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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명목 헌금 총 10억 받아낸 70대女

여행가/허기성 2014. 3. 31. 11:51

"신의 계시" 집안 일 다 맞춘 '숙모님', 알고보니

기도 명목 헌금 총 10억 받아낸 70대女, 수법은?

 

2001년 8월 평소 신앙심이 깊은 최모씨(48)는 '숙모님'을 찾으러 다녔다. 숙모님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앞날을 예견하는 영적 능력이 있다는 입소문으로 유명했다. 최씨는 어렵게 숙모님의 연락처를 구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숙모님과의 전화연결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최씨는 결국 숙모님을 만나고 싶다는 음성메시지만 남겨두고 아쉬움을 달랬다. 며칠 뒤 최씨 앞에 진짜 숙모님이 나타났다. 듣던 대로 숙모님은 최씨의 집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속속 꿰고 있었다.

최씨가 노모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 숙모님은 "어머니가 지옥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숙모님은 대신 기도를 해주겠다며 최씨에게 헌금을 요구했다. 최씨는 기꺼이 숙모님이 알려준 통장으로 입금했다. 숙모님은 최씨가 자신을 찾아올 때마다 가족과 사업에 불안을 예견하며 기도 명목으로 헌금을 부치라고 했다.

최씨는 갖고 있던 땅까지 팔아가며 헌금을 성실하게 납부했다. 주고받은 대화가 알려지면 집안에 화가 들이닥친다는 말에 철저히 비밀도 유지했다. 최씨가 지난해 7월까지 13년간 숙모님에게 보낸 헌금은 모두 87차례에 걸쳐 5억여원.

하지만 숙모님 이모씨(72)는 영적인 능력이 있다는 소문과 달리 치밀한 사기꾼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자신을 찾아온 이들이 미리 남겨둔 음성메시지에서 이름 등 개인정보를 파악하고 이들의 뒤를 캤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예견은 신의 계시가 아니라 철저히 계획된 사전 조사였던 셈이다.

이 같은 사기 행각은 이씨에게 헌금을 내던 또다른 피해자들인 A씨 자매가 의심을 갖게 되면서 들통났다.

이씨는 최씨 등 3명에게 모두 376차례에 걸쳐 10억2000만원 상당의 헌금을 받아 빼돌렸다. 동굴 속에 기거하며 바위에서 기도를 올린다거나 앞일을 예견한다는 소문도 모두 경기도에 있는 기도원에 본인이 퍼뜨린 소문이었다.

실제로 이씨는 동굴은커녕 11억원 상당의 전원주택을 소유하고, 6억원 상당의 고급빌라에 살며 초호화생활을 누렸다. 경찰은 이씨의 카드에서 매달 1000만원 상당의 백화점 결제내역을 확인하고, 집 안에서 명품가방 6개와 밍크코트 6벌 등을 발견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31일 이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이런 범행에 연루된 사실을 숨겨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의 여죄를 캐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