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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샀다가 稅폭탄 '1주택의 덫'

여행가/허기성 2014. 6. 11. 19:26

노부모 모실 큰 평수 찾는데 `전용 85㎡` 걸림돌…수요 맞춰 낡은 규제 바꿔야

◆ 주거 안정이 복지다 ③ ◆#1 직장인 권은성 씨(53)는 최근 가족회의를 열어 시골에 계신 팔순 노모를 본인이 직접 모시기로 했다. 문제는 집이다. 공간이 넉넉해야 아내도 아이들도, 어머니도 마음이 편한데 전용면적 85㎡ 이하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에선 다섯 가족 모두 불편하기 짝이 없다.

#2 은퇴한 김성호 씨(65)는 서울집을 두고 고향인 경기도 광주를 오가며 전원생활을 하려고 텃밭이 딸린 집을 샀는데 이게 애물단지다. 광주집이 수도권이라 농가주택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없어 1가구 2주택자로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돼 버린 것이다. 김씨는"시골에 널려 있는 빈 집을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활용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주택이 만성적으로 부족했던 1970년대 이후 정부가 지금껏 고수하고 있는 낡은 주택정책 패러다임이 바로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 규제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85㎡ 이하 또는 60㎡ 이하 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에 싼 가격에 땅을 공급했고, 소비자 역시 85㎡ 이하 주택을 사야 공유형 모기지와 디딤돌 대출 등 저리 정책대출 혜택과 청약 우선순위를 부여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국민이 사는 주택의 35.6%가 전용면적 85㎡ 또는 60㎡라는 국민주택 규모와 관련된 기준 상한에 몰려 있다. 한마디로 정부의 획일적인 면적 규제가 국민의 다양한 주거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한 채 심각한 왜곡을 낳고 있는 셈이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1일 "우리나라 1인당 주거면적은 평균 25㎡로,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고 집이 좁기로 유명한 일본과 비교해도 8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1ㆍ2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원룸을 포함해 중소형 아파트 공급을 계속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조만 KDI 연구위원은 "총주택수요의 관점에서 볼 때 소형주택 수요 증가량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라며 "청장년은 물론 노년 1인 가구조차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중형 주택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1가구는 1주택만 소유해야 한다는 패러다임도 시대에 동떨어진 규제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주택 두 채를 보유한 사람이 보유한 지 10년이 지난 집 한 채를 팔아 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9억원짜리 집 한 채를 소유한 1주택자가 보유한 지 3년 뒤 집을 팔아 4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겨도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시세차익이 크고 보유기간이 짧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게 상식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고, 미분양 주택이 넘쳐나는 주택 공급과잉 시대에 들어선 만큼 과거 주택 부족 시대에 맞춰 수립된 1가구 1주택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귀농을 위해 시골에 값싼 주택을 한 채 더 구입한 세컨드하우스 수요자에게 세금 폭탄이 떨어지고, 3세대 이상이 함께 살기 위해 대형 면적으로 옮겨 가려고 해도 1가구 1주택 패러다임은 걸림돌이다. 주택 수요층을 제한하고, 다양한 주택 공급을 어렵게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1가구 1주택 패러다임 폐기와 함께 국민주택 규모 정책 변화를 통해 신규 공급되는 주택 면적이나 종류를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ㆍ2인 가구를 위해 '셰어링 하우스'를 활성화하고, 현재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중대형 주택은 부분임대형(세대분리형) 등으로 재설계하도록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다. 도심 노후주택 재생을 위해 '쪼개기 재건축'(면적 축소 재건축)을 활성화하고,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공급 면에서 과거 소품종 대량 공급에서 이제 다품종 생산과 재고 관리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