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박근혜 대통령 "웬만큼 풀어선 간에 기별도 안가… 눈 딱 감고 풀어라"
"메이크업, 왜 헤어자격증을…"에 "분리추진"
"콘텐츠 기술료 5년이나 징수"엔 "줄이겠다"
수소충전소 규제도 11월까지 개선하기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규제개혁이 안이한 것은 아닌지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지금 있는 정성, 없는 정성을 다 기울여야 한다"며 과감한 규제혁신을 공무원들에게 주문했다.
전통시장 상인, 벤처기업 대표, 중소기업 사장 등 민간인들은 엄격한 규제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했고 해당 부처 장관들은 일일이 답변을 하면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일부 장관이 규제개혁에 미온적인 답변을 하거나 애매한 태도를 보일 때에는 따끔하게 질책하며 '속도를 내야 한다'고 다그쳤다. 박 대통령은 국토교통부가 소관인 규제 관련 건의가 나오자 장관에게 "워낙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서 웬만큼 풀어서는 표가 안 난다"며 "아주 이게 잘못됐다고 하면 눈 딱 감고 화끈하게, 특히 국토부는 풀어야 간에 기별이라도 간다. 그렇지 않으면 풀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눈 딱 감고 풀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 "눈 딱 감고 규제 풀어야"=박 대통령은 회의 발언을 통해 "우리 경쟁국들은 과감한 규제개혁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규제개혁은 너무 안이하고 더딘 것이 아닌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또 "규제개혁 법안이 상당수 국회에 묶여 있고 부처 간 협업이 제대로 안 되거나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때문에 규제개혁이 미뤄지고 있다"며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 불편을 해소하는 규제개혁에 여야, 정부와 국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우리 산업의 혁신을 가로막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낡고 불합리한 규제를 더 빨리 더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며 "특히 서비스 산업의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규제완화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시장 규제개혁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물꼬를 트는 데도 힘을 써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경직적인 노동규제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먼저 많은 것을 하겠다고 계획만 발표하기보다는 하나의 규제라도 제대로 풀어 국민이 그 효과를 피부로 느껴야 한다"며 "규제정보 포털에 모든 규제정보를 낱낱이 공개하고 많은 국민이 참여해 국민과 함께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인, 규제개혁 건의 봇물…장관들 "긍정 검토"=6개월 만에 열린 이날 행사에는 경제단체, 규제개혁위 민간위원, 전문가, 기업인, 소상공인 등 170여명이 참석해 '규제 민원'을 쏟아냈다.
오세희 한국메이크업협회장은 메이크업 관련 일만 하고 싶은 경우에도 이와 무관한 헤어미용 기술을 습득하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메이크업 종사자들이 불필요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면서 여타 분야 자격증까지 따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이크업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서 분리추진을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송현주 로직게임 대표는 콘텐츠 상품 판매기간은 보통 6개월~1년인데 기술료 징수는 5년이라서 이미 판매 종료한 콘텐츠에도 기술료를 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술료 징수가 업체에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증빙서류 제출도 행정적으로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에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술료 징수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현장의 소리를 반영해 징수기간을 줄이거나 징수료 비율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안병기 현대기아자동차 연료전지개발실장은 세계 각국이 친환경 차 개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수소충전소 규제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친환경 수소자동차 충전소를 갖추도록 하겠다. 11월까지 완료하겠다"고 답했다. 서 장관의 답변을 들은 박 대통령은 "미루었다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개혁 수요가 있을 때마다 즉각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일 커머스플래닛(11번가) 대표는 국내 쇼핑몰과 달리 해외 쇼핑몰들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만으로 인증하는 '원클릭 간편결제 시스템'을 널리 사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인터넷 결제에 있어서는 국경도 없다는데 한국에서는 울타리가 있다고 착각을 하고 규제를 하고 있다"며 "굉장한 착각이다. 아주 마음을 확 열고 외국에서 되는 게 우리나라만 안 되면 이건 굉장한 손해다"라고 말했다.
"내년이요? 오염시키는 것이 경미할 경우엔 허용할 수도 있다는 규정이 있다면서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2차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지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날 상수원보호구역 내 사업규제 문제와 관련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사업체가 보호구역 7㎞ 내에 들어 있으면 (금지지역이라)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업종을 조사해 내년 중에 개선하겠다"고 답하는 순간이었다. 박 대통령은 "법 개정을 하려면 내년에는 되겠느냐"며 윤 장관을 질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규제개혁의 `속도`를 수차례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중대한 골든타임에 들어서 있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규제개혁이 너무 안이하고 더딘 것이 아닌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게임업체 대표가 매출 증빙서류 제출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자 "내일부터 당장 해결에 착수하기 바란다"고 말하는 등 수차례 장관들에게 "내일부터 당장"이라고 재촉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눈 딱 감고 규제를 풀지 않으면 간에 기별이나 가겠나. 그냥 눈 딱 감고 풀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국토부의 규제에 대해 "도시 건축규제를 비롯해서 여러 입지규제가 전에 도시로 인구가 몰려들고 수요가 넘쳐나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수용 못하는 시설은 다 외국으로 나가게 되어 있다. 과감하게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과감한 규제개혁을 촉구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감사원 감사가 무서워 (부처 간 조정을) 못하는 것도 대부분"이라고 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은 "할 수 있는 걸 안 하면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게 감사 규정이 바뀐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투척식 소화기 국내업체 인증이 어려워 인증이 쉬운 일본 상품이 시장을 석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되게 하려면 방법이 있고 안되게 하려면 규제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은 규제개혁의 `건수`가 아닌 개혁의 `질`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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