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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사이언스톡]뇌 구조도 변형…멀티태스킹 반복할 때 더 심해져]
"드드드득…, 탁! 토독…, 탁! 타닥!"
시간차를 두고 터져나오는 톡톡 소리와 함께 향긋한 냄새가 번진다. 왠지 기분이 좋아지며 입안에 군침이 돈다. 팝콘을 튀기는 소리다. 말린 옥수수 알갱이에 열을 가해서 만들기 때문에 탁(pop) 하고 터지는 옥수수(corn)라는 이름이 붙었다.
팝콘은 섭씨 200도가 넘어야 터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탁 하는 소리가 띄엄띄엄 들린다. 아직 열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냄비가 본격적으로 달궈지면 타다닥 하고 연속적으로 소리가 들린다. 시간이 더 흐르면 소리의 빈도가 잦아들면서 팝콘 한 봉지가 완성된다.
우리의 신경이 평소보다 조금 더 무뎌진다고 생각해보자. 감기약을 먹어서 몽롱할 때는 주변에서 오가는 소리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한 가지 일에 너무 깊이 빠져들거나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때도 감각정보가 상당 부분 차단된다.
이럴 때는 팝콘의 소리가 달라진다. '드드드득' 하고 부글거리는 낮고 조용한 소리는 들리지 않고 탁 하고 터질 때만 인식이 된다. 아무 낌새도 없다가 갑자기 큰 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조용해지는가 싶다가 잠시 후 탁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팝콘이 터지듯 크고 강렬한 자극에만 우리의 뇌가 반응하는 현상을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 한다. 데이빗 레비(David Levy)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다.자료=KISTI과학향기
2011년 6월 CNN을 통해 처음 소개된 '팝콘 브레인' 증상은 컴퓨터와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여러 기기로 멀티태스킹을 반복할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뇌에 큰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바람에 결국에는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팝콘 브레인을 가진 사람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에만 반응한다. 잔잔하고 미묘한 요소들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 새로운 소식이 뜨지 않았나 10분이 멀다 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켜보면서도 방 청소나 설거지 같은 살림살이는 뒤로 미루기 일쑤라면 팝콘 브레인을 의심할 만하다. 급한 업무를 처리할 때도 아닌데 여기저기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인터넷 접속을 반복하는 것도 전형적인 증상이다.
인간의 뇌는 강렬한 자극을 선호한다. 한 가지 자극이 반복되면 지루함을 느껴서 그보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중독'의 시작이다. 중독은 크게 유해물질에 의한 신체적 중독과 약물에 의한 정신적 중독으로 나뉜다. 신체적 중독은 원하지 않은 독성물질이 몸 안에 들어간 상태여서 해독제를 통해 신속한 치료를 해야 한다. 반면에 정신적 중독은 자발적으로 특정 성분을 섭취하거나 특정 행동을 반복하다가 발생한다. 당사자가 깨닫기 전까지는 심각성을 알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마약, 알코올, 카페인, 도박 등 아이들에게는 금지된 식품이나 행동을 통해서 정신적 중독이 심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터넷 접속, 컴퓨터 게임, 온라인 쇼핑 등 일상생활의 행동만으로도 깊은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아, 아동, 청소년과 같이 성인 이전의 시기에는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았다. 뇌의 특정 부위만 지나치게 사용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일상적인 행동만으로도 중독에 빠진다면 뇌의 구조가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다. 가장 큰 위해요소로 지적되는 것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견딜 수가 없는 증상을 '인터넷 중독 장애'(IAD)라 부른다. 아직 정식 질환으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위험성은 충분하다. 일반적으로는 학업이나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데도 인터넷에 하루 6시간 이상 접속하는 행동을 6개월 넘게 지속할 때 인터넷 중독 장애라 판단한다.
2011년 중국 연구진은 하루 10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14~21세의 학생 17명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해서 인터넷 중독 장애가 뇌의 구조까지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하루 2시간 미만 동안 인터넷을 사용하는 16명의 대조군에 비해 뇌 신경섬유가 모인 백질 부위가 현저히 두꺼웠다. 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감정 조절, 의사결정, 자기제어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2014년 5월 초 미국정신과협회(APA)의 연례대회에서는 인터넷 중독 장애를 보이는 청소년은 뇌에 비정상적인 특징이 나타났다는 발표가 있었다. 한두 건의 실험이 아닌 최근의 연구 13건을 종합한 결과다. 인터넷 중독 장애는 부정적인 정신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연구가 지적하는 부작용만 해도 우울증, 자살충동, 강박장애, 식이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장애 등 다양하다.
예전에는 인터넷 중독의 주범으로 컴퓨터가 지목되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이미 4천만 명을 넘어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용시간도 길어져서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2013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금단현상, 내성, 일상생활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중독 위험군이 10~19세의 25.5%에 달한다. 2012년에는 중독 위험군이 18.4%였던 것에 비해 1년 만에 7% 이상 높아진 수치다.
팝콘 브레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은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기기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CNN은 인터넷 접속시간 기록하기, 하루 인터넷 사용량 정하기 같은 딱딱한 방법 이외에 2분 동안 창밖 바라보기, 전자기기 쓰지 않는 시간 가지기, 문자메시지가 아닌 전화로 연락하기 등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을 제안했다. 3년 전 방법이지만 지금도 그대로 적용돼야 하는 수칙들이다.
팝콘 브레인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스마트폰의 화면을 끄고 바깥 경치를 바라보며 주변 사람들과 못 다 나눈 대화를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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