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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청산도엔 가을향기가 넘실

여행가/허기성 2014. 10. 22. 06:24

완도. 도대체 어떤 섬이기에 수많은 뭍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걸까. 지난 24일 오후 3시 광주공항. 지난 22일 상하이에서 22시간 동안 크루즈선을 타고 제주에 오면서 바다는 질리도록 보고 또 보았다. 밤바다까지 말이다. 그런데 크루즈 취재 일정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도 섬 취재라니. 설레임과 고단함이 엇갈리는 여행기자의 숙명을 안고 24일 오후 3시 광주공항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1시간30분을 달려 완도에서 일행과 합류했다.

택시가 완도대교를 지나자 마자 저 멀리 오른편에서 동상에 되어 해상을 호령하는 장보고 대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건강의 섬' '청해진의 섬' 완도에 진입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사람 심리가 이런 건가. 갑자기 가슴이 확 트이는 듯 기분이 상쾌해지는 듯하다.

팸투어 기자 일행이 '상륙'해야 할 목표의 섬은 청산도. 완도 본섬에서 하룻밤을 묵고 그 다음날 일찍 배를 타고 청산도를 가야 한다. 청산도 '상륙' 전 몸 푸는 셈치고 완도의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해상왕 장보고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도 청해진 유적지와 장보고 기념관(완도읍 장좌리)을 거쳐 청해포구 세트장(완도읍 대신리)과 정도리 구계등(九階燈)을 살펴봤다. 아담한 청해포구는 화제의 영화 '명량'과 '해적'을 촬영한 곳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증을 거친 신라시대의 저잣거리와 청해진본영 등 60여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자연의 오케스트라, 정도리 구계등

기대 이상의 감동을 안겨준 곳은 정도리 구계등이다. 다양한 나무가 울창한 방풍림을 따라 마련된 산책로를 지나자 탁 트인 해변이 반겨준다. 그런데 해변에 있어야 할 모래는 하나도 없고 대신 주먹만한 크기의 몽돌 천지다. 동전만한 것부터 축구선수 장딴지만한 것까지 크기도 각양각색. 수많은 시간동안 파도에 휩쓸리면서 9계단의 비탈 층이 만들어졌다는데, 지난 태풍으로 몽돌들이 확 쓸려가 완만한 몇 개의 층 형태만 확인할 수 있었다.

바야흐로 태양은 기울고 저 멀리 가물가물 보이는 섬 주변으로 한 줌 크기의 핑크빛 낙조가 드리운다. 하늘과 바다는 수줍은 새색시 볼마냥 서서히 붉게 물들어간다. 거기에 더해지는 자연의 교향곡. 다양한 크기의 몽돌들이 파도에 밀려와 다시 떠내려갈 때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다. 누구는 "쏴아∼ 쪼르르륵"으로 들린다 하고 누구는 "쏴아∼또르르르르" 하고 들린다고 말한다. 자연이 내는 소리를 어찌 인간이 흉내낼 수 있단 말인가. 구계등의 고즈녁하고 환상적인 낙조와 몽돌들의 오케스트라를 들으러 다시 한번 꼭 구계등을 찾겠다는 다짐이 절로 든다.

다음날 오전6시. 완도타워가 있는 야산으로 올라가 일출을 카메라에 담았다. 완도는 느긋한데도 오늘도 갈 길 바쁜 젊은 햇님은 금새 지평선을 쑥 뚫고 올라와 둥실 떠올라 약을 올리듯 환한 빛을 던진다. 그래도 잽싸게 건진 몇 장의 일출 장면이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 사실을 저 약싹빠른 햇님이 알고는 있을까.


◆눈이 부시게 푸르른 느림의 섬 청산도

완도항구가 자꾸만 시야에서 멀어져간다. 그렇게 50분 배를 타고 완도에서 멀어져 가니 눈이 부시게 푸르른 섬 청산도(청산면)가 딱 버티고 있다.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슬로시티 청산도에 마음의 격전조차 없이 무혈상륙하니 마음이 뒤숭숭하다. 청산(靑山)이란 이름처럼 때 묻지 않는 순수의 섬에 세상살이에 찌든 몸을 내린 죄책감(?)은 아닐까.

이를 알아차린듯 자그마한 키의 문화해설사가 조그마한 소리로 청산도를 증언한다. 청산도 출신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다 30대에 고향으로 가자는 말에 두 말 않고 따라와 청산도 사람이 되었다는 정미경 문화해설사. 청산도 출신들은 고향을 너무나 사랑해 고향에서 사는 걸 최고의 행복으로 삼는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신선의 근원이 되는 섬'이라는 의미의 선원도(仙源島)라 불린 이 섬의 가치를 진정 알아서일지도 모르겠다.

1350여 세대의 삶의 터전인 청산도는 한때 삼치 파시로 유명했다. 청산항에 정박중인 삼치배에 긴 장대 두 개를 을씨년스럽게 솟아 있다. 옛 영광은 사라졌지만 삼치잡이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청산도는 푸른 산, 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느림의 섬이다. 이름 그대로 매봉산, 대봉산, 보적산 등과 ?은 크고 푸른 산이 즐비하게 연이어져 있다.

청산도가 말로만 슬로시티를 외치는 게 아니다. 청산도에는 11코스(17길)의 슬로길이 있는데, 이 슬로길은 국제슬로시티연맹에 의해 세계슬로길 1호로 지정(2011년)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청산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국제인증도시로 인증받는 바 있다. 이밖에도 청산도는 미국 CNN 선정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33선 중 4위를 기록했고, 한국관광공사 2013 베스트 그곳에 전남에서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청산도는 1993년에 찍은 영화 '서편제'의 주 촬영지로서 유명세를 떨쳐왔다. 세 주인공(유봉, 송화, 동호)이 진도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르며 소릿재를 내려오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의 하나인데, 이들이 걸은 당리마을 황톳길은 '서편제길'로 거듭나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청산도 가을을 대표하는 '슬로시티 가을의 향기' 축제

말로는 다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섬이자 느림의 섬, 청산도의 매력으로 푹 빠져볼 기회를 가져 보자. 10월 3일부터 11일까지 청산도 일원에서 열리는 '슬로시티 가을의 향기' 축제가 그것. 6년째 계속되고 있는 청산도 슬로우 걷기 축제가 청산도의 봄을 대표하는 축제라면 '슬로시티 가을의 향기'는 청산도의 가을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라 할 수 있다. 올 '가을의 향기' 축제는 그 규모를 늘려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청.산.완.보 행운의 릴레이'를 비롯해 '명사(김제동)와 함께 슬로길 걷기, 추억의 보물찾기, 소원바람개비 체험, 청산도 느림여행 바우처 등 다양한 볼거리·체험거리를 운영한다. 방송인 김제동은 오는 10일 관광객들과 세계슬로길 1호길을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들려줄 예정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느린섬 여행학교'(061-554-6962)에서 운영하는 슬로푸드(전복해조류비빕밥)와 '청산휘리' 체험을 한다면 청산도 여행의 가치를 열 배쯤 끌어올릴 수 있다. '휘리'는 배에서 그물을 '디긋(ㄷ)'자 형으로 던져 체험객들이 이를 끌어당겨 잡는다. 싱싱한 학꽁치, 서대, 광어 새끼 등이 주로 잡히는데, 즉석에서 회를 쳐 먹는 맛은 그야말로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다.

청산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지정 이후 매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지난해만 37만명이 방문했다. 우리나라 최초 세계 농업유산으로 등재(2014년 4월)된 '구들장논' 등 청산도의 브랜드 가치를 더하는 명소가 늘어 청산도는 더욱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산도. 아무리 살아가는 게 팍팍하더라도 이번만큼은 잡다한 것 다 청산(?)하고 청산도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완도=글·사진 강민영 선임기자 mykang@sportsworldi.com

<사진설명>

보적산 말탄바위에서 바라본 청산도 해안 절경.

두 여성 관광객이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있는 서편제길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청산도 포구 전경. 황금빛으로 잘 익은 벼들과 푸른 바다, 푸른 하늘이 청산도의 하루를 차란하게 이끈다. 완도군청 제공

느린섬 여행학교의 슬로푸드인 전복해조류 비빔밥. 전복과 톳·미역줄기 등 11가지의 해초류가 들어가는 웰빙음식이다.

느린섬 여행학교에서 운영하는 휘리체험. 전통어로 방식인 휘리로 잡은 물고기를 즉석에서 횟감으로 손질하고 있다. 참가비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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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55년생 브이아이피크루
글쓴이 : 김순구(수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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