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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 무덤의 푸른 잔디가 슬프더라

여행가/허기성 2014. 7. 10. 06:41

한 줄기 세찬 소나기가 지나갔다.

세상은 맑아지고 초록은 참으로 싱싱했다.

 

당신 간지 열달이 조금 되지 않았는데 당신 무덤에 푸르디 푸른 잔디가 무성했다

푸른 잔디가 왜이리 슬펐는지 간간이 돋아난 잡풀들이 왜 그리 야속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당신을 찾았었다.

당신 보러 가기 전, 며느리 여윈 뒤 부쩍 늙으시고 말수가 사라진 어머니도 뵈었다.

적은 용돈 드리면서 두손 잡고 마음속으로 울음을 삼키며

온전한 모습으로 어머니를 뵙는 것 또한 마지막일지 모른다 생각했다

 

내리는 가랑비를 맞으면서 당신에게 남편 도와달라고,

자식들 제 앞가림 할 때까지만이라도 남편 응원해달라고 했던 이유가 있었다.

몸이 몹시도 아팠다.

약국에 가서 간단한 증상을 설명하고 약을 사먹었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차도가 없이 점점 악화되는 듯한 느낌에 내심 불안하고 초조했다

단 한번 진단받고 세상과 작별한 당신 생각에 나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지레 짐작이 들더라

병원에 들리면 자칫 입원하게 될 것이고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걸어 나올지 걱정이 깊었다.

아마 당신을 그렇게 보내버린 트라우마 탓일게다

 

3일 낮과 밤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제대로 근무도 못했었다.

나마저 가버리면 남은 두 아들들은 어찌 살아갈까?

누굴 기대고 의지하며 지들 커가는 모습을 누구에게 자랑하며 살까?

만만치 않은 세상 제대로 서 보기나 할것이며 어찌 견디고 살까?

그리고 내가 아파 누우면 누가 나를 돌봐줄까.........

당신 무덤에 돋아난 잡풀은 누가 뽑아주고 꽃한송이나 갖다줄까?

걱정이 걱정을 키우고 키우더라

당신이 없는 세상 모든것이 외롭고 의지할 곳 없는 나는 타들어만 간다.

 

오늘은 견디기 힘든 고통에 병원을 찾아 의사에게 대뜸 물었다. 나 죽을병 아닌지........

웃더라. 사람 목숨 그렇게 쉽게 들락거리지 않는다면서...

두 달정도 약물치료가 필요하지만 흔히 있는 병이란다.

아마 도와달라는 남편의 부탁을 들어주었을 거라 생각한다.

 

고맙다. 여보

앞으로는 내 몸 건사 잘할께

내가 당신 곁에 가는거야 그런다지만 자식들 다 마무리하고 가야

훗날 당신이 나 웃으며 반겨줄 것 같아서.......

사랑했던 여보.

하늘나라에서는 절대 아프지 말고 잘 살고 있어라.

아이들 잘 키워놓고 사랑했던 당신 보러 갈께.

보고 싶다.

 

오늘은 오랫만에 깊은 잠좀 잘꺼야.

내 꿈속으로 와주라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