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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자 절반이 개인회생 신청…금융사 "돈 빌려주기 겁난다"

여행가/허기성 2015. 2. 10. 07:24

연체자 절반이 개인회생 신청…금융사 "돈 빌려주기 겁난다"

너도나도 빚탕감…망가지는 금융시장

탕감금액만큼 충당금…금융사들 건전성 악화
저신용자 대출 기피에 일반소비자들까지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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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법인명 아프로파이낸셜대부)와 관계사들의 여신은 2조7000억여원이다. 이 중 지난해 2000억원가량의 부실이 생겼다.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원리금을 제때 갚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 중 금액 기준으로 절반가량(895억원)이 법원으로 달려갔다는 점이다. 빚을 깎아달라며 개인회생을 신청한 것. 법원은 이 중 325억원을 탕감해줬다.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도 비슷하다. 지난해 발생한 부실채권의 60%가량이 법원 개인회생으로 인한 채무조정 채권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법원이 ‘갚지 않아도 된다’며 탕감해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회생으로 인한 재조정채권 잔액은 매년 증가 추세”라며 “수익성과 건전성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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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금융회사, 개인회생으로 휘청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지난해 사상 최대(11만707건)를 기록하면서 금융회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는 법원이 개인회생 신청자의 빚을 깎아주면 고스란히 손해를 보게 된다.

은행보다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타격이 크다.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사람이 개인회생을 더 많이 신청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은행은 개인회생에 따라 총 5388억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산됐다. 제2금융권(카드·캐피털사, 저축은행, 대부업체)은 이 규모가 1조7612억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2금융권 가운데선 카드사의 빚 탕감 규모가 가장 크다. 신한·KB국민·삼성·현대 등 상위 4개 카드사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지난해 탕감해준 빚만 4129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업계 전체로는 8317억원의 채권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금융회사들은 법원이 개인회생 인가를 결정한 채권을 통상 ‘회수의문’이나 ‘추정손실’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쌓는다. 추정손실은 채권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더한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카드사의 경우 2011년 말 876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에는 1조746억원으로 불어났다. 충당금은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다.

카드사는 그나마 제2금융권 가운데 덩치가 가장 커서 버틸 만하다.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개인회생으로 인해 회사가 휘청일 정도라는 게 업계 얘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보통 연체가 발생하면 신용정보업체 등에 원금의 80~90%를 받고 채권을 매각해 손실을 줄였지만 법원의 개인회생에 들어가면 절반 정도밖에 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저신용등급 돈빌리기 어려워져”

금융회사들은 개인회생에 들어가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아예 꺼리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신용등급 7~10등급 가운데 금융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은 2013년 말 293만여명에서 지난해 말 278만여명으로 줄었다.

개인별로 신용등급 자체가 상승한 경우도 있지만 개인회생을 우려해 7~10등급에 대한 대출을 꺼리는 금융회사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부업체의 경우 대출잔액 기준 7~10등급 비중이 2012년 말 85.0%에서 지난해 6월 말 77.7%로 줄었다.

개인회생에 따라 채권자로서의 권익을 침해당하는 금융회사들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규모나 만기를 줄이고, 대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회생을 악용하는 일부 사람으로 인해 선의의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일반 상품보다 금리가 낮은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늘려야 하지만 개인회생 채권이 늘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