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생활자인 이재운(가명ㆍ65)씨는 땅 '투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는 1991년 제주도 서귀포시 외곽의 밭 용지 1320㎡를 3.3㎡당 5만원에 주고 샀다. 당시 부동산 업자들은 곧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10년 넘도록 개발소식은 없었다.
1998년 'IMF사태'를 거치며 매기도 완전히 끊겼다. 이씨는 2003년 고생 끝에 그 땅을 현지 농장주에게 반값으로 넘겼다. 이씨는 "땅이 안 팔려도 기약없는 개발소식만 막연하게 믿고 있었다"며 "스스로 가치를 올려보겠단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씨처럼 과거에 땅을 샀다 손해만 보고 힘겹게 되팔거나, 10여년 전 증여를 받고도 팔지 못해 애물단지가 된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땅이 팔리지 않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토지시장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와 정부규제가 이어지면서 땅으로 시세차익을 보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단정한다. 올 상반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폭 줄어 승인을 받아야 거래 가능한 땅은 전 국토의 1%도 안 남았다. 하지만 토지거래는 오히려 줄고있다. 특히 시설물 없는 순수토지(빈 땅) 거래는 2년째 감소세다.
팔리지 않는 땅, 어찌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토지 소유주가 매수인의 심리회복을 유도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나 지자체 개발이 없다고 넋놓고 앉아있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토지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진입로 개설이 가능한 맹지(도로이면의 토지)는 좁더라도 길을 놓으면 좋다. 나무를 심으면 더 좋다. 나무는 정원수가 돼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어서다.
2차선이나 일반도로변에 푹 꺼진 땅이라도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그런 땅들은 건설회사들이 고객이다. 박철민 대정하우징 대표는 "공사 후 남은 흙을 버릴 곳이 없어 고민하는 건설업체들이 의외로 많다"며 "이를 유치하면 공짜로 지면을 복토할 수 있어 시세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자금이 모자라 개발하기 어렵다면 사업 파트너를 섭외해 수익 상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도 좋다. 매매가 어려운 임야의 경우 나무를 심거나 가족 휴양지로 꾸며 입구에 작은 음식점ㆍ휴게소를 열 수 있다. 특용 작물 재배지로도 활용 가능 하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특산지가 바뀌고 있다 충남의 금산인삼과 경북 대구사과는 경기 북부, 강원도에서도 재배 가능하다.
농림지역 임야는 개발이 제한 돼 있지만 개발 가능한 임야도 많다. 재배업자에게 개간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땅을 임대할 수도 있다. "거래가 마비된 환경에선 스스로 '알짜토지'를 만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각종 규정을 잘 살펴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 맞는 개발전략을 짜 가치를 높인다면 매수인을 만나기도 그만큼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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