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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전세가에 서울 떠나는 사람들

여행가/허기성 2014. 8. 25. 12:14

30~40대 중심 올 6월에만 8395명 순유출…1회 계약연장등 각종 자구책 한계 드러내]




그래픽=최헌정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직장이 있는 A씨(43)는 회사 근처 59㎡ 아파트를 보증금 5억원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자 집주인이 보증금을 3000만원 더 올려주거나 월 120만원의 월세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A씨는 이미 전세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두 가지 제안 모두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웠다. 직장동료와 상의하던 A씨는 서울과 접한 신도시에선 지금과 비슷한 가격에 넓은 집을 구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서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저금리로 인한 집주인들의 월세선호로 전세물량은 부족한 반면 가을이사철과 신혼부부 수요 등 전세 수요자는 증가하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세시장이 집주인의 절대 우위시장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이 같은 전셋값 상승 추세는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창무 한양대도시공학과 교수는 "더이상 전세로는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닌 만큼 앞으로 전세는 유지될 수 없거나 더 비싸질 것"이라며 "지급능력이 있는 세입자는 남아 있고 그렇지 않다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공행진하는 전세가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은 서울로의 출퇴근이 용이한 경기·인천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른바 '전세난민들'이다.

지난달 24일 통계청 발표한 '6월 국내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빠져나간 순유출(전입인구-전출인구) 인구는 8395명이었다. 순유출 추세는 2009년 3월부터 64개월 연속 이어졌다.

특히 한창 사회활동을 하는 30~40대의 순이동이 컸다. 물론 자녀교육이나 직장이전 등을 이유로 서울을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래도 높은 전셋값과 경기·인천의 택지개발사업 등이 맞물리면서 인구유출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도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호소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는 △세입자가 원할 경우 1회에 한해 계약 연장 △법정 임대차 보호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임대주택 등록의무제 등록 등을 추진했지만 '권고사항'에 그친 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현재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 8만가구 조기 공급'과 '부동산 정보 인프라 개선'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이 역시 아직까진 효과가 미비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당장 가을이사철을 맞아 다음달 중 '가을철 전·월세 안정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공공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을 위한 후속대책 등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동원하지만 세제·금융지원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보니 많은 제약이 있다"며 "단지 공공주택이나 민간에서 입주자 모집시기를 적기에 하도록 하기 위해 나름의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미 전세가 상승과 인구유출을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서울시가 이를 개발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외국사례들을 보면 인구유출이 계속되면서 도심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 이를 개발의 호기로 삼는다"며 "서울도 그동안 땅값 등 부동산값이 너무 비싸 개발이 힘들었던 만큼 가격 하락기를 개발의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