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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웅크린 '용의 땅', 비상을 꿈꾸다

여행가/허기성 2014. 5. 11. 10:48

아직도 업체들이 뿌리는 '홍보 찌라시'에만 눈을 두고 있지 않는가. 협소한 시각으로 막연하게 부동산 투자를 시도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넓게 핵심 지역을 살펴보자. 대한민국 부동산 판도를 주도할 지역을 미리 알고, 그 지역을 섭렵한다면 투자의 '맥'을 짚을 수 있다. 지역부동산의 역사와 현재를 들여다보고 재테크 전망도 제시하는 '지역포커스'를 연재한다.

지난해 10월 단군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주목받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하 용산개발)이 무산됐다. 졸지에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한 서울 용산구는 이대로 무너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미래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용산은 탁월한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손해를 본 지역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주둔했고, 해방 후에는 한국군과 미군사령부가 들어섰다. 무려 100여년간 군사지역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다 보니 도시개발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렸다.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용산의 개발. 용산의 현재와 그리고 미래의 가치를 점검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예정부지

◆사통팔달 입지여건… 지역특색도 각양각색

용산은 남쪽으로는 한강을 접하고 북쪽으로는 남산을 등지고 있다. 지하철 1·4·6호선이 통과하며 한강의 6개 다리를 통해 한강 이남과도 접근성도 좋다. 용산가족공원과 남산·효창공원·매봉산공원 등 녹지공간도 풍부하다. 그야말로 사통팔달의 입지여건을 갖췄다. 용산구의 주택유형은 아파트가 48.8%로 가장 많지만, 다세대주택(18.5%)과 다가구주택(13.4%)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용산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한강로동이다. 용산개발이 지연됐지만 국제빌딩 주변과 용산역 전면구역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이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미 용산시티파크·용산파크타워·아스테리움용산 등 10억원이 넘는 고급 주상복합이 입주를 마쳤고, 전면2구역에서는 푸르지오써밋, 3구역 래미안용산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또한 용산참사의 현장인 국제빌딩 주변 4구역도 올 하반기 분양을 목표로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한강로는 국제업무지구가 예상보다 축소되더라도 개발 가능성이 충분한 지역"이라고 평가하며 "서울의 중심부에 남아있는 미개발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미래 가치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강로동이 신흥 개발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 받는다면 이촌동은 고급 주거지역이면서 동시에 재건축 호재가 공존하는 지역인 점이 매력적이다. 주택의 95.5%가 아파트로 형성돼 있다.

이촌동의 개발은 1976년부터 시작됐다. 잠실·반포·여의도 등과 함께 고밀도 아파트지구로 지정되면서 한강변에 고급아파트들이 들어서게 된 것. 현재 다수의 이촌동 재건축단지들은 아직 사업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촌동의 지리적 특성상 남쪽으로는 한강, 북쪽은 용산가족공원으로 막혀있어 개발이슈가 확산되기 어렵다 보니 외지의 투자수요가 많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매매차익을 노린 재건축 투자보다는 실거주를 기본으로 하되,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산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남동은 전통적인 부촌이다. 1960년대 군사정권 시절 군 출신 엘리트들이 과거 육군본부가 있던 용산을 중심으로 모여 살았고, 1970년대 재벌과 부유층이 이주하면서 재벌1세들의 대표적인 거주지역으로 자리잡았다. 때문에 단독주택이 30%를 차지할 정도로 고급 주택이 밀집돼 있다. 특히 한강변 고급 빌라에는 연예인을 비롯해 대기업 CEO나 외국인 임원, 외국공관 직원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태원동은 용산구 내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외국인 거주인구는 2437명에 달한다. 각 나라의 대사관과 공관들이 모여 있고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동서로 이어진 이태원거리는 용산구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이태원동의 주거유형은 단독주택이 43.2%, 아파트가 28.8%, 연립과 다세대주택이 22.7%다.

2만2000명이 거주하는 청파동은 이촌동과 한남동에 이어 용산구에서 3번째로 거주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환승역인 서울역과 남영역이 있다. 다세대주택이 46.6%를 차지하고 다가구주택도 20.8%에 달할 정도로 소형 임대주택의 수요가 풍부하다. 특히 숙명여자대학교가 자리잡고 있어 학생 수요가 많고 서울역을 중심으로 종로·중구 등 도심권 직장인 수요도 넉넉하다. 청파동의 평균 월세 임대료는 보증금 3000만~40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 수준이다.

◆미래가치 충분… 투자는 냉정해야

이렇듯 지역마다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용산의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다. 그동안 개발의 걸림돌이었던 미군기지가 오는 2016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이고 지지부진했던 재개발·재건축사업들도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하지만 투자적인 관점에서는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국제업무지구로 대표되는 개발 이슈들은 폐기되거나 축소가 불가피한 실정. 때문에 투자하더라도 이익실현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예상보다 투자성적표가 초라할 수 있다.

임대전문정보회사 렌트라이프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자료를 분석한 결과, 용산구의 주택임대수익률은 4%대로 서울 평균 7%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격은 높고 임대수익은 낮기 때문. 이에 따라 개발추진 사항을 지켜보면서 투자규모를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용산구는 지역별 차이가 큰 만큼 그 특성에 맞는 투자가 필수다. 김혜현 대표는 "거주환경과 장기적인 가치를 고려한다면 한강로나 이촌동 아파트를, 임대주택업을 희망한다면 소형주택 수요가 많은 청파동이나 후암동 일대의 원룸주택을 공략해야 한다"며 "임대용·상업용 건물은 유동인구가 많고 상업시설이 발달한 한남동과 이태원동을 중심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