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文, 증세·복지 2차전쟁 ◆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경제활성화는)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경제도 살리고 복지도 더 잘해 보자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는데 이걸 외면한다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정치권을 겨냥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그간 애써 자제해 왔던 정치권의 ‘증세론’에 대한 강도 높은 작심 비판을 쏟아내 기존 입장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세금을 거둬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고 기업이 투자 의지가 없고, 국민이 창업과 일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을 거둬들이면 일시적으로는 뭐가 되는 것 같아도 링거 주사를 맞는 것처럼 반짝이다 마는 위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먼저 경제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날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로 당선되며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이라고 전면전을 거론한 문재인 대표는 물론 최근 증세론에 불을 붙인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까지 싸잡아 비판한 셈이 됐다. 이에 따라 향후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를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 논의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날 박 대통령의 작심 발언은 지난해 ‘문건 논란’에 이어 연초 연말정산·건강보험료 개편 논란 등 연이은 실정으로 인해 지지율이 20%대까지 빠진 상황에서 핵심 대선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까지 포기할 경우 국정 운영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염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선 공약까지 공격받는 박 대통령이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처지란 뜻이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런 논의들이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면 국회의 논의가 국민을 항상 중심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을 중심에 두고 논의가 이뤄지면 정부도 이에 대해 함께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는 경제활성화 법안 협조 등을 전제로 국회가 협조할 경우 정부도 복지기조 논의에 참여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 지출 구조조정, 비과세감면 축소,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등을 통해 국민의 세금을 아끼고 있다면서 공공부문 개혁도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민의 소득이 증가해 세입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도록 경제활성화에 총력을 다해야 하고 국회도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증세는 국민 배신…정치가 할 소리냐"
박대통령, 정치권 작심 비판
박근혜 대통령(사진)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증세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복지와 증세 수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복지를 공고히 할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이를 외면한다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지를 위해)아무리 세금을 거둬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아 기업이 투자 의지가 없고 국민이 창업과 일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또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일시적으로 뭐가 되는 것 같아도 링거 주사를 맞는 것과 같이 반짝하다 마는 그런 위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세로) 국민에게 부담을 더 주기 전에 우리가 할 도리를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하면, ‘그게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소리냐’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도 “우리 목표는 경제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세수도 늘려 (복지) 비용을 국민에게 부담 주지 않고 해보겠다는 것”이라며 증세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 朴-文, 증세·복지 2차전쟁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9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노력 없는 증세론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여야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한 데 대해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복지 공약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증세에 앞서 국채 발행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매일경제신문과 전화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은 (내가 한 얘기와) 같은 말”이라며 “앞서 다 해보고도 안 되면 그때 증세를 하자고 했는데, 그 생각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복지 공약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먼저 복지 부조리와 중복된 복지예산을 찾아내야 하고, 일반예산 중에 낭비성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면서 “그래도 안 될 때 증세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증세가 최후의 수단이냐는 질문에 “장사 안되는 기업들에 법인세를 올린다고 하면 기업인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반문한 뒤 “증세를 한다면 그 이전에 국채 발행부터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박 대통령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다만 김 대표는 현실적으로 재원이 부족할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증세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인 데 반해, 박 대통령은 증세 타이밍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정부의 잘못된 예측으로 작년 세수가 11조1000억원 덜 걷히지 않았느냐”고 현실적 이유를 들기도 했다.
김 대표는 복지 수요 축소를 위해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복지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국가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재원의 공급 능력이 부족한 게 문제”라며 “최상의 방법이 사회적 대타협인데 그게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6%대로 전 세계에서 14번째로 건전하다”면서 “일시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때까지는 재정건전성 기준을 낮춰 국채를 발행해 메울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모든 것을 다 동원해도 어려울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증세 논의는 시작돼야 한다”며 “그 점도 국민과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향후 세수에 대해 매우 불투명하게 전망했다.
‘법인세는 성역이 아니다’고 강조해 중부담-중복지에 방점을 찍었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증세론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최고위에서 “연말정산 세금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슈별로 정책위 해당 위원들과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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