사용승인을 얻었다는 서류를 보여주면서 계약자들로부터 잔금을 받았다. '임대수익보증서'까지 발급해줬다.

　하지만 송파구청은 오피스텔이 위치한 지역은 관광호텔 외엔 어떠한 숙박업도 할 수 없는 지역이어서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는 이를 무시한 채 관광객을 받았다가 이틀만에 형사고발되고 현재는 공실로 비어 있다는 게 비상대책위원회의 설명이다.

　비대위 사무실에서 만난 한 계약자는 "한국에서 노후생활을 보내기 위해 미국에서 힘들게 모은 돈을 이 오피스텔에 투자했다"며 "시행사 대표가 '나몰라라'라고 있는데도 하소연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현재 비대위가 구성돼 시행사와 운영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분양대금을 돌려받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행사 대표가 분양대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고 시행사와 운영사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란 게 비대위측 설명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시행사 대표를 만나 합의하려고 했지만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며 "2년 후에 도시계획이 바뀌면 숙박업을 할 수 있게 될 수 있으니 2년만 기다려달라는 등 차일피일 시간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사인 한스텔 인터내셔날 대표는 "준공후 운영만 맡기로 했을 뿐, 분양 등 모든 일은 시행사가 하기로 했음에도 오히려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시행사에 속아 1억여원을 투자했는데 한푼도 받지 못하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시행사측은 현재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비대위는 준공승인을 내준 송파구청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설계 단계에서부터 '레지던스'로 분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분양승인을 해 줬다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송파구청이 허가 당시 레지던스로 분양할 수 없다는 점만 미리 알려줬다면 이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준공승인을 내준 것도 뭔가 미심쩍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파구청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오피스텔로 허가를 받았고 감리를 통해 적법한 절차대로 준공 승인을 내준 것"이라며 "준공 이후에 레지던스로 영업을 하기 전까지는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