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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삶"이야기..

1인가구의 외로움.. 이렇게 하면 친구초대도 가능

여행가/허기성 2014. 3. 9. 05:58

이 연재는 '오픈테이블 : 일상폴폴2014'에서 열리는 테이블들 중에서 시민이 관심가질 만한 테이블들을 소개한다. 주거나 일자리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부딪히는 작은 공간에 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에 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이어간다. '오픈테이블' 행사는 오는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열린다. 시민들이 직접 의제를 등록하고 카페 등 일상의 공간에 모여 정책을 만들어보는 컨퍼런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 기자주 >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시 구석구석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도시는 매일 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없던 빌딩이 생겨나고, 좁던 도로가 넓어지며, 다닥다닥 붙어 있던 작은 집들이 없어지고 우람한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만이 아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성이 변화하고, 삶의 모습이 변하는 것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 변화의 시작은 변방일지도 모른다.

그 변방에서 변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있다. 건축을 전공한 세 젊은이는 그 변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서울소셜스탠다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산물로 '통의동집'을 내놨다. 통의동집은 1인가구들의 현실에 변화를 꾀한다. 이 집에는 제각각 다른 직업을 가진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연령대의 일곱가구가 입주해 산다.

지난달 21일 '서울소셜스탠다드' 창립맴버인 김하나씨를 만났다.



서울소셜스탠다드 김하나씨.

ⓒ 김용관

서울에 필요한 새로운 삶의 기준
- 스탠다드면 스탠다드지, 왜 '소셜'스탠다드인가?
"헉, 어려운 질문부터 시작하신다. 서울소셜스탠다드에서는 건축 설계를 전공한 3명이 함께 일한다. 흔히 생각하듯 건축이란 어떤 물리적 토대나 공간을 만드는 일인데, 솔직히 말해서 서울의 경우 신축하는 건물이나 건설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건축가로서의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꼭 '건축이 물리적인 토대로 공간을 만드는 일이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셜'이라는 단어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일이고, 거기에 매력을 느껴 이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

- 건축 대신에 '관계'에 주목한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처음에는 부동산 정보를 재편하려고 생각했다. 대개 (사람들은) 이사를 갈 때, 집을 지을 때 부동산 정보를 제일 많이 고려한다. 그러나 그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몇 평이고, 가격이 얼마고, 몇 층이고 등의 정보 뿐이다. 그런 정보로는 내가 살려고 하는 동네가 어떤 동네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를 정장적인 정보로 재편하자는 생각을 해봤다. 그 동네가 어떤지, 왜 매력이 있는지 등 부동산 정보 사이트를 개편하는 프로젝트로 시작하려 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일 년 안에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미뤄두기로 했다. 대신 특정한 주제로 접근하기로 했다. 그 중 '1인가구'에 집중했다. 우리 스스로도 1인 가구니까. 1인 가구가 서울에서 살 수 있는 공간, 더 나은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에 '공유'라는 개념을 만나 거기서 '셰어하우스'를 만드는 것으로 가게 되었다."



통의동집

ⓒ 서울소셜스탠다드



통의동집

ⓒ 서울소셜스탠다드

- 그래서 1인가구를 위한 셰어하우스를 만들었나?
"통의동에 '집'을 지었다. 7명이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를 운영한다. 정림건축문화재단과 함께 운영하는데, '통의동, 집'이라 부른다. '통의동 집'은 '혼자이면서 함께 사는'이라는 수식을 동반하고 있다.? '혼자'의 자유로운 독립감과 누군가가 '함께' 있어 느끼는 느슨한 연결감이 공존하는 상태가, 지금 서울의 우리에게 어울리는 공동체 감각이 아닐까 생각했다.

공간구성도 이런 생각을 반영했다. 예컨대 지하 1층에는 공동주방이 있는데, 우리는 세미프라이빗한 공간이라고 한다.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말하자면 입주자들에게 열려 있는 곳이다. 1인가구는 보통 친구들 데려 오기가 어려운데,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1층의 재단 라운지는 주민들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집과 동네가 연결되도록 했다. 2, 3층은 입주자만 사용하는 공간이다. 무엇보다 입주자들이 좋아한다."

- '통의동 집'이 갖고 있는 새로운 기준은 무엇인가.
"일종의 공유경제다. 지금까지의 상품이나 주택 등은 대개 전통적 의미의 4인가족 중심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요즘은 1인가구가 늘고 있다. 이 1인들이 모여서 대안적인 관계들을 약한 연결(weak-tie)로 만들어 보면 무언가 새로운 지혜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 배경에는 점차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소셜다이닝(social dining) 같은 열린 만남을 통한 사회적 관계가 늘어나는 것도 있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주거라는 공간에서도 이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셰어하우스를 생각했다. 1인가구가 늘어나는 도시의 변화를 보면서 새로운 소셜스탠다드가 셰어하우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 왜 이런 식의 '기준', 스탠다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주택만 하더라도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2층으로 된 주택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아파트가 주택의 표준처럼 되었다. 결혼도 마찬가지 아닌가? 어느 연령대에 결혼하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표준처럼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차츰 미혼모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가족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30대지만, 부모님이 결혼 언제하냐고 스트레스 주지는 않는다. 결혼적령기에 대한 사회적 표준에 대한 인식이 변한 아닌가?

건축에서도 기념비적인 건물이나 대규모 특수한 프로젝트가 지금까지는 중심적인 표준처럼 되어 있었다. 생각을 바꿔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 공간을 중심으로 돌아보자는 것이다."

-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말인데. 지금까지의 도시공간을 평가한다면.
"주거만 보면 지금까지는 '속도'가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아파트를 빨리 많이 지어 공급했는데, 이런 경우 도시를 계획하거나 공간을 기획할 때 거기에 들어갈 사람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고립과 독방은 그 시대 사회가 내릴 수 있는 최고의 형벌이었다.? 오늘날 1인가구의 주거형태는 교도소의 전형적 평면과 동일한 구성이다. 대학기숙사 1인가구 주거공간은 마치 1800년대의 런던 감옥과 같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기숙사마저 최대용적과 최대수익을 고려했고, 사람의 삶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물론 우리도 쉽지 않다. 아직 주민을 만나는 일, 의견을 모으는 일이 어렵다.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미숙하다."

- 앞으로 해보고 싶은 건?
"함께 근무하는 3명이 다 건축 전공이고, 대학 친구들이다. 지금 하는 일을 기존 틀로 보면 주택임대관리업, 부동산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비전으로는 '사회적 개발'을 생각하고 있다. 옛날에는 여기는 동사무소, 여기는 파출소... 이런 방식의 개발이었다면, 그런 것 대신에 커뮤니티 공간이나 프로그램이 탑재되는 공간을 새로운 개발방식으로 해보고 싶다. 시유지나 공유지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파출소나 소방서가 노후화되어 재건축할 때 여기에1인 주거와 관련 시설들을 함께 넣는 방법 등을 실험해 보고 싶다.

현재 진행중인 다른 프로젝트로 1인 가구를 위한 공간 2호점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과 커뮤니티에 대한 개념이나 정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셰어하우스 같은 경우도 우리 식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유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