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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대에 이런 차를.." 정몽구 회장도 놀란 기아차 카니발

여행가/허기성 2014. 7. 12. 09:12

기아차 신형 카니발이 출시를 발표한 지 약 한달 만에 1만7000대가 예약됐다. 9인승 최고급 사양 바로 아래 모델인 프레스티지 트림 가격이 3250만~3280만원이니, 이 예약분만으로도 5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은 미니밴으로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계약 이후 일반형은 차량 인도까지 3주가 걸리고, 특별한 색상이나 옵션이 들어간 차량은 최대 두달까지 걸린다고 한다.





신형 카니발은 전장 5115mm, 전폭 1985mm, 전고 1740mm로 기존 모델보다 전장은 15mm, 전고는 40mm 줄어들어 운전 편의성을 높였다. 기아차 제공

카니발이 인기인 이유는 타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동력성능이나 디자인, 편의장치 등이 이전 모델과 완전히 달라졌거나 진화했다. 9년 전 첫선을 보인 카니발 2세대 모델의 컨셉트는 승객을 승용차보다 많이 태우는 승합차였다. 실제로 당시 카니발은 콜밴이나 대중음식점의 고객 수송용 차량으로 많이 사용됐다.

9년 만에 선보인 카니발 풀체인지 모델은 가족 중심의 레저용 차량에 방점을 찍었다. '(가족과) 떠나야 알 수 있는 것들'이란 광고 카피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가족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가족의 안전을 담보하고, 가족만의 공간과 이동성을 고려한 차가 3세대 카니발의 컨셉트이다.

지난 9일, 강원도 일대에서 카니발이 기아차가 내세운 컨셉트에 부합하는지 테스트해봤다. 시승은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영월 동강 시스타리조트를 왕복하는 110㎞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스타리조트로 가는 동안은 운전을 직접하며 차의 동력성능과 핸들링, 진동과 소음 등을 체크했다. 돌아오는 길은 2열과 3열 시트에 번갈아 앉으며 다양한 편의장치를 확인했다.

운전석은 불편하지 않았다. 운전대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 장거리 여행을 하는 데 적합했다. 운전석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기어 노브의 위치였다. 이전 모델은 기어 노브가 승용차와 달리 운전자 오른쪽 무릎 근처에 있었다. 새 모델에서는 일반 승용차의 위치(센터콘솔 앞)로 바뀌었다. 조작의 편의성을 높이고 승용차다운 감성을 운전자가 갖도록 한 것이다.

일반승용차보다 차고가 높아 시야가 좋았다. 인상적인 것은 운전석과 조수석쪽 사이드미러 앞부분에 오페라글래스(승용차 뒷좌석 오르내림 창문 옆에 만든 소형 유리창)처럼 작은 유리창을 만들어 사각지대를 줄인 것이었다. 국내 미니밴에서 이 같은 유리창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야외에서 카니발은 텐트로 만족할 수 없는 또다른 거주공간을 제공한다. 실내에는 가정용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220볼트 콘센트가 마련돼있다. 기아차 제공

시동을 켜니 익숙한 엔진음이 들려왔다. 현대·기아차 특유의 디젤엔진 사운드다. 같은 시기에 출시된 그랜저 디젤 모델에 사용된 2.2ℓ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202마력, 최대토크는 45㎏·m가 나온다. 종전 디젤엔진과 달리 '유로6' 규제에 맞게 제작돼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였다.

가족과 함께 동강의 절경을 따라 주행하기에 엔진 힘은 넉넉했다. 가속페달을 밟은 발에 큰 힘을 주지 않고도 원하는 속도를 얻을 수 있었다. 타코미터(엔진 회전수를 표시하는 게이지)는 4750rpm부터 레드존으로 표시돼있었다. 가솔린차량보다 레드존이 2000rpm가량 빨리 시작되지만 일반인들이 이 영역까지 엔진을 회전시킬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1800rpm 부근에서 시속 100㎞가 나왔다. 기어는 6단으로 오버드라이브된 상태였다. 가속페달을 좀더 밟자 2600rpm 근처에서 스피도미터(속도계)는 순간적으로 시속 140㎞를 가르켰다. 최고출력이 3800rpm에서 나오니, 가속페달을 좀더 밟으면 충분히 더 높은 속도를 낼 수 있는 셈이다.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정선과 영월 일대에는 비가 내렸다. 도로가 젖고 빗물이 유리창을 때렸지만 신경을 집중해 운전할 필요는 없었다.

카니발의 핸들링은 매끄러웠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로 안정감 있는 승차감과 핸들링을 구현했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가족을 태우고 서킷이나 트랙을 달리는 것처럼 운전을 과격하게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운전대를 감거나 푼 만큼 카니발의 차체는 적절히 반응했다. 동강 주변 구비길도 운전자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돌아갔다.

이전 모델은 초고장력 강판을 7% 사용했는데, 신형 카니발은 52%까지 늘렸다. 안전도가 높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차체 강성이 높아져 롤링(차량이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이나 피칭(앞 뒤로 움찔대는 현상)도 상당 부분 줄었다. 이는 곧 승차감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잘 달리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멈추는 것도 잘해야 좋은 차다. 카니발의 브레이크는 빗길에서도 밀리거나 반응이 늦지 않았다.

주행 중 운전자의 귀로 들어오는 소음과 진동도 승용차 수준으로 진화했다. 와이퍼 위치를 바꾸고 흡음재를 추가한 덕분이다. 도로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차 바닥 카펫의 재질을 변경해 최소화했다. 무엇보다 디젤차라는 것을 못느낄 만큼 진동이 줄었다. 조금 과장하면, 가솔린차를 몬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진동과 소음에서 자유로웠다.

뒷차의 주행 상태 등 후방 시야를 확인하는 사이드 미러는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옥에 티도 있었다. 운전석 사이드 미러에 운전석쪽 통풍구가 제법 또렷히 비친다. 통풍구 테두리를 크롬도금으로 처리해 더 도드라져 보였다. 후방에 비친 물체와 오버랩돼 신경이 쓰였다. 이는 고가의 유명 수입차에서도 더러 볼 수 있는데, 운전자를 배려한다면 크롬도금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센터페시아 내에 위치한 8인치 액정화면(LCD)과 버튼류는 생김새나 조명이 기아차의 일반승용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카니발을 소개하면서 '수납공간을 최대로 키웠다'고 강조했다. 틀리거나 과장된 말은 아니다. 종전 카니발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보조시트가 있었다. 그러나 3세대 모델에서는 이를 없앴다. 신형 카니발의 컨셉트가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한 차가 아님이 여기서도 확인되는 셈이다. 자연스레 수납공간이 크게 늘었다. 센터콘솔은 종전 모델이 3.5ℓ였는데, 이번 모델에서 23.4ℓ로 8배가량 증가했다. 태블릿PC는 물론 중소형 노트북도 들어갈 정도다. 캔커피 같은 음료수를 꽂는 공간도 넉넉하다. 조수석의 글로브박스도 들어간 건 다 들어간다.





신형 카니발에 사용된 2.2ℓ 디젤엔진은 유로 6 규제를 만족시키고 국내 저공해차 인증도 획득해 혼잡통행료 50% 할인, 공영 주차장 주차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내년 9월까지 받을 수 있다. 기아차 제공

반환점인 시스타리조트에 내려 외관을 살펴봤다. 개인 취향에 따라 호볼호가 크게 갈리는 것이 자동차 디자인이다.

이용민 기아차 국내상품팀장은 "외관은 스타일리시하고 당당한 느낌을 살리려 했다"면서 "후드(보닛) 끝단에서 범퍼까지 떨어지는 '드롭 페이스'와 디테일이 살아있는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램프가 차량 전면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이원리조트로 돌아오는 길에는 동행에게 운전을 맡기고 운전석 뒷쪽의 2열과 3열 시트에 번갈아 앉았다. 신형 카니발 9인승은 보조 의자가 없어 2열과 3열에는 분리된 좌석이 각각 2개씩 배치됐다. 탑승자의 다리 길이에 따라 좌석을 앞뒤로 조절할 수도 있다.

2열 시트는 착좌감 등에서 운전석 시트와 큰 차이가 없었다. 소용승용차 뒷좌석보다 편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암레스트 두께가 조금 얇았다. 가족이 여행을 한다면 덩치가 작은 아이들은 대부분 뒷좌석에 앉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헤드레스트는 힘이 약한 아이들이 쉽게 뽑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좌석에 앉은 채로 손을 뒤로 뻗어 헤드레스트를 앞쪽으로 당기면 빠지지 않는다. 요령이 있다. 헤드레스트를 잡고 뒷쪽으로 밀듯이 위로 당기거나 아래로 내리면 쉽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3열 시트는 2열 시트보다 크기가 작고 조금은 불편했다. 그러나 4인 가족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열 시트에 앉을 일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2열 시트에는 있는 안전벨트 높이 조절장치가 3열에는 없어 키가 작은 승객이나 어린이는 목이 안전벨트에 쓸릴 수 있었다.

1열에 2개씩 3열이면 모두 6개의 좌석이 설치될 텐데 왜 기아차는 9인승이라고 했을까.

차 안을 아무리 찾아봐도 나머지 3인용 좌석이 없었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기아차 설명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된다. 나머지 3석은 3열 시트 뒷쪽 플로어 공간에 숨겨져 있다. 평소에는 트렁크 공간으로 사용하다 승객을 더 태워야 할 일이 생기면 차 바닥과 연결된 장치(손으로 당길 수 있는 끈)를 당겨 소형 시트를 바닥 위로 올릴 수 있다. 말하자면 보조시트를 차바닥에 숨겨놓은 셈이다.

아기자기한 편의장치도 많다. 파워 슬라이딩 도어가 대표적이다. 2열과 3열에 타는 승객들은 손으로 힘들여 문을 열지 않아도 된다. 손잡이를 살짝 잡아당기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힌다. 차에서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손잡이를 살짝 밀거나 스위치를 누르면 문이 저절로 여닫힌다. 신형 카니발 디자인의 '백미'는 전면 디자인과 실내에서 슬라이딩 도어를 여닫는 스틸 재질의 손잡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마트키를 주머니에 넣고 짐을 든 채로 차 뒷편으로 가면 테일 게이트가 자동으로 열려 올라가는 장치도 있다.





카니발은 잘 달리고 잘 멈춘다. 브레이크 시스템의 부스터 강성을 높이고 페달비도 높여 제동 응답성을 높였다. 기아차 제공

연비는 어떨까. 운전자의 습관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게 연비다. 엔진과 전기모터로 가는 하이브리드차량도 급가속과 급정거를 반복하면 연비가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기아차에서 공개한 신형 카니발의 복합연비는 ℓ11.5㎞다. 빗길에 차량이 많고 공사구간이 더러 있었지만 하이원리조트에서 시스타리조트까지 가는 동안 ℓ당 14.1㎞가 나왔다. 연비를 고려했지만 트럭 등 너무 느린 앞차를 추월하면서 잠시 시속 140㎞도 달려보고, 고속버스에 뒤지지 않는 속력을 내기도 하면서 기록한 연비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가급적 가속페달을 밟는 것을 삼가하고 타력주행을 많이 한 또다른 시승자는 17.2㎞가 나왔다. 연비를 고려하지 않고 3000rpm 이상의 고회전 영역을 오가며 고속으로 운전한 시승자는 10.8㎞를 기록했다. 평균치를 내면 ℓ당 14㎞ 이상이 나온다.

아무리 차가 좋아도 너무 비싸면 그림의 떡이다. 9인승 럭셔리 트림은 2990만~3020만원이다. 좀더 윗급인 프레스티지 트림은 3250만~3280만원, 그보다 높은 노블레스 트림은 3610만~3640만원이다.

11인승은 더 저렴하다. 디럭스 트림 2700만~2730만원, 럭셔리 트림은 2940만~2970만원이다. 프레스티지 트림은 3200만~3230만원, 가장 윗급인 노블레스 트림은 3560만~3590만원이다. 이런 가격에 앞서의 성능이나 편의장치를 갖춘 차를 만들 수 있는 자동차 메이커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