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소득 稅폭탄 … 갈림길에 선 다주택자
'임대차시장 선진화' 엉뚱한 후폭풍
월세 합산 종합과세땐 최고세율
"집 팔아야 하나" 은행에 문의 빗발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에 사는 김모(58)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잠실동 E, 둔촌동 J아파트 월세로 매달 320만원의 임대소득을 거두고 있었는데 정부의 전월세 대책에 따라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을 물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대로 그의 연봉과 월세가 합산돼 종합 과세되면 38%의 최고소득세율을 피할 수 없어 몇달치 월세를 세금으로 내놓아야 할 판이다. 김씨는 "월세수익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소득이 노출되는 점이 더 부담스럽다"며 "집을 처분하고 다른 상품에 투자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세 세입자의 소득공제 확대 방안을 담은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이 엉뚱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개업소마다 다주택자들의 세금 관련 문의가 쇄도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세원노출에 따른 임대소득세 공포로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조세당국이 확정일자 자료를 통해 다주택자들의 임대소득을 파악하기로 하면서 일부 다주택 보유자들은 세원이 노출되느니 차라리 집을 팔아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세금 문제는 당장 피부로 와 닿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어느 때보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게 중개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잠실동 P공인 대표는 "그동안 월세소득은 비과세라는 인식이 당연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는데 이제는 세금추징을 피해갈 수 없게 돼 집주인들이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며 "보유주택 수를 줄이거나 월세를 전세로 돌릴지 여부를 놓고 갈등하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PB센터도 임대소득세 문제로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국민은행 양재동 PB센터 관계자는 "일부 다주택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선뜻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여유계층의 주택매입을 권장하며 규제완화에 나선 지 불과 며칠 만에 오히려 다주택자를 궁지에 모는 정책을 내놓아 간신히 회복세를 타고 있는 매매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언제는 시장을 살려놓겠다고 재건축 규제를 풀다 갑작스럽게 다주택자의 월세소득을 추적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서는데 집 살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정부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고려하지 않고 설익은 정책을 내놓아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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