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公문서 돈 받고 발급.. 짝퉁 민원사이트 기승
[정부 운영 '민원24'와 이름까지 유사한 사설업체들 수두룩]
서류 한번 떼는 데 최대 2만원, 배송료 2000~4000원 받지만 추후 취소 요청해도 환불 거부
정식 등록된 사설 업체, 사실상 제지할 방법 없어… 개인 정보 유출 조사키로
서울 서초구에 사는 A씨는 지난 9월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려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민원서류 발급 사이트에 접속했다. 서류 두 장을 신청하는 데 1만2000원을 내라고 해 좀 의아하긴 했지만 원래 그 정도는 내야 하는 것인 줄 알고 별생각 없이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결제했다. 잠시 후 '신분증 사본을 찍어 메일이나 카카오톡으로 보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는 황당해졌다.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그런 식으로 신분증 사본을 보내라고 할 리 없기 때문이다.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지만 온종일 아무도 받지 않았다.
다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 A씨는 그제야 해당 사이트 상단에 적힌 '발급 대행 서비스'라는 문구를 발견, 사설 업체가 운영하는 사이트라는 것을 알았다. 부랴부랴 메일로 취소 요청을 했지만 업체는 '결제된 건에 대해 환급이 불가하다'는 약관을 들이대며 환불을 거부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전자 민원 사이트 '민원24'와 유사한 이름으로 사이트를 만들어 민원서류 발급을 대행해주면서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에서 '전자 민원' 등으로 검색하면 이런 '짝퉁' 사이트들이 50여개나 나타난다. 이름도 정부 공식 사이트와 분간하기 어렵고 홈페이지도 비슷하게 꾸며 놨다. 정부 공식 사이트인 '민원24'에선 주민등록등본 등을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지만 사설 업체들은 4000원에서 2만원의 발급 비용에 배송료 2000~4000원까지 따로 받는다.
정부 공식 사이트에서는 공인인증서(인터넷)나 지문 인식(무인 발급기)을 통해 본인 인증을 하지만 이들은 '대행' 업체이므로 위임장을 만들어 지방자치단체에 찾아가 의뢰자의 민원서류를 발급받는다. 그러니 신분증 사본을 요구하게 되고, 의뢰인 도장까지 스스로 만들어 사용한다. 이렇게 발급받은 민원서류를 팩스나 택배로 보내주니 의뢰인이 서류를 받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들에게 '심부름'을 시킨다는 의미로 의뢰했다면 모를까 A씨처럼 정부 공식 사이트인 줄 알고 민원서류를 의뢰하면 수천~수만원씩 손해를 보고 불편까지 겪게 된다.
그러나 이 업체들을 제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통신판매업자로 정식 등록을 마친 '심부름센터'인 데다 형식적으로는 '고객 동의' 절차도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측이 수집한 개인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는지 검증할 방법도 없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한 시민은 "고객 질문 게시판 하나 없는 사이트라서 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업체가 내 개인 정보를 다른 곳에 유출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민원24'를 운영하는 안전행정부에서도 "사설 사이트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조치들을 검토해봤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민원'이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고 있어 상표법상 이를 규제하기도 어렵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해당 업체로부터 광고료를 받고 주요 검색 결과에 올려주는 것을 막기도 어렵다.
안행부 민원제도과 관계자는 "현행법상 대리 발급 자체를 제재할 수는 없지만, 개인 정보 유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사설업체 운영자는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없거나 PC 사용이 어려워 공식 사이트에 잘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합법적인 대행업체"라며 "수집한 개인 정보도 안전하게 보관하다 일정 기간 후 폐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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