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캠핑버스테마여행

펜션·전원택지

9·1 부동산 대책 두 달… 청약은 뜨겁고, 매매는 식고

여행가/허기성 2014. 11. 7. 08:33

 매매는 냉랭
"101棟 당첨" 바로 웃돈 7000만원… 청약市場에 투자자 몰린다

분양시장 두달간 48만명 북적… 매매는 반짝 강세 후 가라앉아
내년 1순위자 메리트 사라지고 신도시 공급도 끊겨 더 열풍
일부 "떴다방 불법거래 우려"

6일 0시쯤 부산 연제구 연산동 '래미안 장전'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 500명쯤 되는 인파가 폭 5m가 넘는 보도를 점령하고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차려놓은 파라솔과 간이 테이블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이날 아파트의 당첨자 발표와 함께 분양권을 거래하기 위해 전날 밤 9시쯤부터 진을 쳤다.

0시 30분이 지나자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101동 X층, 103동 X층." "34평(전용 84㎡) 10층 이상 좀 찾아봐요." 매물을 찾는 중개업자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해졌다. 2000만원대에서 시작한 분양권 프리미엄(웃돈) 호가(呼價)는 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 중개업자는 "높아 봐야 5000만원 정도 생각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너무 비싸다" "6000만원 밑으로는 안 판다"는 흥정이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정부가 '9·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두 달을 맞았다. 규제가 풀리자 분양가가 저렴한 분양 시장에 청약 인파가 몰리는 반면 '반짝 강세'를 보였던 매매 시장은 갈수록 활기를 잃고 있다.

최근 인기 아파트 분양 현장 주변에는 분양권 거래를 위한 야시장(夜市場)이 열릴 만큼 뜨겁다. 정부의 '9·1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분양 시장에는 청약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볼 수 있던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과 웃돈(프리미엄)이 다시 등장했다.

◇청약시장에 왜 몰리나?

올 9~10월 두 달 동안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에는 48만명의 청약자(1순위 기준)가 몰렸다. 이는 올 들어 8월까지 분양된 아파트의 전체 청약자(55만명)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경쟁률도 8월까지 평균 5대 1이었으나 9~10월엔 9대 1로 상승했다. 청약 열풍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9월 말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위례 자이' 아파트는 올해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6만여명이 몰리며 평균 1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달 5일 '세종시의 강남'으로 불리는 세종시 2-2생활권에서 분양한 '세종 더샵 힐스테이트'도 679가구에 3만명 가까이 청약자가 몰리며 평균 4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부산은 청약 열기가 가장 뜨겁다. 지난달 22일 부산 연제구에서 분양했던 '더샵시티애비뉴 2차'도 174가구 모집에 9300여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53대 1을 넘겼다. 지난달 30일 분양한 부산 '래미안 장전'은 1순위 청약에 14만명이 몰렸고, 특히 전용 면적 84㎡A형에는 9만968명이 지원해 212.5대 1이라는 사상 최고 경쟁을 보였다.

최근 청약 광풍(狂風)이 벌어지는 이유는 먼저 청약 관련 규제가 대거 완화됐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내년부터 1순위 요건이 청약종합저축 가입 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되고 2017년부터 무주택자에게 유리했던 청약 가점제도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면서 사실상 사라진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내년이면 당장 1순위자가 전국적으로 1000만명을 넘는다"며 "청약통장의 희소성이 떨어지기 전에 목 좋은 분양 아파트를 선점(先占)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의 신도시 개발 중단 발표로 향후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최근 신도시 아파트의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비싸지 않다는 점도 이유이다. 실제로 위례신도시의 현재 3.3㎡당 평균 분양 가격은 1700만~1800만원으로 인접한 서울 송파구 아파트 평균 시세(3.3㎡당 2100만원)보다 낮다.

◇웃돈 노린 투기 세력까지 가세

하지만 다른 분석도 있다. 신규 아파트가 큰 위험부담 없이 쉽게 돈을 버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래미안 장전'의 경우 분양가는 3.3㎡당 1025만원으로 주변 아파트 매매 가격과 비슷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부터 부산 시민들 사이에는 "입지와 단지 규모를 감안하면 래미안 장전에는 무조건 웃돈이 붙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해영 삼성물산 분양사무소장은 "모델하우스 방문객 조사 결과 전체 50% 정도는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 목적의 청약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에서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6개월만 되면 1순위 요건을 얻고 수도권과 달리 전매(轉賣) 제한 기간도 없다. 계약금만 치르면 곧바로 분양권을 팔 수 있는 것. 설령 웃돈이 붙지 않아도 계약금(분양가의 10%)만 포기하면 그만이다. 래미안 장전 아파트에 당첨된 김모(여·52)씨는 "요즘 주변에서 아파트 청약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을 자주 봤다"면서 "솔직히 실제 거주할지 여부는 좀 더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떴다방'들은 청약통장마저 불법 거래하고 있다. 최근 위례신도시에 분양되는 아파트의 경우 프리미엄이 1억원대에 육박하자 당첨 확률이 높은 1순위 통장을 5000만~6000만원에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